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활성화" VS "빨간 청개구리"… '주식 양도세' 개편 논란

윤석열 정부 첫 세제개편, 주식 양도세는 100억원 이상 자산가만

증권거래서 단계적 인하

금투세 및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양도세 사실상 폐지에 야권 '부자감세' 공세

금투세 유예는 업계 혼란 초래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세제개편이 종부세, 법인세, 소득세 등 대부분의 세목에서 '감세'로 점철된 가운데, 금융투자 관련 세제도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주식 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 대상이 극히 일부로 한정된다는 점이다. 이미 소문이 파다했지만, 내년에 도입될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의 2년 유예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금융 관련 세제는 지난 대선 때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양도세 폐지와 증권거래세 유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상대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은 이와 정반대인 양도세 유지와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으로 맞선 바 있다. 윤 대통령의 공약대로 양도세를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은 이번 개편안에 실리지 않았다. 하지만 주식을 100억원 이상 보유해야 양도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포함, 사실상 폐지라는 주장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양도세 기준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이번 세제개편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이미 국회 문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이재명 의원은 '빨간 청개구리' 같은 정책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금투세 유예와 관련해선 납세자와 업계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단 2년 유예하고 상황에 따라 다시 도입 여부를 검토하자는 것인데, 사전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업계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금융 관련 세제 어떻게 바뀌나
구체적으로 현행법은 종목별 일정 지분율 또는 일정 보유금액 이상을 가지고 있는 자를 대주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코스피는 1%, 코스닥은 2%, 코넥스는 4%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 대주주다. 아울러 지분율에 미달하더라고 종목별로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 과세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지분율 규정은 삭제되고, 전체 보유금액 100억원 이상만 과세대상이 된다. 시기는 내년 이후 양도하는 분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지분율 기준을 없애는 이유에 대해 개인별 주식 보유금액이 같더라도 기업의 규모에 따라 지분율이 달라져 과세 여부가 달라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개인투자자가 코스피 상장법인 주식을 9억원 보유하는 경우 해당 법인이 시가총액 900억원 이하라면 지분율 1% 이상이라 과세가 되지만, 시가총액이 900억원 초과라면 비과세되는 현실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굳이 과세기준을 100억원 이상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선 최근 주식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으로의 신규자금 유입을 유도해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면 일반투자자도 혜택을 본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본인 및 기타주주 합산에서 본인 주식으로만 산정하는 방식도 추가됐다. 가족 등 친족이 무슨 주식을 가지고 있든 본인 주식으로만 고액주주를 판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존의 기타주주 합산과세가 친족관계가 변화된 현실에 맞지 않고 과도한 세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수용해 이같이 변경한다고 밝혔다. 본인은 소액주주인데 직계존비속이나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을 합산해 과세되는 사례가 있어 형평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친족의 개인정보인 주식 보유 여부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 세부담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금투세와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2025년 시행으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대내외 시장여건과 투자자 보호제도 정비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투세가 유예되면서 증권거래세 인하도 시기가 늦어진다. 당초 증권거래세는 내년부터 코스피의 경우 0%, 코스닥은 0.15%가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코스피의 경우 내년 0.05%, 2025년 0%로 단계적으로 인하된다. 코스닥은 내년 0.2%, 2025년부터 0.15%가 적용된다. 현행 증권거래세는 코스피 0.08%, 코스닥 0.23%다.

■ 이재명 "슈퍼리치와 초(超)대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 이번 개정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주식 양도세 대상 완화'다. 100억원이라는 기준점을 제시했지만, 주식으로 100억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는 극히 드물다는 이유에서 사실상의 양도세 폐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99억원을 보유하고 있어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선 '부자감세'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정부 세제개편에 맞서는 개정안을 따로 마련했다. 이재명 의원이 후보 시절 내세운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것.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증권거래세 폐지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금투세가 도입되는 2025년까지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한 후 아예 폐지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고 의원의 증권거래세 폐지안은 금투세 시행으로 인해 양도세 기준이 강화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2025년 5000만원 이상 양도에 대해 과세하는 금투세가 도입되는데, 증권거래세까지 이중으로 부과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논리다.

고 의원은 정부의 양도세 완화 개편안에 대해선 "정부는 예외적으로 양도세를 부과할 수 있는 대상을 현행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 보유자로 대폭 줄일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대상자는 1만명 가량으로 줄어든다"며 "부자 감세로 인한 막대한 세수 결손은 개인 투자자가 메꾸게 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펼쳤다.

지난 2017~2020년 주식 양도세 100분위 자료(상위 1%는 1000분위)에 따르면 양도소득액 상위 0.1%가 전체 양도세의 37.6%가량을 납부했다. 상위 10% 기준으로는 95%를 납부했다. 개편안에 대해 전체 주식 양도세의 90% 이상을 납부하는 상위 10%에게 감세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권에 도전 중인 이재명 의원도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5일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위기를 기회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빨간 청개구리' 같은 정책"이라고 혹평했다. 이 의원은 "슈퍼리치와 초(超)대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이라며 "정말 옳지 않은 정책인 만큼 정부에 입장 전환을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정의당은 윤 대통령의 양도세 폐지 공약이 나올 때부터 이미 결사반대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이번 세법개정에 대해 "금투세 도입은 2년 유예하고, 주식양도차익 과세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완화하며 가상자산 과세도 2년 유예된다"며 "사실상 고액 자산가의 손을 번쩍 들어주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 금투세 유예, 업계 혼란 초래… "내년 예정대로 도입해야" 한편, 금투세 유예 대한 논란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금투세란 현재 대주주에게만 과세하는 주식 양도세를 모든 상장주식 대상으로 확대하는 제도다. 금융투자 상품에서 실현된  모든 손익을 통산해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으면 20%(3억원 초과분은 25% 적용)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금투세 시행을 2025년으로 2년 유예했는데, 문제는 2025년부터 시행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5년으로 일단 유예해 그때의 시장 상황을 보고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만약 유예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당장 내년부터 금투세는 시행된다.

이같이 시행 시기에 대해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운데, 투자자와 업계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지난 정부에서 바꾸기로 한 대로 시스템을 구비하느라 막대한 개발비를 들였는데, 세법을 다시 바꾸기로 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금투세에 대한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나 회장은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된 하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1월 1일 금투세 시행을 계산해서 전산준비를 하고 있다"며 "2년 유예된다면 비용 측면에서 매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글로벌로 저희가 선진화된 시장으로 가기 위해 이러한 과세체계 필요하다 생각한다. 정부가 2년간 유예하기는 했지만 기왕 저희는 전산준비하는 마당에서 (내년)1월 1일 시행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도 내년이 금투세를 도입하기 알맞은 시기라는 주장이 나온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올해는 주식시장이 좋지 않아서 과세대상이 많지 않을 것이므로 금투세 도입의 적기로 판단한다"며 "주식시장이 나아지면 더욱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산수익에 대한 주요한 세원 역할을 할 수도 있으므로 유예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가상자산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