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내부인력 대신 증권·운용사에 위탁 운용
금융투자업계는 1000조원 시장 전망
◆…여의도 증권가 전경.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금융투자업계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이달 14일 도입된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로 퇴직연금까지 유입되면 OCIO 시장이 향후 1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3기 전담운용기관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기존 2기 전담운용기관인 이들은 오는 7월부터 4년간 약 43조원을 운용하게 된다.
OCIO는 자산 규모가 큰 기관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외부기관에 운용을 일임하는 것을 말한다. OCIO 시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개사가 과점하고 있다.
OCIO 전체 운용자산은 100조원대로 추산되는데 대부분이 5개 대형 공적기금에 집중돼 있다. 주택도시기금(43조원) 공적연기금투자풀(30조원) 산재보험기금(22조원) 고용보험기금(10조원) 민간연기금투자풀(3조원) 등이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근퇴법) 개정안에 따라 이달 14일부터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가 도입되면서 근로복지공단은 이달 말 OCIO 사업자 선정에 나서기로 했다. 중소기업 퇴직연금 규모는 현재 4조원 수준이지만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기금에서 투자전문가를 따로 고용하기보다는 증권사나 운용사에 맡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퇴직연금 특성상 변동성을 줄여 안정적인 운용이 필요하다 보니 펀드, 채권, 주식 등에 자산을 분산해 일정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전략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술적 자산배분과 투자종목 선택 시 OCIO의 외부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다”며 “직접 운용하는 것보다 OCIO를 통해 운용수익을 내는 게 비용이 더 저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뿐만 아니라 각종 공제회, 대학기금, 사내유보금을 운용하려는 기업 등이 OCIO의 잠재적 고객군이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924개 법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67.2%가 2년 안에 OCIO를 활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내부 인력으로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기보다는 전문가들에게 맞춤형 포트폴리오와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들은 조직개편을 통해 OCIO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솔루션 본부 산하에 OCIO솔루션을 신설했고, NH투자증권도 OCIO사업부 산하 전담 기획부서와 운용부서를 새로 만들었다. 미래에셋증권은 기금운용팀과 OCIO컨설팅팀을 신설했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OCIO팀, 신한금융투자는 IPS그룹 내 OCIO본부를 각각 만들었다.
KB증권은 지난해 말 OCIO 영업 확대를 위해 OCIO 마케팅팀을 OCIO 영업부로 승격시키고 OCIO운용부도 별도로 조직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OCIO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크지 않지만 향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OCIO 시장 활성화를 위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수의 자산보유자가 대규모 자금을 일회성으로 위탁하는 시장 특성으로 인해 비합리적인 수수료가 일반화되고 OCIO 운용사간 출혈 경쟁으로 사업성 악화가 누적되고 있다”며 “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운용보수 체계를 갖춰야 OCIO 시장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