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광장 오진훈 회계사. [사진 = 법무법인 광장 제공]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에서는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名義)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실질과세의 원칙이다.
실질과세 원칙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에서는, 실질과세의 원칙 중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실질귀속자 과세의 원칙은 소득이나 수익ㆍ재산ㆍ거래 등의 과세대상에 관하여 그 귀속 명의와 달리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형식이나 외관을 이유로 그 귀속명의자를 납세의무자로 삼을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삼겠다는 것이므로, ① 재산의 귀속 명의자는 이를 지배ㆍ관리할 능력이 없고, ② 그 명의자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ㆍ관리하는 자가 따로 있으며, 그와 같은 ③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조세를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그 재산에 관한 소득은 그 재산을 실질적으로 지배ㆍ관리하는 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그를 납세의무자로 삼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 3가지 판단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대상판결(대법원 2022.03.17. 선고, 2017두69908 판결)과 관련한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한국환경공단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 내국법인인 원고는 환경부 및 지방자치단체(이하 '환경부등')로부터 환경시설의 설치·관리·운영 등 환경보전 및 환경개선과 관련한 사업(이하 '정부업무 대행사업')을 위탁받고, 환경부등으로부터 정부업무 대행사업비를 배정받아 원고 명의의 계좌(이하 '위탁사업비 예금계좌')에 입금하여 사용한 후, 당해 사업연도 말이나 다음 사업연도 초에 정산을 실시하였다. 이 때, 원고는 위수탁협약서상 이자정산 조항에 따라, 위탁사업비 예금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세전이자)에서 원천징수세액을 차감한 금액(세후이자)을 환경부등에 반납하였다.
원고는 이자 정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법인세 과세표준 신고시 위탁사업비 예금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세전이자)을 익금산입하고, 환경부등에 반납한 세후이자를 손금산입하였으며, 원천징수세액은 원고의 기납부세액으로 하여 법인세 산출세액에서 공제하였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위탁사업비 예금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의 실질귀속자는 원고가 아닌 환경부등인 것으로 보아 익금산입한 세전이자를 익금불산입하고, 기납부세액으로 공제한 원천징수세액은 공제 부인하며, 손금산입한 세후이자 반납액을 손금불산입하는 것으로 하여 원고의 법인세를 경정·고지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정부업무 대행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환경부등으로부터 지급받은 선급 사업비를 원고 명의의 위탁사업비 예금계좌에 예치함에 따라 발생하는 이자소득의 실질귀속자가 누구인지 여부이다.
그동안 국세청 유권해석(법규법인 2009-0177, 2009. 5. 22., 법규소득 2010-248, 2010. 9. 2. 등 참조)에서는, 위탁사업비 예금계좌가 비록 신청인 명의라 하더라도 위탁사업비 예금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은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국가 등에 귀속된 이자소득에 해당되므로 신청인의 법인세 과세표준 신고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며, 이자소득의 귀속자가 법인세가 비과세되는 국가 등에 해당하므로 해당 이자소득은 원천징수대상 소득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이라 해석해 오고 있었다.
대상판결의 전심 단계인 조세심판원(조심2013중1328, 2013.12.03.)에서도, 원고가 환경부등으로부터 정부업무대행사업을 위탁받아 그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받아 사용하고 사업연도말 정산을 거쳐 남는 금액을 반납하거나 부족한 금액을 추가로 지원받고 있어 정부업무대행사업비의 사실상 소유자는 환경부등이라 할 수 있으므로 정부업무대행사업비에서 발생하는 쟁점이자소득 또한 실질귀속자는 원고가 아닌 환경부등이라 할 수 있고, 원고가 쟁점이자소득금액에서 원천징수당한 세액을 차감한 금액인 세후이자소득을 반납한 것이므로 원고의 이자소득에서 원천세상당액을 징수당한 사실이 없음에도 동 원천징수세액을 원고의 기납부세액으로 공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고 판시함으로써, 위탁사업비 예금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의 실질귀속자는 계좌의 명의자인 원고가 아니라 환경부등이라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그렇다면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1심 법원(인천지방법원 2017.02.17 선고, 2013구합11318 판결)은 원고가 해당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선급 사업비를 지급받아 원고 명의의 계좌로 예치한 이상 위 사업비는 원고의 소유로 귀속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처분권한 역시 원고가 갖는 것이므로, 원고가 위 사업비를 보유한 기간 동안 발생한 금융이자 상당의 소득 역시 원고에게 귀속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며, 사업비 정산약정에 따라 사업이 종료된 후 이자소득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반환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므로, 이와 같은 정산 및 반환의무를 부담한다는 사정만으로 이자소득의 실질적 귀속자 여부를 달리 보아야 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2심 및 대법원의 판단 역시 1심과 동일하게 원고 명의의 위탁사업비 예금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의 실질귀속자는 그 명의자인 원고라고 보았다.
실질귀속자를 계좌 명의자가 아닌 위탁자로 보게 되는 경우, 원천징수의무자는 계좌 명의자가 아닌 위탁자를 기준으로 원천징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 이는 실무상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실질귀속자가 위탁자라고 하여, 계좌 명의자에게서 원천징수한 세액을 계좌 명의자의 법인세 신고시 기납부세액으로 공제하여 주지 않는다면, 비과세단체인 국가등의 소득에 대하여 법인세를 과세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대상판결은 그 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 위탁사업비 예금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의 실질귀속자는 그 명의자라고 판단하여 납세자 및 원천징수의무자의 실무상 어려움을 해결해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대법원 2022.03.17. 선고, 2017두69908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