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윤종원 행장 임명 되돌이표 '관치 인사' 우려 확산
IBK 차기 행장 후보에 명목상으론 '외부' vs '내부' 인사 하마평
국책은행 IBK, 금융위원장 제청에 대통령 임면 절차 거쳐
IBK노조 "낙하산 인사 결사 반대"... 용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나서기도
NH농협금융-우리금융 차기 수장 임명과 연계 '관치 금융' 설 확산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IBK기업은행 본사 전경［사진=IBK기업은행 제공］
특히 차기 후보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거론되면서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낙하산 인사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반발의 배경에는 NH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지난 12일 손병환 회장의 후임으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만장일치로 단독 추천한 앞선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실장은 행정고시(26회) 출신으로 경제부처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기재부 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을 거쳐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영입 인재 1호'로 캠프에 합류, 정책 수립에 일조했고, 대통령 인수위 시절엔 특별고문으로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농협금융 임추위 측은 이 전 실장 추천이유로 “금융환경의 불확실한 상황에서 농협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10년을 설계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재임기간 동안 탁월한 성과를 낸 손 회장의 연임을 전망했었다.
그간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보유한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 제기되면서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농협금융 임추위는 이 전 실장을 선택했다.
이제 금융권 시선은 IBK기업은행 수장 인사에 집중되고 있다. 윤종원 현 기업은행장의 임기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차기 행장 후보에 오른 인물들이 주로 '관(官)'출신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원장이 후보를 제청하면 대통령 임면(任免·임명과 해임)하는 절차를 거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차기 행장으로 관료 출신과 내부 출신 인사가 두루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관료 출신 인사가 차기 행장으로 내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 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 2일까지기 때문에 빠르면 이번 주 후임 인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차기 수장 하마평에 오른 첫 인사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다. 정 전 원장은 행정고시(28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두루 거친 인사로 역시 정통 ‘경제관료’로 평가받는다. 국책은행인 만큼 ‘관’출신 인사인 적격이라는 정부 방침과 맥을 같이 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윤 행장의 뒤를 이을 기업은행장 후보로는 정은보 전 금감원장 외에 김성태 기업은행 전무,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정 전 원장이 꼽히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앞서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노조는 최근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움직임에 강력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금감원장은 시중은행장으로 갈 수 없다”며 “그러나 기업은행이 기타 공공기관이기에, 공직자윤리법에 예외가 된다고 해서 편법적으로 ‘법꾸라지 낙하산’으로 기업은행장에 내려오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만약 정부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낙하산 인사를 기업은행에 내려 보낸다고 한다면 이제 국책은행은 산업은행 뿐만 아니라 기업은행까지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금융노조도 “윤석열 대통령의 철학과 다르게 금융권 낙하산이 연이어 거론된다. 기업은행은 직전 금감원장의 행장 임명이 유력하다는 설이 있다”면서 “이는 법에 의한 공정이 아니라 법을 이용한 불공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대선 승리 후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각처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개선하고자 인수위 시절 공무원 중 젊고 유능한 인재 최우선 선발, 낙하산 및 청탁 인사 금지 등을 주문한 점을 언급하면서 ‘관치 금융’의 부활을 지적한 셈이다.
노조 측은 이번에도 ‘모피아 낙하산 인사’가 임명된다면 윤 행장 때와 마찬가지로 출근 저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도 이어가겠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금융권은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자리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FL)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연임 걸림돌이던 법적 리스크는 일단 가벼워졌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라임 펀드 관련 문책경고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차기 수장 하마평으로 ‘관’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다. 행정고시 출신인 임 전 위원장 역시 재정경제부(현 기재부)에서 오랜 공직 생활을 했으며,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국무총리실장을 역임했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 때 금융위원장을 맡았다. 현재 법무법인 ‘율촌’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임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초기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 후보에 올랐지만 고사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과의 마찰을 빚은 손 회장보다는 정통관료 출신에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임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그룹의 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결국은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고금리·고유가·고환율 등 3고(高)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우리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커질 것이고 그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제 선순환을 견인할 금융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정책 파트터’로 금융권에 강하게 입김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관치 금융의 부활’을 우려할 만한 정황도 눈에 띈다. 금융당국의 금융권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4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하게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당연한 발언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금융위원회가 그간 1여년간 미뤄왔던 손 회장에 대한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책임을 물어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 결정을 9일 의결한 지 닷새만에 나온 발언으로 금융권에 날린 경고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열린 우리금융 이사회는 올해 말까지는 손 회장 거취와 관련된 사안을 논의하지 않기로 공감대를 가졌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이날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손 회장의 연임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결국 손 회장의 연임 여부는 다음 달에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말까지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금융사 수장으로 임명되는 데 대해 무조건 ‘관치 인사’라고 비판하는 것도 무리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반면 전문성을 갖춘 인사는 내부에서도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는 올바른 경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반발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