"공공재 성격 은행에 대한 정부 관심은 관치 아냐" 尹대통령 발언 파장

尹 "주인 없는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돼야"... '관치' 잠재우려다 논란 키워

尹대통령 발언 나오자 금융권 "우리금융 차기회장 겨냥한 발언" 해석

우리금융 임추위, 내달 초 회장 최종 결정 예정… 영향 미칠 지 관심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으로, 공공재적 측면이 있어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는 전날(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주재 금융위원회 '2023년 업무보고' 당시 윤 대통령이 한 발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보다 깊이있게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 날 "주인이 없는 조직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어떻게 선임하는 게 맞는지 질문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지금의 시스템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교체 문제와 관련 '관치금융' 논란의 중심에 오르자 윤 대통령이 금융당국의 입장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됐다. 금융권은 이달로 예정된 우리금융그룹 차기회장 후보 선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국내 5대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 임기 종료와 맞물려 연임이 유력했던 지주사 회장들이 금융당국의 직간접적 압박에 물러나게 되면서 '관치금융 부활' 논란을 키웠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NH농협금융의 수장에 오른 게 첫 사례로 꼽힌다. 당시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가 경합을 벌인 가운데 외부인사인 이 전 실장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이와 함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을 앞두고 자진 사임의 길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언급됐다. IBK기업은행 윤종원 행장 후임으로 내부 출신 김성태 전무가 결정된 것으로 '관치금융' 오명을 벗어났지만 과정에서 갈등은 컸다.

결국 금융권의 시선은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선정에 쏠리고 있다.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곳은 현재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27일 이원덕 우리은행장·신현석 우리아메리카 은행장 등 내부 인사 2명과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 외부인사 2명 등 총 4명을 회장 후보(숏리스트)로 확정했다.

금융권에서는 이원덕 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최종 각축을 벌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만약 임 전 위원장이 최종 후보로 오르게 되면 관치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는 주주들이 있는 주식회사인데 '공공재'라는 표현으로 정부가 금융사를 바라보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당국의 관리감독도 중요하지만 시장자율성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큰 우려감을 나타냈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오는 2월1일 심층면접과 3일 추가면접을 거쳐 회장 후보를 최종 추천할 예정이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 "임종룡, 회장직 도전 멈추는 게 바람직"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동은 우리금융 차기 회장 2차 후보군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포함된 데 대해 "과거의 정책 과오를 성찰한다면 임 전 위원장 본인이 회장직 도전을 멈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31일 발표한 입장문에는 임 전 위원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주도했으며, 결국 훗날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입장문에서 "임 전 위원장의 금융권 귀환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단순히 그가 전직 관료였기 때문이 아니라 중대한 정책 실패 등의 장본인이기 때문"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원들은 임 전 위원장이 금융위원장 재직 당시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위원장은 지난 2015년 3월 금융위원장에 오른 뒤 같은해 10월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의원들은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할 우리금융 차기 회장에 임 전 위원장이 도전하는 것은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아울러 과거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때 일관성이 없는 모습을 보였으며,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과정은 지금까지도 실패한 구조조정의 대표적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임 전 위원장이 가계부채 총량관리에 실패한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은 "2015년과 2016년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10%를 상회했던 시기"라며 "당시 금융위원장이었던 임 전 위원장은 가계부채 총량관리해 실패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금융 임추위는 후보자의 자격과 자질에 대해 엄격히 검증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금융당국은 관치 논란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실련 "임 전 위원장 우리금융 회장 자질에 미달" 주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임 전 금융위원장의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임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자질에 미달한다고 주장하면서다.

경실련은 임 전 위원장이 △거버넌스와 정통성 △도덕성 △전문성 △민영화의 자율성과 경쟁력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임 전 위원장의 거버넌스와 정통성을 두고 기획재정부 근무 시절과 국무총리실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여러 가지 금융 이슈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점을 일일이 지적했다. 특기 론스타 게이트에 대한 부실대응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경실련은 임 전 위원장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도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 다운 계약을 통한 탈세’ 의혹을 제기했고, 2013년 NH농협금융 회장 재직 당시 종합소득세 누락 의혹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임 전 위원장이 2014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핑계로 증권사 등 우량 계열사를 강제 매각하며 우리금융지주의 해체 영세화를 불러온 점을 소환하면서 “임 전 위원장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자율성, 경쟁력 측면에서 부적합하다”고 반대 입장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