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광장 이상원 회계사. (사진 = 법무법인 광장 제공)
세법상 가산세는 과세권의 행사 및 조세채권의 실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납세의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에 규정된 신고, 납세 등 각종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하는 행정상의 제재이다.
따라서 단순한 법률의 부지나 오해의 범위를 넘어 세법해석상 의의(疑意)로 인한 견해의 대립이 있는 등으로 인해 납세의무자가 그 의무를 알지 못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어서 그를 정당시할 수 있는 사정이 있을 때 또는 그 의무의 이행을 그 당사자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하는 사정이 있을 때 등 그 의무를 게을리 한 점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제재를 과할 수 없다(대법원 1992. 10. 23. 선고 92누2936,2943 판결,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두66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두44711 판결 등 참조).
위의 대법원 판례는 가산세와 관련된 쟁점을 다투는 판례와 예규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판례 중 하나로 국세기본법 가산세 감면조항에서 말하는 납세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데 대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 기준이 되는 판례이다.
해당 판례가 많이 인용되었다는 것은 납세자의 가산세를 납부하지 않은 사유가 세법상 가산세 감면을 적용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수많은 판례가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례와 예규는 어느 정도 축적되어 이제는 납세자들 스스로가 자신이 가산세를 납부하지 않은 사유가 국세기본법상 가산세를 감면해주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색해 봄으로써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납세자가 가산세를 납부하지 않은 사유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은 언제로 보아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세법에서는 그 판단시점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 판결('대상 판결')에서는 "가산세를 면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별 세법에 따른 신고·납부기한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그 판단 시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상 판결의 원심에서는 "원고들이 종업원들의 횡령을 방지하기 위하여 직원들을 순환 근무시키는 등 나름의 근무체계를 구성하였음에도 직원들이 횡령행위를 하여 그 횡령사실을 쉽게 발견하기 어려웠고, 2013. 1. 세무조사 과정에서 직원들의 계좌가 공개되면서 횡령 사실이 드러나게 된 후 2013. 2. 6.경 비로소 그 사실을 알고 직원들을 고소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이 2013. 2. 6.경 이전에 위조 입장권 판매대금을 매출로서 신고를 하지 않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있고, 그 이후에는 매출 신고와 관련 세액을 신고 납부할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특정시점(해당 사안에서는 2013.2.6.경)을 기준으로 전·후 시점에 있어 '정당한 사유'의 존재 유무를 다르게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 판결에서는 "원고들은 2013. 2. 6.경 비로소 종업원들의 횡령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고, 누락된 원고들의 매출에 관한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및 교육세의 신고·납부기한은 모두 그 이전이므로, 위 각 신고·납부기한 당시 원고들에게는 가산세를 면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여 '정당한 사유'의 판단 시점을 개별 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고·납부기한이라고 명확히 하여 판단 시점 이후의 원고들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판시하였다.
세법에서는 납세자에게는 납부의무 외에 과세권의 행사와 조세채권의 확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협력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납세자가 관련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 가산세는 부과된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가산세 납부의무가 성립하는 시점인 개별세법에 따른 신고·납부기한이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판단 시점이 되어야 한다는 대상 판결의 논리는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하다.
하지만 대상 판결은 '정당한 사유'의 판단 시점을 명시적으로 판단한 첫 판결이라는데 의의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상 판결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만약 개인 납세자가 소득세법에 따라 5월까지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하였는데 이후 기간에 자신의 소득이 과소신고 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과소신고는 가산세를 면할 '정당한 사유'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해당 개인 납세자는 자신이 과소신고한 소득에 대하여 스스로 수정신고하고 추가 세액을 납부할 유인이 있을까?
대상 판결에 따라 해당 개인 납세자는 소득세 신고·납부기한에 '정당한 사유'가 성립하였기 때문에 이후의 기간에 있어 과세관청에 의하여 적발되지 않는 경우 과소신고 분에 대한 본세 역시 내지 않을 수 있다는 나쁜(?)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다른 법률상의 논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원활하고 공정한 세정을 위해서 납세자가 신고·납부기한 시점에 알지 못하였던 '정당한 사유'를 알게 되는 경우에 있어 해당 시점 이후 일정기간 내에 납세자로 하여금 자진신고를 강제하게끔 하는 규정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대법원 2022. 1. 14. 선고 2017두41108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