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위기 상황에서 안보 공백 우려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반대 입장 밝혀
"오늘 국무회의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예비비 안건 포함 안 될 것"
"임시 국무회의로 처리 가능"... 靑 타협 여지 남겨둬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에 최장 시간 기록 세워... 양측 모두에 큰 부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서로 상반되는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22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문 대통령 ［사진=청와대］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직접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발표하면서 국방부 등의 연쇄 이전 비용을 총 496억원으로 추산하고, 정부에 예비비 조달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전날(21일) 오전 브리핑에서 "인수위법 7조에 보면 인수위 업무에 따른 것 뿐만 아니라 관계 부처에 협조를 요청할 근거가 마련 돼 있다"며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검토를 거쳐 내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 국무회의에는 예비비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문 대통령이 참석해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런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 센터 이전이 안보 공백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수석은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와 합참, 청와대 등이 모두 준비한 가운데 이전하는 게 순리"라며 "정부는 당선인 측과 인수위에 이런 우려를 전달하고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국방부·합동참모본부 등 군 주요지휘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을 반대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로 읽혀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예비비의 국무회의 상정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직 아직 당선인측과 협의가 안 된 상황에서 국무회의에 예비비 안건부터 올릴 계제가 아니라는 입장인 셈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언제든지 (당선인 측과)협의가 잘되면 임시국무회의를 바로 열어서 처리할 수 있으며 그 과정은 크게 어려운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협의 여지를 남겨뒀다.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간 협의가 어떻게 되는 가에 따라 청와대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문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좀 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 수석과 장 실장은 양측 회동을 위한 실무협상을 전날(21일) 재개했다. 그러나 당선인측은 어떤 의제가 논의될지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지난번 청와대 회동이 한 번 순연된 이유는 밝히지 않기로 상호 합의한 바 있다“며 "앞으로도 어떤 의제가 조율됐다, 혹은 의제가 있다는 설명을 드리고 들어가기는 아마 어려울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MB사면·인사권 등을 언급한 1차 회동 무산 전 브리핑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신중 모드로 전환된 셈이다.
양측이 실무협의는 들어갔으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은 역대 정부에 비해 가장 늦게 성사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신구권력 충돌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어 원활한 정부이양 문제도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이날 오후 "집무 시작은 용산이 아닌 통의동 사무실에서 할 것"이라며 "5월 10일 0시 부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고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현 정부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대 정권이양기에 어느정도 힘겨루기가 펼쳐진 사례는 있지만 이처럼 초유의 신구권력 간에 대립구도에 전개된 적은 없었다. 따라서 양측 모두 큰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타협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를 광화문 시대로 열겠다는 공약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지만 실제적으로는 안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집무실 이전을 포기했다. 집무실 이전 문제가 초미의 관심을 불러오면서 양측이 어떤 방식으로 합의를 이룰 지에 관심이 더해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은 10일을 넘긴 사례가 없다. 그러나 22일 현재 당선된 지 12일이 지났음에도 양측의 회동 일정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은 당선 후 9일만(12월28일)에 만났고, 2012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도 9일만(12월28일)에 만났다. 김영삼-김대중 만남은 1997년 대선 직후 2일만(12월20일)에 만났고, 노태우-김영삼 만남은 1992년 대선 3일만(12월21일)에 회동, 김대중-노무현 회동은 2002년 대선 4일만(12월23일)에 이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