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패배 책임 두고 '종착역 없는 갈등 폭주'... "해결 출구 보이지 않아"
최재성 "출구없는 내홍으로 가다간 완벽하게 '폭망'할 것" 일침
김종민-고민정=신동근, "이재명 책임론' 제기... 초선 '더민초'도 의총 촉구
친이 '7인회' '이재명 책임론' 일축, '친문 책임론'으로 맞받아... 공방 격화
NBS 여론조사 결과, '깜깜이 기간' 중 민주당 지지도 20%대로 추락, 비상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더불어민주당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박홍근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최재성 전 의원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내홍이 심상치 않다. 전당대회를 앞둔 터라 내홍의 크기가 점점 커지는 모양새"라면서 "'이재명 출마론'부터 '불가론'까지 대책 없이 갈등만 가열되고 있다"고 탄식했다.
최 전 의원은 "이번 선거는 이송역(이재명-송영길)에서 출발해서, 윤박역(윤호중-박지현)에 비상정차했다가, 김포공항에서 끝난 선거"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친명(친이)은 윤박역이 문제였고 이재명이라서 더 망할 거 선전했다고 하고, 반명(친문 등)은 이송역때문에 망했다고 한다"며 "양측의 어떤 교집합도 없는 상황에서 해결의 출구가 생길 리 만무하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출구 없는 내홍으로 가다가는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당이 ‘폭망(폭삭 망하다)’할 것"이라며 "앞으로 올 민주당의 불행은 지금의 상상을 훨씬 넘을 것"이라고 했다.
최 전 의원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객관적인 평가다. 대선과 지선은 물론 지난 5년의 우리 당의 모습에 대한 입체적이고 총체적인 평가가 우선"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그 평가 주체가 반명·친명이 아닌 의원들과 인사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당 전면 쇄신을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당내 선거용 의원 모임은 다 해체해야 한다“면서 ”당권투쟁 개인정치의 온상이고 분열의 거점이니 말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친문 김종민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선 참패와 관련, "대통령선거에서 졌으면 적어도 몇 달 자숙하고 성찰하고 그러면서 선거 의미를 존중해줘야 된다"면서 "이번 지방선거에 졌다. 그런데 그걸 주도했던 두 분이 다시 또 당의 전면에 나선다면 국민들한테 더 큰 심판을 받는다"고 경고했다.
그는 친이계인 ‘7인회’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이재명 책임론'을 강하게 반박한 데 대해서도 "당 전체 안에 총괄선대위원장과 핵심후보인 이재명 후보, 그 다음에 서울시장"이라며 "대선후보를 국회의원 공천한 것 이게 우리 당의 잘못 중에서 제일 두드러진 잘못"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정성호 의원 얘기를 부연하면 만약에 그래서 정말 이재명 후보가 나가기 싫어 안 나가려고 했는데 정말 당에서 억지로 당을 위해서 나가달라 이렇게 결정했다면 그 결정한 분들이 책임지면 된다"며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본인들이 주장했다 본인들이 그렇게 밀어붙였다 그럼 본인들이 책임지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조기전대론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정말 잘못이라고 보는 게, 조기전대라는 게 6개월 정도 당기면 모를까 한 달이다“라면서 ”저는 이건 평가 없는 전당대회를 위한 그런 불순한 의도라고 본다"고 힐난했다.
앞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의원도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했다.
고 의원은 전날(2일) 오후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이재명 후보께서 그런 선택을 한 것에 대해서 저는 조금 비판의 목소리를 냈었던 바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내부에서는 치열하게 하되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과연 당에 옳은 것일까라는 판단 때문에 자제해왔었는데, 그게 조금 후회스럽기도 하다"며 "그래서 이제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고 좀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점에 대해 "만약 거기(계양을) 묶이지 않았더라면 전국선거판을 좀 더 적극적으로 리드할 수 있었을 텐데 전략의 실패"라며 "더 큰 곳에서 쓰였어야 될 칼을 더 작은 곳에 씀으로 인해서 모두에게 좀 안 좋은 국면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이재명 지지자들이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후보(당선인)가 승리한 게 이재명 덕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김동연 후보가 승리했다고 해서 민주당의 승리인가,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인물의 승리인 것이지 민주당의 승리는 결코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앞서 친문(親文) 핵심인 신동근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대선, 지선 패배에 책임 있는 지도부와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질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신 의원은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패배의 책임자들이 어떤 반성과 성찰의 시간도 없이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선을 책임질 비대위를 만들었다“며 ”숱한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의 요구’를 포장하여 송영길과 이재명의 ‘품앗이’ 공천을 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를 ‘대선시즌2’로 만들었다. ‘이재명살리기’ 프레임으로 만들었다"며 친이(親 이재명)계를 강력 비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초선의원모임 '더민초' 의원들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은 3번의 선거를 연속으로 패배함으로써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며 "가장 시급하게 대선·지방선거 결과 및 지난 5년 민주당의 모습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당 지도부에 "한시도 늦출 수 없다. 이러한 평가는 다수가 폭넓게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한다“면서 ”소수가 밀실에서 논의하는 과정이 아니라, 의원들과 당원·지지자·일반 국민 등 민주당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이(친명)계 인사들은 친문의 '이재명 책임론' 공세에 강력 반발하며 향후 이재명 의원주도의 당 운영을 강력 주장했다.
7인회 멤버인 문진석 의원은 전날(2일) 페이스북에 친문의 ‘이재명 책임론’에 강하게 반발한 뒤, "대통령 취임 23일 만에 치루는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오만한 것"이라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오셔서 총괄 선대위장 하셨다고 한들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제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던 손혜원 전 의원 역시 ‘이재명 책임론’에 반발, 오히려 지방선거 패배의 탓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 돌렸다.
특히 7인회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3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이) 앞으로 당의 개혁을 이끌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현재 당을 개혁하고 이끌어갈 인물이 이 의원 말고 누가 있느냐"고 절대적 지지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이어 "이 의원이 당권을 잡고 무엇을 한 것도 아닌데 당 일각에서 ‘이재명 책임론’을 얘기하고 있다"며 "이 의원이 당대표로 선거를 이끈 것도 아니고 당을 운영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선의 연장전처럼 됐는데, 이는 이 의원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이 의원은 직접 선거에 나와 당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는 여론 때문에 선당후사를 위해 보궐선거에 나섰고 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것"이라고 강변했다.
아울러 "이재명 책임론을 얘기하기 전에 국민이 만들어준 촛불 정권을 5년 만에 넘겨줬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며 이번 지방선거 참패의 이유를 친문 책임으로 돌렸다.
대선에 이어 지선에서 연속 패배한 민주당이 ‘이재명 책임론’과 ‘친문 책임론’이 두고 상호 책임 공방을 하며 그 끝을 알 수 없는 내홍의 깊은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앞서 박지현 공동선대위원장의 ‘586 퇴진-당 쇄신’을 주장으로 윤호중 공동선대위원장과의 갈등이 표출되면서 시작된 당 내홍이 지선 패배와 함께 향후 당권을 둘러싼 계파간 갈등으로 확산되며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2년 후 총선 공천권이 달린 차기 당대표와 지도부 구성은 민주당이 제1야당의 진면목을 보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선거 2연패로 집권 5년 만에 여당을 내준 민주당이 몰락해 가는 당 정체성을 회복하고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지는 차기 당대표와 지도부 구성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달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 1천14명을 대상으로 전국지표조사(NBS)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48%, 민주당 27%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주 전 조사 때보다 6%포인트 급등한 반면, 민주당은 3%포인트 하락하면서 지지율 격차가 21%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민주당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해 6월 셋째 주(29%) 이후 약 1년 만에 처음이다(조사 응답률은 15.8%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