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합병도 거래 재구성해 과세 가능 

분할과 합병 등 기업의 단체법상 행위에 대해서도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 거래를 재구성하여 과세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사건 분할과 합병에 법인세 회피의 목적 외 사업상의 필요 등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여기에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와 이 사건 분할과 합병의 시간적 간격 등 제반 사정까지 더하면 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을 적용하여 위 각 거래를 그 실질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다"라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소 복잡하다. 갑법인은 제3자에게 부동산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갑법인은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상당한 금액을 지급받은 후, 인적분할로 을법인을 설립하였다. 이 인적분할로 갑법인이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도 을법인에게 이전되었다.

한편 갑법인의 주주들은 원고의 주식을 전부 인수한 뒤 인적분할 후 존속하는 갑법인을 원고에 흡수합병시켰다. 원고는 이 합병에 따라 부동산을 감정평가액 약 390억 원을 시가로 하여 승계하였다. 세법에서는 잔금을 지급받기 전까지는 부동산이 양도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합병시점에는 갑법인이 여전히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취급된다. 그리고 잔금을 지급받을 때 합병 후 원고가 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세법상 취급된다.

합병시점에 갑법인의 재무상태는 다음과 같다. 부동산의 장부가액은 얼마되지 않으나 시가는 상당한 금액이다. 그리고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받은 것은 아직 계약이 이행된 상태가 아니므로 부채(선수금)에 해당한다. 부동산의 시가(감정평가액)에서 선수금을 차감하면 약간의 금액만 산출된다. 이를 순자산으로 하여 원고에게 합병되었다. 이 순자산가액과 합병으로 발행하는 주식의 가액과의 차액이 합병차익이 된다.

그 당시 세법에서는 합병차익 중 합병평가차익을 과세소득으로 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 사건의 합병에서는 순자산가액이 얼마 산출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합병차익도 약 1억 원에 불과하였다. 반면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와 합병전 장부가액과의 차액인 합병평가차익은 약 300억 원이었다. 이에 원고는 합병평가차익 중 합병차익의 범위 내에 있는 1억 원만을 소득에 가산하여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였다. 그리고 부동산 양도시점에는 승계당시 부동산의 시가를 취득가액으로 하여 양도차익을 계산하였다. 결과적으로는 양도차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과세당국은 갑법인이 분할과 합병을 통해 이 사건 부동산의 장부가액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에 따른 법인세를 부당하게 회피하였다고 보았다. 이에 과세당국은 세법의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 갑법인의 분할 전 부동산의 장부가액을 취득가액으로 하여 양도차익을 산정한 후, 원고에게 법인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분할과 합병을 조세회피수단으로 보아 세법상 다단계 거래에 관한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 거래를 재구성하여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대법원은 세법상 "실질에 근거하여 과세하려면 납세자가 선택한 거래의 형식이 조세회피 수단에 불과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는 그 형식을 취한 목적, 단계별 과정을 거친 경위, 사업상의 필요 등 합리적 이유의 존부, 각각의 거래 사이의 시간적 간격 및 그 형식에 따른 손실과 위험부담의 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는 기존의 법리를 먼저 설시하였다.

이어 "이 사건에 있어서는 분할과 합병에 법인세 회피의 목적 외 사업상의 필요 등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여기에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와 이 사건 분할과 합병의 시간적 간격 등 제반 사정까지 더하면 다단계 거래에 관한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 납세자는 세법의 규정에 따라 그대로 세무신고를 하였다. 그 결과분할·합병이 없었더라면 납부하여야 할 세액보다 적은 세액을 부담하였다. 이를 과세당국과 법원은 조세회피로 판단하였다.

세법의 규정에 따라 그대로 조세를 부담한 것을 두고 조세회피로 보는 것이 타당한 지는 의문이다. 세법의 규정이 정밀하지 못 하였던 것인데, 여기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실질과세라는 이름으로 모두 납세자에게 떠 넘기는 것이 타당한가? 세법의 규정을 정밀하게 만들지 못 한 자가 그 부담을 안는 것이 맞지 않을까?

분할과 합병 등 단체법상 법률행위에 따라 여러 이해관계자의 법률관계도 바뀌게 된다. 채권자, 주주의 경제적 이해관계도 달라지고, 종업원의 이해관계도 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상법은 이러한 단체법상 법률행위에는 엄격한 절차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단체법상 법률행위에도 결과적으로 조세의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이유로 세법의 적용에 한하여 그 법률행위의 효과를 부인할 수 있다고 보았다. 과거 대법원이 여러 사안에서 조세를 절감하는 효과가 발생하더라도 분할이나 합병의 세무상 효과를 그대로 인정한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 대법원은 종전과 달리 조세절감 효과가 있었고, 단기간 내에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사정에만 기반하여 그 효력을 완전히 부인한 채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형태로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판단에 따라 과세관청은 앞으로 명문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질과세원칙을 내세워 마음대로 세법을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7두4131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