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광장 김태환 회계사. (법무법인 광장 제공)
올해는 대한민국과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이 공식 외교관계를 맺은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그 사이 베트남과의 경제적 교류가 비약적으로 증대하였으며, 베트남은 2022년 5월 현재 중국과 미국에 이은 대한민국의 3대 수출국으로 발전하였다.
베트남의 경우 삼성전자를 포함한 많은 국내 기업이 현지에 제조설비를 두고 제품생산을 위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출·수입거래가 활발한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국내기업이 마주하는 베트남의 현지 소득세가 베트남 외국인계약자세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베트남의 외국인계약자세를 외국납부세액공제 대상세액으로 인정한 것은 5년이 채 되지 않았으며, 외국인계약자세의 외국납부세액공제 적용 및 법인세 환급청구에 대한 최초의 다툼은 불과 작년에 조세심판원에서 결정되어 마무리된 바 있다.
"동일 소득에 대하여 두 번 과세하지 않는다"는 이중과세금지의 원칙은 국내 세금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납부한 세금과 국내 세금의 관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원칙이다.
법인세법 제57조에 근거하여 내국법인의 과세표준에 국외원천소득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로서 국외원천소득에 대하여 법인의 소득 등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과세된 세액이 있는 경우 이를 해당 법인의 산출세액에서 공제함으로써 이중과세 조정을 해주는데, 이를 법인세법의 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라고 한다.
실무상 내국법인이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신청하기 위한 기본 요건을 다음의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내국법인이 외국에서 징수당한 세금이 소득에 부과된 세금이어야 하고(이하 "외국납부세액 공제요건①"), 외국법 내지 조세조약에 따라서 적법하게 징수당하여야 하며(이하 "외국납부세액 공제요건②"), 이러한 때에도 국외원천소득이 대응되는 법인세 산출세액을 한도로 외국납부세액을 공제해준다(이하 "외국납부세액 공제요건③").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본래 외국인계약자세는 소득에 부과된 세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외국납부세액공제 대상세액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2016.3.4. 기획재정부 국제조세제도과-112; 2016.4.28. 서면-2015-법령해석법인-1756 등).
이와 같은 오해는 외국인계약자세의 명칭과 과세방식에 일정부분 기인하고 있다. 소득세(Income tax)라는 표현대신 계약자세(Contractor withholding tax)을 사용하고 있는 점과 외국인계약자세는 소득을 지급하는 자가 지급하는 금액의 일정요율을 곱한 세액을 원천징수하고 납세의무를 종결하는 방식을 허용한다는 점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외국인계약자세를 국내법상 법인세 또는 소득세의 지위에 있는 세금과는 다른 종류의 세금으로 해석한 탓이다.
그러나 이는 외국법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오해로, 베트남 외국인계약자세법은 비거주자의 개인소득세 또는 외국법인의 기업소득세 징수방법의 특례일 뿐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임이 계약자세법 본문 내에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이후 감사원의 국세청 실태조사의 결과로 유권해석에 대한 시정조치 요구를 통하여 2018년 비로소 기획재정부가 공식적으로 베트남 외국인계약자세의 성격을 외국납부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현지의 소득세로 인정한 바 있다(2018.2.6. 기획재정부 국제조세제도과-152).
한편 베트남 외국인계약자세가 현지의 소득세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내국법인이 외국인계약자세를 외국납부세액 공제받기 위해서는 전술한 두 가지 공제요건을 추가로 충족해야 한다. 해당 세액이 (i) 현지법 및 조세조약에 따라서 적법하게 징수당했어야 하며 (ii) 국외원천소득이 대응되는 법인세 산출세액의 한도 내의 금액이어야 한다.
기획재정부의 2018년 유권해석 이후에도 납세자의 외국인계약자세 법인세 환급 청구에 대하여 국세청은 이를 거부하였으며, 납세자와 국세청의 길었던 5년여간의 다툼 끝에 이에 대한 조세심판원의 결정(이하 "대상결정")이 작년에 나왔다.
해당 사건의 판단에 5년이나 소요된 이유는 의례적으로 작년 대상결정(조세심판원 2021.03.29. 2020중0300)에 앞서 같은 사건으로 두 번의 재조사결정(조세심판원 2018.07.04. 2015중5405; 2019.08.13. 2018중5081)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두 차례의 재조사결정과 관련해서는 청구법인의 사실관계가 현지에서 고정사업장이 성립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가 주된 쟁점이었다(외국납부세액 공제요건② 관련). 고정사업장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국세청의 주장은 현지에서 수행한 청구법인의 활동이 예비적·보조적 활동 수준이고, 또한 베트남에 별도의 고정사업장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 고정사업장의 신고유무는 고정사업장 판단의 결과일 뿐 조세조약상 고정사업장의 성립여부를 판단할 때 어떠한 효력을 미치지 못한다. 국세청이 이를 몰랐을리 만무하나 해당 사건의 결정문에서는 국세청이 이를 주된 근거로 내세웠음이 확인된다.
결국 조세심판원은 청구법인 사실관계를 비추어 보아 현지 고정사업장이 성립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2019.08.13. 조심2018중5081).
고정사업장 성립을 인정한 재조사 결정 이후에도 국세청은 납세자의 주된 사업활동이 국내에서 수행되는 바 청구법인의 베트남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국외원천소득금액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환급을 재차 거부하였으며, 이에 대상결정에서는 청구법인이 베트남에서 징수된 외국인계약자세가 공제한도 내의 금액인지가 쟁점이 되었다(외국납부세액 공제요건③ 관련). 국세청은 사업상 전체 가치사슬(value chain)을 고려할 때 청구법인이 베트남에서 수행하는 사업활동의 가치와 공헌도가 미미하므로 국외원천소득금액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그 금액이 미미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인세법 제57조의 외국납부세액공제한도를 위한 국외원천소득은 공헌도 대신 수입금액에 대응하는 직접경비와 간접경비를 차감하여 소득금액을 산정토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주장은 외국납부세액 공제한도 계상방식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논지의 납세자 주장에 대하여 조세심판원이 인정해주면서 5년 여간의 대단원이 마무리되었다. 조세심판원 2021. 03. 29. 2020중0300 결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