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해당 방송사 직원...“수년간 크렘린궁의 스피커가 돼 온 사실 부끄럽다”
◆…14일 (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채널 TV 1 뉴스 도중 벌어진 반전 시위<사진 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19일 차에 이례적인 반전(反戰) 시위가 벌어졌다. 러시아 국영 TV 뉴스 도중 한 여성이 전쟁 반대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난입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4일 오후 9시 31분경(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채널1 TV 뉴스 중 한 여성이 진행자 뒤로 나타나 피켓을 들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종이에는 ‘전쟁을 중단하라. 프로파간다(정치 선전)를 믿지 마십시오. 그들은 여기서 여러분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인들로부터’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Info'는 난입 시위를 펼친 여성이 해당 방송사 직원인 마리아 오브샤니코바라고 밝혔다. 오브샤니코바는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번 사건으로 기소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 4일 러시아 군대의 신용을 떨어뜨리기 위한 공개 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대해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자를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러시아군에 관한 허위 뉴스를 유포할 경우 최대 징역 3년을 선고받을 수 있으며, 해당 뉴스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경우 징역 15년까지도 가능하도록 했다.
오브샤니코바는 난입 시위 전 촬영한 영상에서도 자신의 아버지가 우크라이나인임을 알리며 러시아의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그녀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범죄이고 러시아는 침략국이다. 그 침략에 대한 책임은 오직 한 사람의 양심에 달려 있으며 그 사람은 바로 푸틴"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몇 년 간 채널1에서 근무하며 러시아 국민들에게 거짓을 말하고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의 정치선전을 해 온 사실이 매우 부끄럽다"고 했다. 오비샤니코바는 "지금 전 세계가 우리에게서 등을 돌렸다. 우리 후손들도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수치는 영원히 씻지 못할 것"이라며 전쟁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오직 분별력 있고 영리한 러시아 국민의 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영 TV는 러시아 뉴스의 주요 출처이자 수백만 러시아 국민들이 시청하고 있다. 국영 TV는 ‘우크라이나에서 신나치(Neo-Nazis) 세력이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어 우크라의 비무장화·비나치화를 위해 러시아가 특수 군사작전에 돌입했다‘는 침공의 정당성을 그대로 보도하는 등 크렘린궁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을 통해 반전 시위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젤렌스키는 "거짓 정보에 맞서 싸우고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는 러시아인들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전쟁 반대 포스터를 들고 채널1의 스튜디오에 들어간 여성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