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두 전직 대통령, 정치적 재판에서 억울한 점 있어"
국민의힘 예비후보들, 일제히 '정치적 계산'보단 '인도적 사면' 촉구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赦免)에 대해 민주당이 제동을 건 것과 관련,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건 사면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사진=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赦免)에 대해 민주당이 제동을 건 것과 관련, "정치적 재판에서 두 분 다 억울한 점이 있는데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건 사면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어제 민주당 최고위에서 반성과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되는 게 세상 이치"라며 "자신들이 집권하고 있다고 사면을 정략으로 이용하든지 장난을 쳐선 안 된다. 전쟁에서 항복한 장수에 대해서도 기본적 대우는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 결단으로 단행할 일"이라며 "이낙연 대표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최소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4월초 있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정치적 계산보다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사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이낙연 대표는 신년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강성 친문 의원들과 지지층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정치의 근본은 갈등을 치유하고 분열을 통합하는 것"이라며 "DJ가 당선자 첫 조치로 자신을 죽이려한 전두환을 사면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용서는 피해자만 할 수 있기에 DJ는 박정희기념관을 만들고 전두환을 용서한 것"이라며 "사과해야만 용서한다는 건 용서하기 싫다는 핑계일 뿐이다. 사과하지 않아도 용서하는 게 진정 용기"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민주당이 진정 DJ를 계승하는 정당이라면 사면을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전두환을 사면한 DJ마저 비난하는 거라면 민주당에서 DJ의 사진을 내리라"고 질타했다.
김 후보는 "정치의 기본도 모르는 철부지 대깨문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우상호, 안민석, 정청래 정도의 중진의원이면 2021년 새해에 DJ의 참 용서의 뜻을 헤아리고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아가는 정치를 고민하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SNS글 (갈무리)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논란과 관련, "인도적 측면에서 사면할 때가 됐다"고 사면 찬성 입장을 밝혔다.
나 전 의원은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여권 내에서 여러 가지 말이 나오는 것은 참 안타깝다. 시작을 했으면 빨리 마무리는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고령인 전직 대통령이 4년이나 장기간 수감된 경우가 없었다는 점과 인도적 측면에서 이젠 사면할 때가 됐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이어 야권에서 사면론에 비판이 일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이것으로 인해 선거의 영향을 주려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많이 의심하는 것에 대해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장난치면 안 된다'란 재미있는 표현을 하셨다"며 "이런 문제가 선거를 앞두고 선거공학 쪽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SNS 글 (갈무리)
박형준 부산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권이 사면 카드를 꺼냈다. 의도가 무엇이든 이낙연 대표의 사면 제의를 환영한다"며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적대와 증오의 정치로 국민 통합과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두 전직 대통령은 이미 고령에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곳에서 사실상 종신형을 살고 있다"며 "국민통합을 위해서나 국격을 위해서나 사면은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극단적 분열의 정치를 계속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사면을 통해 화해하고, 화해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했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 사면하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언주 예비후보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사면 제안'에 대해 "전적으로 환영하며 어떠한 정치공학적 계산 없이 신속하게 이명박, 박근혜 두 전 대통령의 사면을 단행할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한다"고 적었다.
이 후보는 이어 "경쟁 정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가혹한 수사를 하고 수십년의 중형을 선고해 감옥에 가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법리 문제를 떠나 정치적 비극 그 자체이다.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막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즉각 사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진복 부산시장 예비후보도 1일 페이스북에 "선거가 참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라며 "코로나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으로 선거에서 재미 좀 보더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에 닥치니 이제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카드를 꺼내 들었다. 매표로 재미 붙이고 사면으로 또 다른 재미를 보고 싶은 모양이다”라고 원색비난했다.
그러면서 "여론이 악화될 대로 악화되니 도저히 방법이 없었나 보다"라면서 "얄팍하게 선거 주판알만 튕기는 시정잡배식 정치는 당장 때려 치우고 아무런 조건 없이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라"고 촉구했다.
이낙연 대표가 제안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여권 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어 곤혹스런 상황인 가운데, 국민의힘 보궐선거 예비후보들은 '사면론'이 선거에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