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으로 무너진 與... '비대위 체제'로 위기 극복 시도

尹지지도 폭락… ‘권성동 리스크'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무게 실려

다수 최고위원 사퇴·초선의원들 성명서… 결국 권 대행 사퇴 입장 밝혀

'사적채용·내부총질' 노출로 20대 지지율 하락폭 커, 3040대도 10%대

'비대위 체제' 원만한 출발 가능?... 이준석계 강한 반발로 '난항' 예상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20%대 후반으로 폭락했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과 격차가 없거나 경합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임기 시작 80여 일만에 총체적 난국에 봉착했다.

'사적채용·내부총질' 후폭풍에 흔들거리면서 권선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무대행을 맡은 지 23일 만이다.

권 대행은 지난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이 엄중한 위기에 직면했다. 국민의 뜻을 받들지 못했다.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여러 최고위원 분들의 사퇴 의사를 존중하며, 빠른 당의 수습이 필요하다는데 저도 뜻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 역시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조속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상황 변화는 '윤 대통령 지지율 폭락'이 크게 영향을 미쳤겠지만 앞서 '사적채용'과 '내부총질' 문자 노출로 인한 '리더십 리스크'가 주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과에 사과가 연이은 권 대행이 리더십으로는 더 이상 당을 이끌어 갈 수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먼저 배현진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배 의원은 29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80여일이 되도록 속 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충족시켜 드리지 못했다"면서 "지금이라도 누구 한 사람이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많은 애정과 열정으로 지적해주셨던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굉장히 송구스럽다"며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에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고 강조하며 비대위 전환을 압박했다.

이어 조수진 의원도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각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의 엄중한 경고에 책임을 지기 위해 최고위원직을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체적인 복합 위기다. 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정부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여권 3축의 동반 쇄신을 강조했다.

윤영석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직에서 전격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은 사죄를 드리며, 이에 국민의힘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배현진·조수진 최고위원에 이어 윤영석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권 직무대행 사퇴와 함께 사실상 당 최고위 체제가 붕괴됐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준석계 김용태 최고위원 등은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이준석계는 당이 비대위 체제로 갈 경우 이 대표의 복귀가 사실상 물 건너가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권성동 대행체제'에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권성동·장제원 등 소위 '윤핵관‘들의 2선 퇴진도 함께 촉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윤핵관'들이 현재의 총체적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2선으로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김기현 "대통령에 부담 지워", 안철수 "조기전대" 입장

차기 당권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김기현‧안철수 의원은 '비대위 체제' 전환과 '조기 전당대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29일 "중차대한 시기에 당 지도부가 땀 흘리며 일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돕기는 커녕 도리어 부담을 지워드려 마음이 무겁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권성동 대행체제’를 강력 비난했다.

또 오후에는 "누란지위 필사즉생…선당후사(累卵之危 必死卽生…先黨後私)"란 글귀를 올리면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안 의원 역시 이날 BBS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권 대행이 8월 1일쯤 의원총회를 열어 재신임을 묻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질문에 "(권 대행에 대한) 재신임이 안 되면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겠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권 직무대행 체제로 흔들림 없이 나가야 한다'며 힘을 실은 바 있는 안 의원으로서는 현 상황 전개가 권 대행제체로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 역시 31일 페이스북에 지도부 집단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지만, 당 대표 직무대행은 헛발질만 계속하고 있고, 당 수습을 위해 제대로 나선 의원들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현주소"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성동 당 대표직무대행은 본인의 사심과 무능만 드러냈을 뿐 야당과의 협상, 당이 나아갈 새로운 비전 무엇 하나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리더십만 바닥을 드러냈다"며 "권 대행은 지금 당장 모든 직을 내려놓고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라"고 직격했다.

이와 함께 "최고위원들도 책임에서 예외는 아니다. 무얼 주저하느냐"며 지도부 집단 사퇴도 촉구했다.

국민의힘 초선 32명 비대위 전환 요구 성명서 지도부 전달

당 초선의원 과반인 32명도 연판장을 통해 비대위 체제를 강력 주장하고 있다.

'친윤'인 초선 박수영 의원은 29일 오전 초선의원 단체 채팅방에 "최고위원직을 던진 결단을 존중하며 신속한 비대위 전환을 촉구한다"라는 성명서를 올리고 동참을 촉구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을 정상화시키고 윤석열 정부의 개혁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매진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포함한 당원 여러분은 당을 살리려는 초선 의원들의 충정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초선의원 절반가량인 32명의 의견을 모아 비대위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그는 성명서 전달 후 취재진에게 "큰 대의는 그대로다. 과반에 달하는 우리 초선의원의 서명을 해서 전달했다. (63명 중) 32명이 서명했다"며 "지도부의 결단을 보고,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다시 액션을 취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다만 원내대표를 사퇴하라고 내용은 없고, 권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사퇴를 압박했다고만 했다. 이후 권 대행은 '수용' 입장을 밝혔다.

尹지지도 28%... '사적채용·내부총질' 노출로 20대 하락폭 커, 3040대도 10%대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여 만에 국정 수행 지지율이 28%를 기록, 처음으로 30%선 아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8%,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2%로 각각 집계됐다.

6월 둘째주 53%에서 한 달 넘게 하락해왔으며, 지난주 32%에서 하락세가 멈춘 듯했지만, 이번주 조사에서는 추가로 4%포인트 더 떨어졌다고 한국갤럽은 밝혔다.

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 지역과 보수층에서도 윤 대통령 직무평가에 대한 긍·부정률 격차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지역별로 긍정 평가는 광주·전라 9%(10%p↓), 대전·세종·충청 19%(9%p↓), 부산·울산·경남 32%(6%p↓), 대구·경북 40%(5%p↓), 서울 28%(5%p↓) 등의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세대별로 긍정 평가는 18∼29세에서 9%포인트가 하락한 20%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낙폭이 가장 컸고, 30~40대는 10%대로, 20대, 50대는 20%대의 처참한 기록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윤 대통령을 지지층인 60대도 긍정과 부정이 역전되었고 70대도 50%선이 붕괴되었다. 전 세대에서 지지율이 무너진 것이다.

부정 평가의 이유로는 인사(21%), 경험·자질 부족·무능함(8%),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8%), 독단적·일방적(8%), 소통 미흡(6%), 전반적으로 잘못한다(5%), 경찰국 신설(4%), 직무 태도(3%), 여당 내부 갈등과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문자메시지 노출(3%) 등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비대위 체제' 원만히 출범할까?... 이준석계 저항 커 '난항'될 듯

최고위원 과반수가 사퇴 의사를 밝히고 권 직무대행도 '비대위 체제' 수용을 밝힌 가운데 정미경·김용태 등 이준석계 최고위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민의힘 '비대위 제체'가 원만하게 출범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준석계는 '권 직무대행 체제'를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당이 비대위 체제로 갈 경우 이 대표의 복귀가 사실상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윤리위 징계에서 '사고'로 되어있는 이 대표의 경우 비대위 체제가 되면 '궐위'가 되기 때문에 당대표직 복귀가 불가능해진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윤리위 결정은 당원권 정지 6개월인데 만약 비대위로 가면 '제명'과 같은 효과를 최고위가 줘버리는 것"이라며 "권 직무대행 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용태 최고위원 역시 31일 페이스북에 당 최고위원들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지금 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저 대통령실의 의중만을 살피고 눈치 보기에 바쁜 정치인들은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당헌당규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뒷받침할 아무런 명분도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며 "어둡고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원칙에 따라 저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겠다"고 말해 사퇴 압박을 강력 거부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계 최고위원의 사퇴 거부가 뚜렷한 명분이 없어 비대위 체제 출범을 저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 윤리위 징계 조치 이후 전국 순회 중인 이준석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를 겨냥해 "저 자들의 우선순위는 물가안정도 아니고, 제도개혁도 아니고, 정치혁신도 아니다"라며 "그저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나즈굴과 골룸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또한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며 비대위 체제 움직임에 강력 반발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필두로 이준석계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당헌 제96조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 비대위 설치 원인이 된 비상상황이 종료되면 전당대회가 소집돼야 한다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이 대표의 윤리위 징계가 ‘궐위’가 아닌 ‘사고’로 정리된 바 있어 최고위 기능이 상실 상태가 돼야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다. 그러면서 배현진·조수진·윤형석·성일종 등 최고위원들이 사퇴를 표명하거나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최고위 기능이 상실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비대위원장 임명을 직무대행이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관건으로 보인다. 현재 당헌당규에는 당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게 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석상 논란이 있는 셈이다.

1일 여름휴가에 들어간 윤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고, 집권여당의 내홍 또한 깊어지면서 자칫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지적한 바대로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는 말이 현실화될 것인 지, 아니면 임기 시작 80여 일만에 20%대로 추락한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는 절묘한 대책을 마련할 것인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일단 국민의힘'‘비상위 체제'로의 전환이 현 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이견이 없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당 내홍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당헌당규 개정 등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동반 급락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어떻게 위기 상황을 극복해 갈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