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전문가들 "EDSCG, 강력한 '대북 경고' 발신"... 韓엔 '확신' 제공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통해 北 핵 공격 압도적 대응 의지 확인

美 전략자산, 시의적절하게 역내 배치도 합의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 복원 및 정례화한 것도 큰 성과 평가

김승겸 합참의장 "北, 핵 사용 시도땐 정권 생존할 수 없을 것" 경고

신범철 국방차관, 美 합동기지서 B-52 전략폭격기 직접 확인... '이례적'

미국이 약 5년만에 개최된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통해 한국에 억지력에 대한 확신을 제공하고 핵 위협을 높이는 북한에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문가들이 평가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VOA는 또한 한국에선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내면서 확장억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도 했다. 아울러 한미가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복원하고 정례화한 것도 큰 성과로 꼽혔다고도 전했다.

워싱턴 민간연구소인 케이토연구소의 에릭 고메즈 선임연구원은 19일(이하 현지시간)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주 열린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가 "북한 핵 억제력에 대한 도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미국과 한국의 공동 인식 아래 개최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선제사용 가능성을 포함한 새로운 핵무력 정책을 공포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는 미국과 한국이 확장억제에 관한 '정책 구상을 현실화하는 과정과도 같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메즈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훈련 등을 요구하는 가운데 미국은 필요한 상황이 되면 양측이 협의를 통해 보다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이번 협의체 회의와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을 향해 미국이 그동안 취했던 것보다 더 많은 행동에 기꺼이 나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을 향해선 "우리가 이런 행동에 나선 주된 이유는 당신들의 행위 때문이며, 계속 이런 경로로 나온다면 우리들이 공언한 조치를 행동에 옮길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메즈 선임연구원은 이와 함께 공동성명이 북한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역내 안보 증진'이라는 표현을 명시한 것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한국이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를 연례화한 상황에서 중국이 역내 긴장을 고조하는 일이 발생하면 이 문제 또한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는 해석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과 미국은 앞서 지난 16일 워싱턴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 내용과 구체적 절차를 논의하는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를 4년 8개월 만에 개최했다.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 "北 핵 공격에 압도적 대응" 협의

  한미 양국은 회의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동맹의 억제태세 강화를 위해 양국 국력의 모든 요소를 사용하는 노력을 지속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 역량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철통같고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강조했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미국은 대북 억제와 역내 안보 증진을 위해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의 공조를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연례화하기로 합의하고 2023년 상반기에 실무급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 간 확장 억제와 관련해 고위급 차원의 채널을 다시 확보한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공동성명이 확장억제에 대한 국가 간 약속을 명시한 차원도 있지만 두 나라의 '팀워크'를 과시한 의미도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을 억지하는 것은 물론 한국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국방차관이 이번에 미국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해 B-52 전략폭격기를 직접 살펴보고, 미국 핵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이 부산항에 입항해 한국과 훈련할 계획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확신와 억제를 보여주는 것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큰 변화이며 강화된 협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다만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는 데 대한 억제는 작동하고 있지만,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미국 정부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설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올해 6차례 ICBM 발사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대응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동성명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위협을 담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이 핵실험이나 군사적 무력충돌 등 북한의 행동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양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업데이트하고 개선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 국방차관의 미군기지 방문과 전략폭격기 B-52 시찰 장면을 공개하고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한 공동성명 등이 양국의 이 같은 협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국방부 북한 담당 선임보좌관 출신인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런 협의는 한미동맹 공조를 강화하고 억제력을 개선하며 한국을 안심시키는 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엄 선임연구원은 하지만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협상 복귀를 독려하는 데는 효과가 없으며 심지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韓 합참의장 "북한 핵 사용 시도 땐 정권 생존할 수 없을 것" 경고 발언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내면서 확장억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김승겸 합동참모 의장은 북한이 핵 사용을 시도한다면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으로 북한 정권이 생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전날인 1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핵 선제 사용의 길을 튼 핵무력 정책 법제화 조치 등 핵 위협을 노골화한 데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김 의장은 "합참의장으로서 한반도와 역내 안보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능력과 태세를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의 핵무력 정책 법제화 의도에 대해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고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 공표, 대남·대미 압박 시도 그리고 현 상황에 대한 한국과 동맹에 대한 책임 전가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보환경을 고려한 연합작전계획을 발전시키고 연합연습과 연계한 연합 야외실기동훈련 확대 등 실전적 연합·합동훈련을 강화해 더욱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확립하겠다"는 등 ‘완전성을 갖춘 한미 연합, 합동작전 수행체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점을 밝혔다.

국내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7차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평가되는 북한이 핵무력 정책 법제화를 통해 사실상 핵 선제공격까지 감행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공표하면서 북한 핵 위협이 본질적으로 달라진 데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한미의 대응태세가 이번 회의에서 확인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12월 1차 회의 때 '공동보도문', 2018년 1월 2차 회의 때 '보도자료'에 머물렀던 회의 결과물이 이번엔 '공동성명'이라는 격상된 형태로 나온 데 대해 주목하고 있으며 특히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핵을 포함해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VOA는 전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으로서는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보다 공고히 하고 신뢰성을 높이고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그런 의지를 갖고 이번에 (회의를) 했다"면서 "그래서 대표적으론 이번 회의를 마치고 공동성명이 나왔다는 게 상당히 특이하고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한미가 EDSCG를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내년 회의 전에 실무회의도 개최하기로 한 점 또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2018년 1월 제2차 회의 후 중단됐던 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면서 전략자산 전개와 운용과 같은 확장억제정책을 집행하는 데 한국의 발언권이 제도화됐다는 설명이다.

조현동 한국 외교부 1차관은 회의 뒤 간담회에서 "확장억제와 관련한 지속가능한 공조 메커니즘으로 EDSCG를 정례화하기로 했다"면서 "확장억제 공조체제를 사실상 제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이제는 무력시위 차원의 대응을 넘어서 북한 도발에 대한 실전적인 전투준비태세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 조금씩 보여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확장억제 합의도 과거와 달리 실질적인 전투준비태세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그러나 북한의 핵 사용 시 상응한 즉각적 보복 방침을 천명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핵을 사용했을 때 북한이 사용한 핵에 비례해서, 그러니까 전술핵을 사용하면 전술핵, 전략핵을 사용하면 전략핵 그리고 우리가 입을 피해 규모에 상응하는 보복을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하겠다고 할 때 북한이 함부로 핵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해 지나친 확전과 전면전을 가져올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이 아니라 북한의 핵 공격 수준에 상응한 ‘즉각적이고 자동적인’ 핵 보복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한 셈이라고 이 매체는 해석했다.

한편 북한 핵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 논의차 방미 중인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지난 15일 미국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 미국 전략자산인 B-52 전략폭격기를 직접 확인했다.

핵무기를 운용하는 미국 전략자산 앞에서 우리 정부 고위관계자가 사진을 찍어 공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에 고강도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신 차관은 이번 방문에 대해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이행할 미국의 능력을 확인한 좋은 기회"라며 "미 전략자산은 우리 국민과 북한에 행동으로 보여주는 확실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측은 "EDSCG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도록 한국 대표단이 현장에서 미 전략자산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B-52 전략폭격기는 한반도 유사시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전략자산 중 하나로 꼽히며,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자산이다. B-52는 핵탄두 적재가 가능한 순항미사일 등을 다량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