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외 환경 무시하고 곳간 털어 환율 방어

금융당국의 나태한 대처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위협하는 가운데 줄어드는 곳간을 털어 환율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에 대처함에 따라 달러화의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진정될 때까지 정점을 향해 계속 달릴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달러 강세는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함에 따라 가속화되었으며 통화 바스켓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지수는 올해에만 약 14% 상승한 109.70달러로 20년 최고치인 109.81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이는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 발언과 함께 현물 달러를 투하하며 강력하게 개입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급등하던 분위기를 뒤집고 8원 이상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최소 7억 달러 이상 동시 매도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환율이 움직일 때마다 ‘걱정할 것 없다’라는 반응만 보여 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아침까지 “경상수지라든지 외환보유고, 대외적 재무 건전성은 아직 국민이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급등하는 환율에 위협을 느낀 외환 당국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억지로 시장을 반전시키기 위해 나선 것이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지난 1월 0.25%에서 7월에는 2.5%로 올해에만 2.25%를 인상했고 이번 달 역시 0.75%를 예고하고 있다.

예고대로 0.75%를 또 인상할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3.25%가 된다. 반면 한국은 지난 1월 1.25%에서 0.25%씩 4번 인상해 8월 현재 미국의 7월과 같은 2.50%를 보이고 있어 미국이 오히려 0.75%가 높다. 무역수지와 함께 환율의 움직임을 사실상 결정한다고 할 수 있는 이자율 인상은 외면하면서 무역적자가 누적되며 줄어드는 외환을 투하해 환율을 방어하는 정책당국의 움직임은 외환위기를 불렀던 1997년과 매우 흡사하다.

무역적자 심화로 줄어드는 외환보유액도 문제다. 지난해 11월 4,363억9천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현 정권이 집권한 지난 4월에는 4,600억 달러 미만인 4,587억 달러가 되었고 9월 16일 현재 4,363억 달러로 집권 이후에만 224억 달러(4.88%)가 줄어들었다. 누적되는 무역수지 적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1월 4억 5천만 달러, 2월 48억3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후 3월에는 8300만 달러의 흑자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4월 1200만 달러를 시작으로 5월 25억1천만 달러, 6월 17억1천만 달러, 7월 25억8천만 달러, 8월 48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9월에는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94억9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급격히 악화되며 올해 적자 규모는 256억6천만 달러에 달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당국이나 대통령은 “문제없다,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외환을 퍼부어 한국에서 이탈하는 투자자들을 붙잡기보다는 오히려 돕고 있다. 언제까지 근본적인 대책은 외면한 채 외환만 낭비할 것인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