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허(虛)와 실(實)
ㅇ 현행 가업상속공제제도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물려주는 경우 가업상속 재산가액의 100%(최대 500억 원 한도)를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하여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이다.
ㅇ 원래 가업상속공제는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생업을 가족이 승계하지 않으면 기업(사업) 단절을 가져올 정도로 규모가 작거나 사업의 특수성이 있는 경우에 ’가업(家業)‘의 원활한 승계를 위해 지원하는 제도이다.
1997년에 도입된 이 제도는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취지에 충실하게 중소기업에 한해 공제액도 1억 원을 한도로 지원했으나, 이후 외도가 시작되었다. 업계의 끊임없는 건의를 받아들여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 활력 제고라는 명분하에 지원 대상은 매출액 4,000억 원의 중견기업에까지, 공제한도는 500억 원까지 확대하였다.
ㅇ 이처럼 가업상속공제가 ’가업‘ 승계라는 당초 취지에서 일탈하여 기업의 연속성과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어 지원 대상과 규모가 확대되면서 과세 공평성과 세금 없는 부의 세습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사전 및 사후 요건을 강화하다 보니 정작 지원을 받아야 할 영세 기업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절세전략(tax planning)이 가능한 일부 기업들만 혜택을 보는 문제를 가져왔다. 또한 일부에서는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경제 활성화 목적에도 미흡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ㅇ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가업상속공제의 실효성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대기업급 중견기업으로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지원 규모도 두 배 수준으로 올리면서 사전 및 사후관리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사회는 조세정책의 생명인 공평성을 무너뜨리고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조장하는 부자감세라는 입장이다.
2. 정부 개편안의 문제점
ㅇ 일반 상속재산과 기업 상속재산 간에 과세 형평을 크게 저해한다.
봉급생활자 등 일반 국민들은 부모로부터 몇 십억 원만 상속받아도 바로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기업주가 자녀에게 매출액 1조 원의 기업을 상속하는데도 1,000억 원의 상속재산까지 세금을 면제하는 것은 조세정의를 완전히 깨트리는 것이다.
물론 상속인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은 재산을 나중에 양도하는 경우 피상속인의 취득가액을 취득가액으로 하여 양도소득세로 과세하므로 과세이연적 성격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상속재산과의 조세공평성을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인들에게는 사실상 상속세가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가업상속공제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기본 원칙을 깨뜨리는 매우 예외적인 제도이므로, 기업 사주의 자녀가 승계하지 않으면 그 기업 (사업)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는 특수한 경우, 즉 ’가족 승계가‘ 필요한 중소기업’에 한정해서 적정 수준으로 지원하여 조세 공평성 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
ㅇ 매출액 1조 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의 경영권 승계는 세금 지원이 필요한 ’가업‘승계로 보기 어렵다.
정부 개정안처럼 피상속인이 대표이사로 재직하거나 상장법인 주식의 20% 이상 보유만 하면 매출액 1조 원 기업의 상속을 가업승계로 보아 상속세를 감면하는 것은 공감하기 어려운 과도한 지원이다.
이는 가업승계에 대한 지원이라기보다는 기업의 계속성 유지 및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하에 중견기업 사주 2세들의 세 부담 감소에 초점이 맞춰진 편법 지원으로서, 공평성 훼손은 물론이고 세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키고 국민 정서상으로도 수용하기 어렵다.
ㅇ 현행 가업상속공제제도는 기업 경영을 왜곡시키는 측면도 있다.
현행 요건에 의하면 상속인이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2년 내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한 절세전략(tax planning) 차원에서 자녀를 대표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일정 규모를 벗어나면 자질이 없어도 핏줄이란 이유로 경영권을 세습하는 가족승계보다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면서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 발전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도 더 기여할 것이다.
ㅇ 일부에서는 독일 등 일부 나라의 사례를 들면서 대상 기업과 공제금액의 확대를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은 2014년 가업상속공제를 전면 폐지하였고, 일본은 우리처럼 기업의 상속재산에 대해 세금을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비상장회사에 한정해 상속세 납부만을 유예해 줄 뿐이다.
또한 독일의 경우 2014년 헌법재판소가 대기업과 비사업용 재산에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는 것은 평등권 위반이라는 위헌제청을 인정하면서 가업상속공제가 엄격해지고 있으며, 조상 대대로 목공 일이나 사시미집 등 가업을 이어가는 독일과 일본의 가업승계문화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
3. 바람직한 개편 방향
ㅇ 그간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부분적으로 개정해온 상속 증여세제에 대해 시대정신과 변화를 반영하여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OECD 38개 국가 중 상속세가 없는 나라가 15개국이며, 상속세를 시행 중인 나머지 23개 국가 중 우리나라 상속세율(50%)은 일본(55%)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가 이렇게 높은 상속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데에는 우리 역사와 문화, 소득분배 상황, 국민적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이다.
최근 정부는 상속세 과세 방식을 유산과세에서 유산취득과세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조세환경이 크게 변화한 만큼 차제에 상속세와 증여세 과세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이 틀 속에서 기업승계 지원 제도의 합리적 운영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ㅇ 가업상속공제는 당초 도입 취지에 충실하게 기업 사주의 자녀가 승계하지 않으면 그 기업 (사업)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는 ’가족 승계가 필요한 중소기업’에 한정해서 사전 사후 요건을 유연하게 적용해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금년에 가업상속공제의 지원 대상과 규모를 정부안처럼 확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된다.
ㅇ 상속기업의 계속성 유지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 지원은 ‘가업’상속공제에 편승하지 말고 당당하게 별도의 지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가의 끊임없는 창조적 파괴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므로, 기업하기 좋은 경제 생태계와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가칭 ‘기업승계과세특례’(가칭)와 같은 별도의 지원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업 상속에 대한 이러한 특례들은 다른 상속재산과의 과세 공평성을 크게 해치고 사실상 상속세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반드시 국민적 논의와 공감대를 거쳐 지원 대상과 수준을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4. 맺는 말
가업상속공제 확대는 해당 기업들에게는 매우 절실한 문제라는 것을 잘 알지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는 현재보다 계층 간 갈등에서 자유로운 통합되고 공정한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세금은 누구에게나 불편한 것이며 우리가 문명사회에 사는 대가이므로,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여유 있거나 많은 편익을 누리고 있는 분들이 상응하는 세금을 부담해주어야 나라가 유지될 수 있다.
특히 상속세는 세수 목적보다도 소득재분배 기능과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제도이므로 우리가 현행 상속 세제를 폐지하거나 대폭 약화시키지 않는 한 현행 틀 속에서 최대한 공평하게 부담해 주어야 납세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ㅇ 현행 가업상속공제제도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물려주는 경우 가업상속 재산가액의 100%(최대 500억 원 한도)를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하여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이다.
ㅇ 원래 가업상속공제는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생업을 가족이 승계하지 않으면 기업(사업) 단절을 가져올 정도로 규모가 작거나 사업의 특수성이 있는 경우에 ’가업(家業)‘의 원활한 승계를 위해 지원하는 제도이다.
1997년에 도입된 이 제도는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취지에 충실하게 중소기업에 한해 공제액도 1억 원을 한도로 지원했으나, 이후 외도가 시작되었다. 업계의 끊임없는 건의를 받아들여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 활력 제고라는 명분하에 지원 대상은 매출액 4,000억 원의 중견기업에까지, 공제한도는 500억 원까지 확대하였다.
ㅇ 이처럼 가업상속공제가 ’가업‘ 승계라는 당초 취지에서 일탈하여 기업의 연속성과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어 지원 대상과 규모가 확대되면서 과세 공평성과 세금 없는 부의 세습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사전 및 사후 요건을 강화하다 보니 정작 지원을 받아야 할 영세 기업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절세전략(tax planning)이 가능한 일부 기업들만 혜택을 보는 문제를 가져왔다. 또한 일부에서는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경제 활성화 목적에도 미흡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ㅇ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가업상속공제의 실효성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대기업급 중견기업으로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지원 규모도 두 배 수준으로 올리면서 사전 및 사후관리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사회는 조세정책의 생명인 공평성을 무너뜨리고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조장하는 부자감세라는 입장이다.
2. 정부 개편안의 문제점
ㅇ 일반 상속재산과 기업 상속재산 간에 과세 형평을 크게 저해한다.
봉급생활자 등 일반 국민들은 부모로부터 몇 십억 원만 상속받아도 바로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기업주가 자녀에게 매출액 1조 원의 기업을 상속하는데도 1,000억 원의 상속재산까지 세금을 면제하는 것은 조세정의를 완전히 깨트리는 것이다.
물론 상속인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은 재산을 나중에 양도하는 경우 피상속인의 취득가액을 취득가액으로 하여 양도소득세로 과세하므로 과세이연적 성격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상속재산과의 조세공평성을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인들에게는 사실상 상속세가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가업상속공제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기본 원칙을 깨뜨리는 매우 예외적인 제도이므로, 기업 사주의 자녀가 승계하지 않으면 그 기업 (사업)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는 특수한 경우, 즉 ’가족 승계가‘ 필요한 중소기업’에 한정해서 적정 수준으로 지원하여 조세 공평성 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
ㅇ 매출액 1조 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의 경영권 승계는 세금 지원이 필요한 ’가업‘승계로 보기 어렵다.
정부 개정안처럼 피상속인이 대표이사로 재직하거나 상장법인 주식의 20% 이상 보유만 하면 매출액 1조 원 기업의 상속을 가업승계로 보아 상속세를 감면하는 것은 공감하기 어려운 과도한 지원이다.
이는 가업승계에 대한 지원이라기보다는 기업의 계속성 유지 및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하에 중견기업 사주 2세들의 세 부담 감소에 초점이 맞춰진 편법 지원으로서, 공평성 훼손은 물론이고 세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키고 국민 정서상으로도 수용하기 어렵다.
ㅇ 현행 가업상속공제제도는 기업 경영을 왜곡시키는 측면도 있다.
현행 요건에 의하면 상속인이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2년 내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한 절세전략(tax planning) 차원에서 자녀를 대표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일정 규모를 벗어나면 자질이 없어도 핏줄이란 이유로 경영권을 세습하는 가족승계보다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면서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 발전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도 더 기여할 것이다.
ㅇ 일부에서는 독일 등 일부 나라의 사례를 들면서 대상 기업과 공제금액의 확대를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은 2014년 가업상속공제를 전면 폐지하였고, 일본은 우리처럼 기업의 상속재산에 대해 세금을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비상장회사에 한정해 상속세 납부만을 유예해 줄 뿐이다.
또한 독일의 경우 2014년 헌법재판소가 대기업과 비사업용 재산에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는 것은 평등권 위반이라는 위헌제청을 인정하면서 가업상속공제가 엄격해지고 있으며, 조상 대대로 목공 일이나 사시미집 등 가업을 이어가는 독일과 일본의 가업승계문화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
3. 바람직한 개편 방향
ㅇ 그간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부분적으로 개정해온 상속 증여세제에 대해 시대정신과 변화를 반영하여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OECD 38개 국가 중 상속세가 없는 나라가 15개국이며, 상속세를 시행 중인 나머지 23개 국가 중 우리나라 상속세율(50%)은 일본(55%)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가 이렇게 높은 상속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데에는 우리 역사와 문화, 소득분배 상황, 국민적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이다.
최근 정부는 상속세 과세 방식을 유산과세에서 유산취득과세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조세환경이 크게 변화한 만큼 차제에 상속세와 증여세 과세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이 틀 속에서 기업승계 지원 제도의 합리적 운영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ㅇ 가업상속공제는 당초 도입 취지에 충실하게 기업 사주의 자녀가 승계하지 않으면 그 기업 (사업)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는 ’가족 승계가 필요한 중소기업’에 한정해서 사전 사후 요건을 유연하게 적용해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금년에 가업상속공제의 지원 대상과 규모를 정부안처럼 확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된다.
ㅇ 상속기업의 계속성 유지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 지원은 ‘가업’상속공제에 편승하지 말고 당당하게 별도의 지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가의 끊임없는 창조적 파괴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므로, 기업하기 좋은 경제 생태계와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가칭 ‘기업승계과세특례’(가칭)와 같은 별도의 지원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업 상속에 대한 이러한 특례들은 다른 상속재산과의 과세 공평성을 크게 해치고 사실상 상속세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반드시 국민적 논의와 공감대를 거쳐 지원 대상과 수준을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4. 맺는 말
가업상속공제 확대는 해당 기업들에게는 매우 절실한 문제라는 것을 잘 알지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는 현재보다 계층 간 갈등에서 자유로운 통합되고 공정한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세금은 누구에게나 불편한 것이며 우리가 문명사회에 사는 대가이므로,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여유 있거나 많은 편익을 누리고 있는 분들이 상응하는 세금을 부담해주어야 나라가 유지될 수 있다.
특히 상속세는 세수 목적보다도 소득재분배 기능과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제도이므로 우리가 현행 상속 세제를 폐지하거나 대폭 약화시키지 않는 한 현행 틀 속에서 최대한 공평하게 부담해 주어야 납세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