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민일보와 3시간여 인터뷰,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반대 피력
"검찰, 원칙대로 길 걸었더니 아예 포크레인으로 길 없애려 해"
"권력비리 사건, 수사-기소-재판 따로 였다면 절대 성공 못했다"
"전국의 검사들 분노와 걱정해...국민들께서도 지켜봐 주시길" 호소
◆…윤석열 검찰총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권이 검찰의 수사권 완전박탈을 골자로 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징계 해제로 대검찰청에 첫 출근하는 윤 총장 모습［사진=연합뉴스tv방송 갈무리］
윤석열 검찰총장은 여권이 검찰의 수사권 완전박탈을 골자로 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윤석열 총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추진되는 입법은 검찰 해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총장은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는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 정신의 파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며 "직(職)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백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검수완박)'에 대해 공식적으로 우려와 반대의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국민일보>는 강조했다. 아울러 그가 대담 인터뷰에 응한 것 자체가 그의 검사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도 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윤 총장은 대검찰청 총장실 대담과 이어진 통화 등을 통한 인터뷰에서 "공직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20년 넘게 권력 비리 수사에 몸담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작심 발언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윤 총장은 본인이 직접 수사한 대선자금 사건, 대기업 비자금 사건,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 국정농단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 사건들이 '수사 따로 기소 따로 재판 따로'였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검찰 수사권 폐지를 거론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수사 없이도 경찰이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거나, 검찰이 개입하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실증적 결과가 제시되려면 충분한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폐지'에 대해 "불이익을 주고 압력을 넣어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이제는 일 자체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며 "원칙대로 뚜벅뚜벅 길을 계속 걸었더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 없애려 한다"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거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공소유지 변호사들로 정부법무공단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것이 검찰의 폐지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문한 뒤, "입법이 이뤄지면 치외법권의 영역은 확대될 것이다. 보통 시민들은 크게 위축되고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윤 총장은 '지금 추진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등 수사·기소 분리는 진정한 검찰개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국가 전체의 반부패 역량 강화를 강조할 뿐 검찰 조직의 권한 독점을 주장하지 않는다"면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설치에도 찬성했다. 하지만 검·경이나 수사·기소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경계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 집행을 효율적으로 하고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가 일체가 돼야 한다"며 "경찰이 주로 수사를 맡더라도 원칙적으로는 검·경이 한몸이 돼 실질적 협력관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수사·기소 분리가 왜 국민 권익을 위협하나. 정치권은 반대로 말하지 않나'는 물음엔 윤 총장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사회적 강자와 기득권의 반칙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며 "법 집행을 통한 정의의 실현이란 결국 재판을 걸어 사법적 판결을 받아내는 일이다. 그리고 수사는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수사, 기소, 공소유지라는 것이 별도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 수사 때문에 이러한 입법이 추진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의미 없다"고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검사 인생에서 많은 좌천과 징계를 겪었지만 이는 개인의 불이익이었을 뿐, 검찰 폐지라는 이번 일만큼 엄중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검사들이 분노하며 걱정하고 있다. 국민들께서 코로나19로 힘 드신 줄 안다. 검찰을 둘러싼 이슈가 부각되는 것이 피로할 지경이며 내용도 자세히 알지 못하실 것"이라면서도 "다만 국민들께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잘 느끼지 못하지만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관계되는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라고 거듭 국민적 관심을 호소했다.
임기를 불과 4개월 가량 남겨두고 있는 윤 총장이 그간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는 물론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여러 어려움속에서도 침묵과 원칙을 강조해왔던 행보와는 달리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와 관련해선 작심 발언을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퇴임을 앞두고 현직 검찰총장으로서 직(職)을 걸고서라도 방어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부담감과 함께 향후 검찰 조직의 운명이 결정지어질 입법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