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광장 이환구 변호사 (사진 = 법무법인 광장 제공)
이러한 경우 재무적 투자자들은 당초의 목표대로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주식 매각 등을 통해서 차익을 실현하고, 그렇지 않으면 일정기간 후 원본과 이자 상당의 수익을 회수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목적의 투자구조로는 (i) 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한 후 해당 기업에 상환권을 행사하여 이자 상당의 수익을 가산한 상환금액을 지급받는 방식, (ii) 풋옵션 약정에 따라 전략적 투자자에게 당초 투자금액에 이자 상당액을 가산하여 받고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 등이 있을 수 있다.
최소한도의 보장수익을 해당 기업이 직접 지급하는지, 아니면 전략적 투자자가 지급하는지에 따른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어느 방식이든 재무적 투자자가 이자 상당의 수익을 실현하였을 경우 그 수익의 본질 내지 실질은 동일한 것으로 보이나, 현재의 실무에 따르면 세법상 취급이 일관되어 있지 않다.
먼저, 후자의 방법 즉 전략적 투자자를 거래 상대방으로 하여 이자 상당의 수익을 실현한 사안에 관하여는 최근 조세심판원의 결정(조심 2019중2280, 2020.12.15)이 있었다.
민간투자사업을 위한 법인을 함께 설립한 건설출자자(전략적 투자자)와 금융출자자(재무적 투자자)는 풋옵션계약을 체결하여 금융출자자는 5년 후 건설출자자에게 액면가액에 이자 상당액(옵션프리미엄)을 가산한 금액으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옵션을 갖게 되었고, 이에 따라 금융출자자는 실제로 풋옵션을 행사하여 건설출자자로부터 이자 상당의 수익을 옵션프리미엄 형태로 받았다.
건설출자자는 옵션프리미엄을 이자비용으로서 법인세법상 손금에 해당한다고 보고 법인세를 신고 납부하였으나, 과세당국은 옵션프리미엄이 주식의 취득 부대비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손금불산입(유보)하여 법인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8호에서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을, 같은 항 제12호는 이와 유사한 소득을 이자소득으로 열거하고 있으므로, 금융출자자가 받은 옵션프리미엄은 이자소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고, 과세당국도 같은 이유로 풋옵션행사차익이 이자소득으로서 원천징수 대상에 해당한다고 해석하였다(법규소득2012-219, 2012. 6. 29).
따라서 양도인(풋옵션 행사자) 입장에서 이자소득과 양도소득을 구분하고 이에 대응하여 이자비용과 취득가액을 나눈다고 한다면 옵션프리미엄이 양수인(풋옵션 상대방)의 이자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급자의 비용 성격을 판단함에 있어 상대방의 소득 구분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소득 구분과 비용 성격이 항상 일관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금융출자자의 출자금의 사용주체는 출자 받은 법인이라는 점에서 다른 출자자가 그에 대한 사용 대가인 이자를 지급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과세당국이 옵션프리미엄을 이자비용이 아니라 주식 취득가액의 일부로 본 근거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에 의하면 해당 금액은 지출한 사업연도가 아니라 옵션거래로 취득한 주식을 양도한 사업연도에 손금산입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안에서 조세심판원은 건설출자자들이 금융출자자들에게 이익을 보장하고 출자를 유도할 수밖에 없었다는 등의 사실관계를 근거로, 법적 형식(주식매매 거래)이 아니라 경제적 실질(금전소비대차)에 따라 옵션프리미엄을 지급한 사업연도의 이자비용으로서 손금 산입을 인정하였다. 이는 조세심판원인 손금 산입 여부 등과 관련하여 실질과세 원칙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후자의 방법 즉 발행 기업에게 상환전환우선주에 따른 상환권을 행사하여 이자 상당의 수익을 얻은 사안의 경우, 유권해석(법령해석과-3271, 2018.12.14.)과 하급심 판례(서울고등법원 2021. 7. 14. 선고 2020누57822 판결)는 주식이라는 법적 형식에 초점을 맞추어 그 이자 상당의 수익을 배당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의하면 재무적 투자자가 이자 상당의 보장수익을 전략적 투자자로부터 받으면 이자소득이 되지만, 발행 기업으로부터 받으면 배당소득이 된다.
옵션프리미엄을 지급한 전략적 투자자는 어느 경우이든 손익거래로서 손금의 귀속시기가 문제되는 반면, 상환우선주에 따른 상환대금을 지급한 발행 기업은 자본거래(배당)와 손익거래(이자)를 구분하여 손금 산입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상환우선주는 대표적인 혼성금융증권의 하나로서 신종자본증권 등 이른바 다른 형태와 일관된 판단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경제적 실질만 놓고 풋옵션에 따른 프리미엄과 상환우선주 상환대금 중 이자 상당액을 동일하게 취급하여야 한다고 단순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본거래와 손익거래의 구분이 주식과 사채의 상법상 형식에 좌우된다고 볼 법적 근거는 찾기 어렵고, 대법원은 일찍부터 자기주식의 거래가 자본거래(배당소득)인지, 손익거래(양도소득)인지의 판단에 관하여도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대법원 1992. 9. 22. 선고 91누13571 판결 등).
또한, 법적 형식에 따라 손금산입 여부가 좌우된다면 혼성금융증권이 조세 회피에 남용될 염려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 다수의 입법례는 법적 형식 이외에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이자와 배당을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법적 형식에만 의존하여 이자와 배당을 구분하는 입장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 조세심판원 2020. 12. 15.자 2019중2280 결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