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의 "저부터 분골쇄신"... 공약인 '협치' 부터 실행해야

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野 '빈수레 요란' '자화자찬' 등 혹평

모두발언 5장 분량 중 4장을 국정 성과 홍보 할애... 논란 키워

100일 성과 내용 중 논란 소지 있는 항목 많아... 명확히 했어야

尹대통령, 임기 1700여일이나 남아... '국정운영 동력' 확보에 힘써야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국정 운영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국민의 뜻이고 둘째도 국민의 뜻이다"라며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국민의 뜻을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지지율 급락 원인을 묻는 취재진 질문엔 "지지율 자체보다 여론 조사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여러 가지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국민 관점에서 세밀하게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는 입장 표명'이라며 긍정 평가했고, 야권에서는 '빈 수레만 요란', '아전인수에 자화자찬', '마이웨이 선언', '거짓말' 등 거친 표현을 내며 혹평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국민을 제대로 섬기겠다는 최고지도자의 의지 표명은 정말 환영할만하다"며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잘 받들고 좇아가겠다는 자세를 표명해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해 문제점이나 현실에 대한 인식을 정확히 하고 있고, 거기에 대한 나름의 해법까지 제시하려고 노력한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하지 않나"라고 치켜세웠다.

김형동 수석대변인도 "윤석열 정부는 이번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로 국민의 뜻을 경청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며 "국민의 의견을 자양분으로 윤석열 정부는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며, 미래 대한민국을 향한 위대한 여정에 국민과 언제나 동행하겠다"고 논평했다.

반면 야권은 매우 인색한 평가를 내놓았다. 한마디로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빈 수레만 요란했다"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말"이라고 혹평했다.

정의당도 진솔한 사과나 국정기조 전환, 인적 쇄신에 대한 책임있는 입장은 없고, 100일 동안 국정 성과를 홍보하는 아전인수와 자화자찬, 마이웨이 선언에 그쳤다고 가세했다.

특히 인적 쇄신과 국정 쇄신 요구가 국민들의 뜻임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철저하게 다시 챙기고 검증하겠다"면서도 "정치적인 국면 전환, 지지율 반등 등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변한 데 대해 여전히 국민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닌지 의아하다고 힐난했다.

또한 국정수행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원인이 윤 대통령 본인에게 있음에도 근본적 상황 인식과 쇄신 대책도 없이 "앞으로 잘 하겠다"는 식의 태도로는 현재의 국정 난맥과 혼란을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尹대통령, 모두발언 A4용지 5장 분량 중 4장을 국정 성과 홍보에 할애... 논란 키워

윤 대통령의 이날 A4용지 총 5장 정도인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약 4장 정도를 취임 100일 동안의 국정 성과를 홍보하는데 할애했다. 성과 내용 중엔 전 정권으로부터 이어진 정책 등도 있어 명확히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국정 성과로 열거한 내용 중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 발표', '누리호 발사 성공 및 민간 중심 우주산업 기반 마련',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바이오헬스 혁신 방안 마련', '추가경정예산 긴급 편성 및 소상공인 손실보전금·금융지원' 등 내용은 현 정부만의 성과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또한 '폭등한 집값·전셋값 안정', '징벌적 부동산 세제·대출 규제 집중적 개선', '민간 투자·일자리 창출 위한 세제 정상화', '탈원전 정책 폐기, 원전 생태계 복원 노력 경주' 등도 아직 성과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거나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의견이 많다.

다만 ▲민간·시장·서민 중심으로 정책기조 전환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된 경제정책 기조 ▲성역 없는 지출 구조조정과 공공부문 지출 절감 착수 ▲공공기관 재편 및 통폐합 등을 통한 공공부문 효율성·생산성 제고 ▲주거급여 확대·공공임대료 동결·깡통전세와 전세 사기 대응 특별단속과 전세 보증금 보호 방안 마련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복지 강화 측면에서는 성과로 인정받을 만한 내용도 있다.

외교·안보측면에 있어서도 ▲약화된 한미동맹 강화·정상화-강화된 대북 확장억제 체제 구축 ▲한일관계 신속 정상화 추진 ▲미국과 경제 안보 협력 강화-글로벌 공급망·외환시장 안정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역사상 최초로 나토정상회의 참석으로 외교력 확장 등도 100일간의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과거 국가 사정 권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 민주적 통제에 따른 투명한 기능 수행을 통해 대통령의 초법적 권력을 헌법과 법률 틀 안에 들어오게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과거 민정수석실이 맡았던 인사검증업무는 법무부에 설치된 인사정보관리단에서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경찰 업무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을 신설해 국민과 국회에 의해 통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부분도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지난 휴가기간, 정치를 시작한 후 1년여의 시간을 돌아봤고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도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하는 것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다"면서 "그동안 국민의 응원도 있었고 따끔한 질책도 있었다. 국민들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늘 국민의 뜻을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거듭 자세를 낮췄다.

최근 20%대에 머물러 있는 낮은 지지율의 해법 중 하나로 제기되고 있는 인적 쇄신에 대해선 "정치적인 국면 전환이나 지지율 반등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라면서도 "벌써 시작했지만, 대통령실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고 있다"고 밝혀 대통령실 개편 시기가 당겨지고 있음도 시사했다.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한 국정 운영을 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향후 대내외 현안 해결과 관련해선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북한의 비핵화를 결단하면 대규모 경제적 지원을 하는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는 "먼저 다 비핵화하면 우리가 다음에 지원한다는 뜻이 아니라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거기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도와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선(先)비핵화 후(後)대북지원’의 과정이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 즉 남북 간 지속가능한 평화 정착에 합의한다면 경제적·외교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노동개혁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도 확고했다. 노동도 현실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공급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강조점이다. 이전과 같은 강대강 노동쟁의를 벗어나 먼저 대화와 타협이 진행되도록 하고, 만일 어렵다면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尹대통령, 임기 1700여일이나 남아... '국정운영 동력' 확보 매진해야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100일이 지났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재임기간이 1700여일이나 남았다. 하지만 집권 초반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정 수행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 여소야대 정국에선 '협치'만이 해답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도 이날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 과제에 대해 "중장기 국가 개혁 플랜으로, 정부가 어떤 방향을 갖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국민여론을 세세하게 파악한 후 거기에 터를 잡아서 정부와 국회, 그리고 시민사회가 초당적, 초정파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석열 정부, 국민과 함께한 100일'이라는 제목의 참고자료를 통해 윤석열 정부 100일의 10가지 성과를 발표하면서 첫 번째 성과로 '닫혔던 청와대 개방'을 꼽았다. 청와대를 나옴으로써 공간과 형식이 지배하던 권위주의 정치권력을 끝냈다는 설명이다.

그 다음으로 취임 후 현재까지 총 36회의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통해 128개의 기자 질문에 답한 것도 '국민과의 소통 약속'을 지킨 것으로 자평했다.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 소통은 '약(藥)이 아니라 독(毒)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서로 상생의 길을 걷는 소통이 되어야 한다.

여야(與野) 가림이 없이 많이 만나고, 전문가들로부터 많이 듣고, 그로부터 나온 핵심 정책을 국민에게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져도 너무 떨어져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언제쯤 안정을 찾을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 꺾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이러한 복합위기 속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마저 상실하게 된다면 전후 70년 동안 일궈놓은 대한민국의 경제가 한순간에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우리가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민족이긴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때와 사뭇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취임 100일을 넘은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 '진정한 협치'를 통해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