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사외이사 간담회... 오는 18일부터 임추위-후보 추천 절차 착수
손 회장, 거취 문제 놓고 고심 깊어질 듯... '내외부 갈등' 정리가 관건
완전민영화 2년 지난 우리금융에 또다시 '관치금융' 꼬리표 붙을 지
◆…우리금융그룹이 4일 사외이사 간담회를 열고 오는 18일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3월말 임기만료를 앞둔 손태승 현 회장의 거취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사진=우리금융 제공］
5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전날(4일) 오후 우리금융그룹 이사회는 간담회를 열고 차기 회장 인선과 계열사 사장단 선임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이사회 때 손 회장의 거취 문제를 이달 중 결정하기로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주주총회는 통상 3월말에 열린다. 따라서 3주일(21일) 전에 주총 소집통보가 나가야 한다. 임추위는 그 전에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해야 해, 늦어도 2월 중에는 후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 임기는 오늘 3월 35일까지다.
전날 사외이사 간담회에서는 손 회장에 대한 거취 문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도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을 사외이사들에게 밝히지 않았다. 손 회장은 임추위가 본격 가동되면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우리금융 사외이사들과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전날 비공식 일정으로 손 회장의 라임 펀드 관련 금융당국 중징계 관련 행정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를 논의했지만 최종 결론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금융당국 제재와 관련해 충분한 논의를 했지만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간담회에서 그간 라임펀드 징계 대응 방안과 관련해 과점주주들과 상의해 온 결과를 토대로 의견을 주고받은 뒤 행정소송 여부 등이 결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정례회의에서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와 관련해 업무 일부정지 3개월과 함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제재를 의결했다.
‘문책경고’는 3년간 금융권 신규취업이 제한되는 징계로, 확정될 경우 손 회장은 임기 이후 연임은 불가능해진다. 이에 우리은행과 손 회장의 제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취소 소송을 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우리금융이 관련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우리은행이 사모펀드와 관련해 진행하고 있는 구상권 청구소송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과 소송 진행 시 손 회장이 우리은행에 손실을 끼치는 결정을 내려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어 현재까지 명확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손 회장 연임에 부정적인 입장 표명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변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손 회장의 중징계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금융위가 수차례 논의해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사실상 만장일치로 결론 난 징계였다"고 김 위원장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그는 또한 "(손 회장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행정소송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읽혀지기도 했다.
우리금융 이사회로서도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금감원의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 확정 판결이 내려져 라임 펀드에 대해서도 같은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생긴 데 고무적이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점이 큰 부담이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해 12월 3연임 도전 가능성이 있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용퇴 결정에 '개인적 존경'이라고 밝히며 손 회장의 용퇴를 압박한 점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란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금융당국의 손 회장 연임 반대 입장에 우리금융 이사회와 손 회장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다만 우리금융이 완전민영화에 성공한 지 불과 2년이 지난 상황에서 외압에 의해 차기 회장이 결정된다면 또다시 '관치금융'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