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 해제 이후에도, 무효확인 구할 법률상 이익 인정"

이렇게 확정된 조세채권은 법원의 확정판결이 없더라도 그 내용이 특정되면 행정청이 자력집행을 할 수 있다. 조세채권은 국가재정의 터전이니 사권(私權)보다 강한 효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체납이란 국세를 지정납부기한까지 납부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국세징수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납세자가 신고했으나 납부하지 않은 경우 또는 아예 신고하지 않은 경우 관할 세무서장은 납세자에게 납부고지서를 발급하고(국세징수법 제6조), 납세자가 그 고지서에 적힌 기한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관할 세무서장은 원칙적으로 그 기한이 지난 후 10일 이내에 체납된 국세에 대한 독촉장을 발급한다(국세징수법 제10조 본문). 그래도 납부하지 않으면 자력집행으로 나아가는데(국세징수법 제24조), 세법에서는 이를 "강제징수(종전 명칭 체납처분)"라고 부른다(국세징수법 제3장).

강제징수 절차는 압류, 매각, 청산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각각 국세징수법 제3장 제2절, 제3절, 제4절).

이때 압류는 해제 요건이 국세징수법 제57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압류와 관계되는 체납액이 충당된 경우 등이 해제요건에 해당한다. 체납액이 충당되어 압류가 해제되었는데 압류처분에 무효사유가 있다면 이미 해제된 압류처분에 대해 무효확인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명시적으로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는 판결을 했지만, 제2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하여 본안판단으로 나아감으로써 이미 해제된 압류처분에 대해서도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두48144, 이하 '대상판결').

먼저 사실관계를 보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 과세관청은 원고에게 종합소득세 등 3가지 세목에 대해 부과처분을 했고 원고가 납부하지 않자 원고의 급여채권 등 7가지 재산에 대해 압류처분을 했다(이하 "이 사건 각 압류처분").

이후 원고는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에 대해 불복했고 법원은 그 불복을 받아들여 부과처분이 취소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각 압류처분이 각각의 위법사유가 있어 무효이므로 해제가 아니라 소급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제1심 법원은 직권으로 무효확인의 소의 법률상 이익을 판단하면서 결국 각하판결을 선고했다. 제1심 법원은 이미 해제되어 효력이 소멸한 압류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고, 이 사건 각 압류처분이 모두 해제된 이상 현재의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거나 이에 대해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이 유효적절한 방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제1심 법원은 회복할 수 있는 권리나 이익이 남아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는데, 잔여 체납세액이 있으며, 달리 이미 충당된 세액을 반환받는 등 이 사건 소로써 어떠한 원상회복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제2심 법원은 무효확인의 소의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여 본안판단으로 나아갔다.

이 사건 각 압류처분이 당연무효가 아니라면 이 사건 각 압류처분으로 중단된 징수권의 소멸시효가 압류해제일 이후부터 다시 시작되는 결과 그 소멸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피고가 또 다시 원고의 재산에 압류처분을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즉, 원고로서는 피고로부터 체납을 이유로 또 다시 압류처분을 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그러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 사건 압류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고, 법원은 국가의 징수권이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되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해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본안에서는 이 사건 각 압류처분에 원고 주장과 같은 하자가 존재하지 않고,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이 취소된 사정은 압류처분의 취소사유에 불과할 뿐 무효사유가 아니며, 설령 원고 주장과 같은 하자가 존재하더라도 그 하자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해야만 비로소 하자 유무가 판단될 수 있는 것으로서 외관상 명백하지 않아 당연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결국 기각판결을 선고했다. 그리고 대법원도 이러한 제2심 판결이 옳다고 판단했다.

대상판결 전까지 법원은 압류처분이 해제되고 나면 그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고 보아 모두 각하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대전지방법원 2018. 4. 3. 선고 2017구합105189 판결 등 참고).

그런데 대상판결을 계기로 이제부터 납세자는 체납세액이 충당되어 압류처분이 해제된 후에도 압류처분에 무효사유가 있다면 무효확인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는 5억 이상의 국세는 10년, 5억 미만인 국세는 5년인데(국세기본법 제27조 제1항), 압류는 소멸시효 중단사유이다(국세기본법 제28조). 세금 부과처분이 정당하더라도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국가는 세금을 징수할 수 없다(국세기본법 제26조 제3호). 즉,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이 정당하더라도 압류처분이 무효라면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지 않고 완성되어 납세자의 납세의무가 소멸한다.

대상판결은 과세관청이 우월한 지위에 있는 조세법률관계에서, 압류처분이 무효라면 과세관청이 이를 해제한 이후에도 납세자가 기간제한 없이 다투어 국세징수권을 소멸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고, 이로써 과세관청의 자력집행을 올바른 길로 유도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두4814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