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다른 정권하고 사람의 자질 비교해보라"... 논란 확산
부실인사 논란 속 박순애 등 임명 강행... 전 정권과 차별성 없음 비판
여론조사 결과, 尹대통령 지지율 대폭 하락... '데드크로스' 지속
野 비판은 물론 여권도 지적... '민주당처럼 하라는 게 아냐' 쓴소리도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비서실장과 함께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부실인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낙마 등 부실인사 지적에 반박하며 한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해보세요.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듭된 부실인사 비판에 불쾌감마저 숨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와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급락하고 있다. 부실인사 논란, 경제 급속 악화 등이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순방 효과는 전혀 없었다.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2~4일 사흘간 전국 성인 1천28명에게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전주보다 2.7%포인트가 하락한 42.6%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53%로 전주보다 3.2%포인트 높아졌다.
앞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2일 이틀 동안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5주 째 하락 흐름을 이어가며 부정평가가 긍정평가에 비해 오차범위 밖의 격차로 높게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TBS방송 의뢰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42.8%였고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51.9%였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4.0%포인트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4.5%포인트 올랐다.
지난주 0.6%포인트 박빙의 격차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았지만 이번 조사에는 9.1%포인트 오차범위 밖의 격차로 벌어졌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의 하락 원인은 ‘여권 내부의 갈등’(24.5%), ‘고물가 등에 대한 경제 대책이 미흡하기 때문’(21.4%) 순으로 꼽혔다.
알앤써치 여론조사는 100% 무선전화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3.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KSOI 여론조사는 으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황당무계한 변명만 늘어놨다고 비판했다.
연이은 검증 실패의 책임을 무겁게 인정하고 인사권자로서 결자해지는 못할망정 민심을 완전히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도 질타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명 강행에 대해선 국민 간 보기만 하다가 악수를 둔 것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취임 50일 만에 윤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다고 비판하며 대통령실 인사검증라인의 무능함에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도 이날 오후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5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배경에는 국민들이 전 정권보다 나은 정도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도 우선 기대했던 것 만큼에 대한 어떤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인사와 관련한 참신함이 없었고, 일부 실패 인선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 함께 최근 경제상황이 위중하고 민생이 어려운데 정부여당이 해결책들을 적시에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더해 국민의힘 청년대변인 출신인 박민영 대변인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가 50보 100보의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서로를 '내로남불'이라 지적하는 작금의 상황은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여야가 음주운전 전과자를 장관으로 임명하고, 당의 대표로 추대하는 상황에서 어찌 음주운전을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냐" "성추문 인사가 연이어 임명되는 상황에서 어찌 민주당의 성범죄를 비판할 수 있겠냐"며 음주운전 경력의 박 장관 임명과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 지명을 한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는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시행착오였다고 생각한다. 건전한 비판에 의한 자정 능력만 잃지 않는다면, 얼마든 대기만성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면서 "지난 12월의 난국도 그 같은 개방성과 결단력으로 극복한 윤석열 대통령이었기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믿음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새 정부 인사에서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해 인사 검증 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임명된 사례가 다수 나왔다. 국세청장, 교육부장관, 합동참모본부의장 등이다.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는 임명도 한동훈 법무부장관 등 다수다.
부실인사 파장이 확산되는 데는 새 정권과 이전 정권의 차이점이 없다는 데 있다. 국민들은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와 숱한 의혹에도 임명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기 원한다.
"그럼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일단 국민의 눈높이에 못 미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도 이전 정권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훌륭하신 우리 총장님"이라며 검찰총장에 임명한 바 있다.
'전 정권 장관보다 낫다'는 표현은 소위 '제 얼굴에 침 뱉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대통령의 언어라고 보기에도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민심을 읽고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국정 운영을 해야 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기본적인 태도라는 게 중론이다.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다. 연연하지 않고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도 어폐(語弊)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론이 바로 국민의 뜻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항상 민심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민심의 이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정운영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내적 집중력과 평정심 속에서 '균형적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윤 대통령이 만취 운전, 논문 표절 등으로 퇴진 압박을 받았던 박 교육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임명이 늦어져서 언론의, 또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말한 것도 매우 부적절하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또는 검증 과정이 험난했던 인사에 대해 임명장을 주면서 "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이 오히려 일을 잘한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있다"고 한 발언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자질 부족으로 비판을 받은 점을 '언론 탓, 야당 탓'으로 떠넘기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태라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민심이 보내는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된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불과 50여일이 지났을 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과한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의미도 새겨볼 만하다.
민심과의 괴리가 커진다면 국민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광화문 시대'를 주창했다 무산된 문 전 대통령이나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윤 대통령의 기본적 생각은 같은 것으로 보인다.
부실인사 논란 속에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민심이 천심'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