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대북 제재' 막는 중·러 겨냥 '세컨더리 제재 촉구' 기류

北의 IRBM 발사에 대한 중·러 책임 물리겠다는 취지로 해석

美의회, 탄도미사일 발사 규탄... 최대 대북 압박 캠페인 복원도 요구

美 전직관료들 "중·러가 안보리서 北 보호함은 자명... 유엔 밖에서 제재해야"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에서 새 대북제재 결의를 도출하지 못한 가운데 미 의회에서는 불법 대북 거래에 연루된 중국·러시아 개인과 기업에 제3자 제재, 즉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에 미사일 방어 투자를 늘리고 최대 대북 압박 캠페인을 복원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이 최근 연쇄적인 탄도미사일 도발, 특히 사정거리 4500km에 달해 미국령 태평양 괌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데 위협을 느낀데 따른 중국과 러시아에 일부 책임을 물리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7일 미 의회 내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압박 의지가 없으며 오히려 자국 이익을 위해 북한의 위협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공개회의)됐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종료됐다.

미국은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행동이 미국 탓이라고 주장하며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북한의 최근 발사를 주목하는 동시에 그 지역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연합 군사훈련도 주목한다"고 밝히며 북한을 두둔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도 "미한일 지도자들이 핵을 포함한 미국의 억지 수단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에 관해 무책임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에도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새 안보리 대북 결의안을 추진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의 도발을 멈춰 세우는 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미 의회는 불법 대북 거래에 연루된 중국과 러시아의 개인과 기업에 '세컨더리 보이콧(제재)'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제3자 제재' 부과를 촉구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1월부터 가속화된 북한의 도발에 여러 제재를 발동했지만, 여기에 중국 개인과 기관을 겨냥한 조치는 없다는 비판이 의회 내에서 초당적으로 나온다.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민주당)은 최근 세출위 청문회에서 추가 대북 제재와 관련,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대북 제재 체제에 구멍을 내는 여러 종류의 기관, 단체들을 적시했고, 특히 중국에 기반을 둔 선박업체와 해운업체들을 지적한 만큼 재무부가 이를 지침으로 삼길 독려한다"고 말했다.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 공화당 간사인 스티브 샤봇 의원은 최근 청문회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제재는 분명히 중국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앤 와그너 하원의원(공화당)도 "전 세계에서 가장 독재적인 정권들은 점점 더 밀착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제재 의지를 계속 신뢰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의회 내 공화당연구위원회 소속인 캣 카먹 하원의원은 지난 4월 위원회 소속 27명의 의원과 함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에 연루된 중국 기관을 제재하지 않는 이유 등을 추궁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광범위한 권한을 활용해 중국에 제재를 부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러시아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빌 해거티 상원의원은 지난달 말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의 해외 노동에 대한 제재를 철저히 집행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지에서 북한의 정보기술(IT) 종사자들을 고용하거나 북·러 무기 거래에 관여한 기관이나 개인을 집중적으로 단속할 것을 요구했다.
 

전직관리들 "중·러 '억지주장'으로 안보리 신뢰 훼손… '3자 제재' 적용해야"

미국 전직 관리들도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비판하면서 양국가를 겨냥한 겨냥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6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도발이 '미국과 동맹들의 연합훈련 탓'이라는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현 상황에 대해 누군가를 탓해야 한다면 잘못은 오롯이 북한에 있다"며 "북한이 도발과 긴장 고조의 순환을 시작했고 미국과 한국은 이에 대응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한 연합훈련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미한) 연합 군사훈련은 정례적일 뿐 아니라 최근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필요한 조치였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행동은 평화의 붕괴에 기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협조하지 않았던 과거의 입장으로 회귀하고 있으며, 기존 안보리 대북 결의를 어기면서 안보리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이 집중됐던 2017년 당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이끌어 내며 4차례의 고강도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한 바 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조력자' 내지는 '지지자'가 됐다"며 "추가 대북 제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협력했던 2017년과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미국에 골칫거리를 만드는 것을 중·러 양국이 모두 '긍정적인 일'로 여긴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못 본 척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두 나라가 북한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가까운 미래에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특히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전에 사용하기 위한 무기를 구입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 형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 출신으로 제재 전문가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행동을 다룰 도구가 많다"며 "우선 북한의 석탄 수출과 해외 노동자 송출 등 수입원을 차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북한을 보호하면서 대북 결의들을 스스로 어기길 원한다면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북한을 돕는 은행과 기업들을 추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러시아가 계속 북한을 감싸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로 안보리는 더 이상 북한 행동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실질적인 장소가 되지 못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바이든 정부가 유엔 밖에서 북한에 대한 실제적인 압박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미 의회서 북한 미사일 규탄 이어져…‘미사일방어 강화, 최대압박 복원’ 촉구

한편, 미 의회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 규탄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에 미사일 방어 투자를 늘리고 최대 대북 압박 캠페인을 복원하라고도 촉구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측은 5일 최근 일본 상공을 통과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최근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위협과 공격 행위는 미 본토 방어의 중요성을 다시 강화할 뿐"이라면서 "미국은 미사일 방어 투자를 늘리고 북한과 같은 대담해진 적국들을 효과적으로 억지할 파트너 역량을 구축해야한다"고 밝혔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 당시의 최대 대북 압박 캠페인을 복원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 4일 트위터를 통해 "2017년 일본 상공을 통과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주일 대사로서 일본, 그리고 다른 동맹국들과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캠페인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바이든 대통령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주일대사를 지낸 바 있다.

해거티 의원은 상원 외교위원장인 민주당의 메넨데즈 의원과 함께 앞서 지난달 13일 대북 정책에 대한 의회 감독을 강화하고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할 때까지 압박과 억지를 유지하도록 하는 '대북 정책 감독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원장인 민주당의 아미 베라 의원도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 이날 일본 상공을 통과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국제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위험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의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에 맞서 일본,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 우리의 파트너들과 계속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관료들은 제재 이외에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동맹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전략자산을 역내에 전개하며 역량을 과시하는 바이든 정부의 현재 조치들은 모두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향후 미국이나 일본 영토를 향하는 미사일은 '적대적인 것'으로 간주, 방어 차원에서 요격하고 파괴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북한에 알리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 김 연구원도 "파괴적인 행동으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가 (도발로) 얻는 이익보다 더 크다는 점이 북한에 잘 전달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