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 횡령 사고' 왜 조기에 적발 못했나… 방지책은? 

한국감사인연합회, '횡령사고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재인식' 성명서 발표

"오스템 횡령, 독립 검증에서도 오랫동안 적발되지 않았다는 것 납득하기 어려워"

"경영진이 앞장 서서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될 뿐"

"분반기 검토에서도 금융결제원 온라인 조회 활용 의무화 해야"

"소규모 상장사 감사 면제는 시대 흐름 역행하는 것"

횡령사고 방지를 위해 외부감사인의 분기·반기 재무제표 '검토'에서 금융결제원의 온라인 조회를 의무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 규정은 상장사 재무제표 검토 시 감사와 달리 금융기관에 대한 외부조회를 통한 테스트가 강력하게 요구되지 않고 있는데, 이로 인해 오스템 임플란트 횡령사태를 조기에 적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소규모 상장사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와 외부감사 면제는 시대의 흐름에 혁행하는 제도라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한국감사인연합회는 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횡령사고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재인식'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감사인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코스닥 상장회사인 오스템임플란트의 재무팀장이 PDF 편집프로그램으로 잔액 증명서를 위조한 후 총자산의 20%가 넘는 2200여 억원의 자금을 횡령했는데도 경영진이 몰랐다고 언론에 보도된 사실은 그 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일 직원의 횡령 사고를 공시한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거래를 정지시켰는데, 이번 횡령 사고는  마치 누전차단기 없이 전기를 사용하다 초래된 인재와도 같다는 것이다.

감사인연합회는 "기업의 경우 금전사고에 대한 예방장치로서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작동을 멈추게 되는 경우 그 기업뿐만이 아니라 주식시장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다른 투자자에까지 손해를 끼친다"고 전했다.

"제도 마련돼도 회사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

감사인연합회는 우선 내부통제가 제대로 설계되고 운영되는지를 스스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시하도록 외부감사법에서 적극적으로 규율하도로 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회사 경영진이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강행법규로 외부감사법에서 특별히 규율하고 있는 내부통제임을 회사의 경영진은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설계와 운영은 회사의 각 기관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하며, 건전한 지배구조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2020년도 사업보고서에는 상근감사 산하의 감사실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설계하고 내부회계관리규정을 제정했다고 공시되어 있는데, 내부감사가 경영진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독립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최고경영자나 내부회계관리자를 대신해 내부회계관리규정을 직접 제정, 운영했다는 것.

감사인연합회는 부서간 업무분장이 애당초 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외부감사법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 발생했고 회사의 감시지배구조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감사인연합회는 "오스템임플란트 팀장에 의한 거액의 자금 횡령은 직원들의 공모로 업무분장을 무력화시킨 결과일 개연성이 있으나 독립적 검증에서도 오랫동안 적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팀장이 횡령한 기간에 임원이 한 번이라도 인터넷뱅킹에 접속해 보고받은 잔액 증명서를 독립적으로 검증했다면 횡령 사실은 진작에 적발되었을 것이었고, 애초에 임원이 독립적으로 자주 검증하고 있다는 것을 직원들이 알고 있었다면 일어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규정만 만들어 놓고 경영진이 앞장 서서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금융조회, 자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편, 감사인연합회는 외부감사인의 분·반기 검토에서도 금융결제원의 온라인 조회를 활용하도록 관련 규정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상장회사의 연말재무제표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되, 분·반기 재무제표는 검토를 받는다. 그런데 검토는 외부감사법에서 규정한 감사와는 달리 금융기관에 대한 외부조회를 통한 테스트가 요구되지 않고 회사 담당자에 대한 질문이 주로 사용된다는 것.

감사인연합회는 "만약 분기 검토에서 외부감사인이 금융기관의 외부조회를 통한 테스트를 수행했다면 횡령사실은 조기에 적발되었을 수도 있다"며 "차제에 금융당국은 분·반기 검토를 수행하는 외부감사인이 온라인 조회확인서 등을 활용해 확인하도록 의무화해 더는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 사고와 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조속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이른바 이철희 장영자 사건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자금을 빌려주고 담보용 백지어음을 받아 사채시장에 유통하고 착복한 대규모 사기 사건이 적발되었을 때, 금융당국은 회사의 어음과 수표 발급현황을 전수조사하라고 외부감사인에게 지침을 내린 사례가 있으니 검토의견의 범위를 넘는 일이라며 불필요하게 논쟁할 이유는 없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감사인연합회는 소규모 상장사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외부감사 면제에 대해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된 외부감사법은 상장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소극적인 검토의견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단계로 자산규모에 따라 점진적으로 적극적인 감사의견을 제시하도록 인증의 수준을 강화했다.

이때 검토는 회사의 운영실태보고서를 대상으로 주로 질문을 통해 진행하는 반면, 감사는 회사의 운영실태보고서를 포함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전체를 대상으로 구체적 통제절차를 관찰, 질문, 문서검사 및 재수행까지 동원하여 심도 있게 진행되어 그 대상과 깊이에 차이가 크다는 게 감사인연합회의 의견.

감사인연합회는 "금융위원회는 소규모 상장사에 대해서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를 면제하도록 완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그러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직원 증원과 검증비용 등 기업부담 완화 차원에서 중소기업이라고 해 감사 면제 요구에 응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진정 기업의 지속가능성 제고와 수많은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필수적인 장치이므로 절충하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절차인 외부감사인의 검토를 받도록 해 내부회계관리제도 개혁의 연착륙을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