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방송에서 유명연예인들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 때 ‘자진납세’라는 말로 분위기를 사로잡는 경우를 본다. 세금이란 말이 실생활 용어처럼 낯설지 않게 됐다. 통계적으로 보면, 사업자나 근로소득자 중 약 40% 상당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전체 국민을 기준으로 보면 절반 이상은 세금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셈이다.
그럼에도 세금은 국민적 관심 사항이다. 세금신고를 100% 완벽하게 할 수 있을까. AI가 도입되면 가능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어렵다’라는 입장이다. 매출과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더라도 세법 적용시 사실판단 이슈라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세제도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사람의 머리와 손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사회 구성원간 합의(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 태어남으로써 주어지는 권리와 의무도 있음)에 반하는, 반질서적이고 공공복리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제재가 뒤따른다. 그중 하나가 세무조사다. 세무조사에는 공권력이라는 강제적 수단이 동원된다.
세무조사는 국세기본법과 개별 세법에서 규정한다. 세무조사를 통해 잘못된 세금 신고내용을 바로잡는다. 구체적으로 장부나 증빙서류 등을 검증하고 장부기장 내용이 이해가 잘 안 되거나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질문을 통해 실질 내용을 밝혀낸다. 세무조사는 장부 및 증빙서류 등의 확인 검사권과 관련인에 대한 질문조사권 행사를 통해 실행된다.
세무조사는 세금을 제대로 신고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그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끝난다. 세금신고 내용 중 누락된 부분이 있다면 페널티 성격의 가산세를 포함하여 추가로 세금을 거둔다. 그리고 처음부터 세금을 탈루할 목적으로 부정한 수법을 동원한 경우에는 조세범처벌법 및 조세범처벌절차법에 따라 형사범에 준하는 방식으로 사법당국에 고발 조치가 이루어진다.
납세자에게 세무조사란 어떤 의미일까.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는 예방주사 정도로, 어떤 이는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로, 또 다른 이에게는 전신마취의 대수술이 될 수 있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세무조사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세무공무원으로서 그리고 세무사로서의 경험을 반추해본다. 세무사에게 세금은 숫자로, 돈으로 말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세무공무원으로서-30년도 넘어 어느 기업인지도 떠오르지 않지만, 첫 세무조사에 동참했을 때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세무조사 착수전에는 기업분석 등 사전준비를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스포츠 경기나 게임에 참여한 선수처럼 승부욕 같은 의지가 생겼던 것 같다. 특별한 실적을 냈을 때의 감정은 마치 골을 넣거나 게임에 이겼을 때의 기분이랄까, 약간의 들뜬 느낌도 있었다. 사안에 따라서는 오래 간다.
납세자는 세무조사가 끝날 때까지 불안하다. 투자자의 불안감을 나타내는 각종 공포지수, 사회생활과 관련된 사회안전지수, 개인적인 심리상태를 알 수 있는 스트레스 지수, 우울 지수, 불안지수 등 다양한 심리불안지수가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아마도 세무조사로 인한 불안지수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세무대리인으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부담감이 든다.
세무공무원에게 있어 세무조사를 통해 징수하는 세금은 마치 조폐공사와 금융기관의 돈처럼 종이나 숫자로 다뤄질 수 있다. 일반적인 납세자에게 있어 세금은 출혈과 같다. 혈세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음 직하다. 출혈이 심하면 생명이 위태롭다. 어찌 보면, 정부가 세무공무원에게 부여한 곳간 크기만큼 납세자가 부담할 짐이다. 곳간을 채워야 하는 사람과 인심을 내는 사람이 다르고 혈세를 부담하는 사람과 그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동일하지 않은 것이 세상 이치거나 모순이다.
누군가는 세무조사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예술에 비유하자면 종합예술격이다. 배우(납세자와 세무공무원 그리고 세무사등)가 무대(사업장)에 등장하여, 관객(제3자, 국민)에게 각자의 주어진 역할에 맞춰 열연을 펼친다. 희곡(세금신고 및 세무조사 과정과 내용)은 매번 다르게 써 내려간다. 흥행 여부는 그때그때 다르다. 어떤 주연을 썼는지가 결정적 요인일 수도 있고 각본에 좌우되기도 한다. 운이라고도 한다. 우리의 인생처럼 희극도 있고 비극도 있다.
TV 드라마(MBC ‘닥터로이어’)에 ‘의사는 수술실에서 생명을 구하고, 변호사는 법정에서 인생을 구한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순간 ‘그렇다면 세무사는?’에 대한 답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의사는 수술실에서 생명을 구하고, 변호사는 법정에서 인생을 구하며, 세무사는 현실에서 삶을 구한다’ 하겠다. 생명을 얻고 인생을 구한 사람도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현실에서의 삶이 가능하다.
◆ 글쓴이 :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약력]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