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스테핑 2개월... "국정 철학 보이지 않아" 지적 많아

尹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46.6%→44.4%→37.0%→33.4% 급락세

‘연연해하지 않아'→'원인 알면 잘 해결'에 2주 걸려... 곤혹감 표출

네티즌들 "尹대통령, 철학 배여 있는 발언 부족"... 참모진 비판도

전문가들 "임기 초반 野와 협치해야, 전 정권 비판도 자제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원만한 대국민 소통을 위해 시작한 도어스테핑이 2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대통령의 발언에 국정 철학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2주전인 지난 4일 지지율이 30%대로 처음으로 하락했을 때에만 해도 "별로 의미가 없다. 유념치 않겠다"고 무덤덤하게 답했지만 18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선 “(지지율 하락) 그 원인을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라며 곤혹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불과 2주일 만에 지지율 인식에 대한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민심 이반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감으로 해석된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30%대 초반으로 떨어지고 부정 평가가 60%대를 넘어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리얼미터가 지난 11∼15일(7월 둘째 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국정수행 관련 조사를 한 결과 긍정평가는 33.4%, 부정평가는 63.3%로 집계됐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60%대를 넘어선 것이다. 3주째 부정평가가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며 긍정평가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6월 넷째 주 부정(47.7%)이 긍정(46.6%)을 앞지르는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이후 긍정은 44.4%→37.0%→33.4%로 계속 떨어진 반면 부정은 50.2%→57.0%→63.3%로 상승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뢰로 지난 15~16일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수행 지지율(긍정)은 32.0%, 부정평가는 63.7%로 나타났다. 긍·부정 격차가 거의 2배다. 지방선거 직전 조사(6월 1일 공표)에서 긍정(20.2%p↑)이 앞섰던 이후 6주 연속 하락추세다.

한국갤럽 역시 지난 12~14일 사흘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을 조사한 결과 32%가 긍정평가했고 53%는 부정평가했다고 발표했다. 6월 2주차 53%에서부터 이번 주 32%까지 연속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33%에서 53%로 반대 현상을 보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경제민생회의 주재, 정부업무보고 등 행보로 경제위기에 맞서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탈북어민 강제북송' 프레임으로 보수층 결집을 도모하며 지지율 하락 추세를 막는데 주력했지만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하락 흐름을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공통적인 분석이다.

(리얼미터 조사는 응답률 4.6%, 표본오차 ±2.0%p(95%신뢰수준), KSOI 조사는 응답률 6.7%, 표본오차는 ±3.1%p(95%신뢰수준). 한국갤럽 조사는 응답률 10.8%, 95%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네티즌들 "尹대통령, 철학이 배여 있는 발언 부족"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폭락하자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은 집권초 국정운영 동력 상실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지지율 하락에는 윤 대통령 자신의 책임도 크나 참모진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참모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네티즌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신선한 의사소통 방식이기는 하나 대통령으로서 신중함과 깊이 있는 철학이 배여 있는 발언이 부족하다", "국정 운영에 임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설득력 있는 문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매일 도어스테핑이 필요하지는 않다. 미국의 경우도 특별한 경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절제된 언어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의견도 냈다.

이외에도 "‘대책이 없다’는 말은 필요 없다", "대변인이 할일을 왜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가?"며 도어스테핑 부정의 목소리와 함께 "이랬다저랬다. 철학 없음이 철학인 무식한 정부! 큰일이다"라는 질타도 쏟아냈다.

전문가들 "대통령·집권여당, 신중한 국정수행해야... 野와 협치해야"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좀 더 신중한 국정수행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은 현재 신(新)냉전체제 돌입과 함께 신(新) 3고 시대 도래로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시점에 윤 대통령과 여당이 국정 운영에 대한 우선순위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채 과거에 매몰되어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중차대하고 위급한 시기에 전 정부 실정과 실책에 대한 시시비비보다는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측면이나 국제 정세에 능동적인 대처를 위한 대응방안 모색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고유가·고물가·고환율 3중고로 매일 고통에 허덕이고 있는 국민과 기업경제를 하루라도 빨리 정상궤도에 올려 미국의 긴축정책으로 인한 더 큰 경제위기 도래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생경제와 관련성이 적은 현안에 매몰되어 윤 정부가 내세운 국정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그 반작용으로 지지율 하락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출범 두 달을 겨우 넘긴 윤 정부의 국정 수행에 엄청난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효율적인 국정 수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여야 협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19일 조세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협치'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반기 회기가 시작됐지만 국회는 지난 5월 30일 이후 공전을 거듭하며 개점휴업 상태다. 민생보다는 국회 주도권 싸움에 몰두하고 있어 대화의 물꼬를 터기 위해서는 여당의 양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 인사는 "임기 초반 원만한 국정 수행을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차기 총선에서 승리해 여대야소의 정국이 되지 않는 한 야당의 협조 없이 원만한 국정 운영은 어렵다"며 "집권 초기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윤 대통령과 여당은 현재 야당과 강 대 강(强對强)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래가지고서는 국정 운영 동력의 추가 상실은 물론 민심으로부터 더 멀어질 수 있다"고 크게 우려했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두 달 만에 지지율이 이처럼 폭락한 경우는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때다. 취임한 지 불과 3개월만인 광우병 촛불집회 정국으로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해 임기 초반 레임덕을 맞았다. 

尹대통령의 '내로남불'적 언행 바람직하지 않아... 전 정권 비판 자제해야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정권의 인사·외교·국방·경제 및 사회 안전망 등 전반적인 국정 운영에 대해 매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청와대 비서관과 장관급 인사에 대해서 그랬고,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도 날을 세웠다. 지금 그 반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결국 '내로남불'의 되풀이인 셈이다.

인사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전 정부와 비교해 보라"는 발언을 결국 끓는 기름에 물을 부은 격이 되어 버렸다. 아전인수격인 해명에 지지해온 국민들의 기대감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민생은 무능력, 인사는 무검증, 수사는 무차별적인 이 '3무(無) 정권'에 국민은 벌써부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던진 경고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8일 방송된 MBN 시사교양 프로그램 ‘판도라’에 출연해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윤 대통령을 향해 "사실 30% 초반 정도면 그래도 국정 동력을 살려나갈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여기서 더 추락하면, 방치해선 곤란하다"며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지 노력을 보여줘야만 극복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도어스테핑'을 두고도 "국민이 정부에게 바라는 바를 제대로 이행해서 국민이 수용하는 걸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이라 한다"며 "아침마다 기자들하고 만나서 몇 가지 질문에 답한다고 해서 소통이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나타난 상황을 가지고 국민이 판단하는데 자꾸 과거와 비교해서 '우리가 더 낫지 않냐' 그렇게 하면 오히려 국민이 '정권교체를 했는데 왜 저런 얘기를 하느냐'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언급을 자제할 것도 당부했다.

실제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도어스테핑 논란의 책임소재에 대해 물은 결과 응답자의 47.3%는 '윤 대통령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답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요 정책이나 인선을 두고 내부 소통 혼선이 실재하기 때문(14.0%)', '참모진의 보좌 부족(6.3%)' 등 부정적 답변이 대다수였다. 반면 '윤 대통령이 격의 없고 솔직한 스타일이기 때문'이라는 긍정평가는 24.2%에 그쳤다(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6.3％.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정 동력 회복 위해선, 우선 민생·경제 위기 극복 대책 내놓아야

지금 대통령실 그리고 정부여당이 해야 할 일은 인수위가 내놓은 110대 국정과제 중 민생과 경제 관련 시급한 과제를 최우선순위로 정해 국민과 소통하고,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이반된 민심을 회복하고 국정 운영 동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을 입을 모았다.

아울러 전 정부 실정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좀 더 시간을 두고 냉정하게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다수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해 30%대마저 무너진다면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언론이 취임 두 달만에 이처럼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강하게 드러낸 적이 있었는 지도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대통령실 참모진은 국정 운영 우선순위를 가려서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대통령의 입만 보고 가는 참모는 필요 없다’는 경구를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