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촉박한 집무실 이전은 무리"... 文-尹 충돌

文-尹 인사 문제 이어 집무실 이전 이슈로 재차 충돌... 신구권력간 갈등 심화

文 "尹 당선인 입장엔 공감... 안보위기 고조로 안보 공백과 혼란 초래해선 안돼"

"정부, 당선인측과 인수위에 우려 전하고 필요한 협의 충분히 거쳐 최종 결정"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로의 이전에 대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윤 당선인과의 회동 전부터 국가안보를 두고 충돌 양상을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개최된 국가안정보장회의(NSC) 확대관계 장관회의에서 "새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를 이전하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대선때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약한 바 있어서 청와대를 국민들께 돌려드린다는 입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안보역량 결집이 필요한 정부교체기에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 청와대 중심으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등 대공방어체계 조정 문제도 검토되어야 한다"며 "시간에 쫓겨야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청와대와 국방부 등 모두 보다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라고 힘줘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당선인측과 인수위에 이런 우려를 전하고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며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날 밤 12시까지 국가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다. 국방부와 합참 등 관련 기관은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림없이 임무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윤 당선인측에 집무실 이전 계획 재검토를 요구함에 따라 오는 22일 국무회의에 청와대 이전 비용을 예비비로 충당하는 방안도 상정되지 않기로 했다. 윤 당선인측은 당초 집무실 이전 비용 496억 원을 예비비로 충당하기로 하고 현 정부에 협조를 구한 상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시간을 갖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예비비 상정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언제든 협의가 잘되면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안보 공백 우려'에 대해선 "통상 정부교체기에 안보가 가장 취약한 것이 역대 대체적인 상황들이었고, 4월 중에는 북한의 연례적 행사가 있다. 또한 올해만 10번을 발사하는 등 북한의 미사일발사 흐름이 지속되는 상황이고, 한미간 연례적 훈련행사도 있다"며 "4월, 이 시기가 한반도 안보에 있어서 가장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간 회동을 위한 실무협의도 중단되는 거냐는 질문에 대해선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비서실장간에 계속 소통창구가 열려서 협의하고 있다"며 "(집무실 이전)문제는 전체적으로 우리 정부의 모범적 인수인계와는 별개다. 안보문제는 인수인계가 잘 되는 가운데 좀 더 세밀하게 검토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조기 이전 결정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신구권력간 정권이양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전망과 함께 이번주로 예상됐던 양측의 회동이 또다시 연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