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상속세 정상화 방안 토론회

구조적 문제 많은 현행 '상속세법'

"과세체계, 상속인 개인별 과세로 바꿔야"

-상증세법 정상화 토론회(2015.06.23.)-

◆…지난 2015년 6월 조세일보와 강석훈 전 새누리당 의원 공동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상속증여세 정상화 토론회'에서 학계, 연구기관 등 세법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상속세제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조세일보가 강석훈 전 새누리당 의원과 공동주최로 국회에서 '상속·증여세 정상화 토론회'를 진행한지 5년의 시간이 지났다. 박근혜 정부 당시 상속세 제도의 문제점을 따져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학계, 연구기관 등에서 활동하는 조세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상속세법체계 상 구조적인 문제가 많다는 점을 언급하며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필요성을 제기했고 상속세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인상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현행 상속세제가 여전히 많은 문제를 갖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세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권을 이끄는 집단이 보수 또는 진보의 관계없이 문제점이 노정된 상속세 제도를 국민들의 눈치를 살피며 내버려둔 채 방치해 왔기 때문이다.

당시 열린 토론회에서는 상속세제도와 관련해 어떤 문제가 언급됐는지 되돌아보고 현재 시점에서 어떠한 개선점이 필요한 것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은 현행 상속세제를 두고 구조적인 문제점이 많다며 대체입법을 통해 개선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 = 현행 상속·증여세법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인해 납세자에 대한 과잉과세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오 교수는 단기적으로 피상속인의 유산에 초점을 맞춰 과세하는 유산세제도를 취득과세형태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방법이 논리적으로 부합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상속과세제도의 사회정책적의의가 여전히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근래에 이르러 일부학자들은 상속과세제도의 폐지론을 제기하고 있다"며 "상속세 폐지의 문제는 사실상 대체입법(자본이득세 과세 등)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캐나다, 호주 등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에서도 자본이득세 등 대체입법을 마련해 과세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과세하는 방법은 피상속인이 자산을 취득한 후 발생한 미실현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우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장기적인 지향점으로 잡을만하지만, 현재로서 상속세를 폐지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현 상속세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피상속인의 유산에 초점을 맞추어 과세하는 유산세제도는 실제 세금을 부담하는 상속인의 응능부담이라는 측면에서 맞지 않다"며 "향후 취득과세형태로 전환하는 한편, 가업상속공제제도 또한 합리적인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상속·증여세의 계산구조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며 "전체적으로 상속세 계산구조를 단순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고세율 기준으로 명목세율은 높지만 각종 공제를 고려한 실효세율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 된다"며 "공제제도 중 배우자공제, 자녀공제 등 인적공제는 유지하고 물적 공제는 축소내지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각종 공제액은 물가상승율과 연동할 필요성이 있다. 상속 및 증여재산에 대한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상속재산 또는 생전 증여재산을 공익재단 등에 전체 과세대상금액의 50%를 초과해 기부하는 경우 비율에 따라 상속세율을 낮추어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2015년 6월 23일 조세일보와 강석훈 전 새누리당 의원 공동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상속증여세 정상화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은 토론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모습.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중과세 논란이 지속된 상속세의 과세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대체적으로 상속세법 손질 요구는 '이중과세' 논란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고 이후에 축적된 자산에 대해 상속세를 다시 한 번 과세하는 것은 동일한 소득에 두 번 과세하는 대표적인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 안만식 서현파트너스 그룹대표 = 현재 유산세 과세방식을 취하고 있는 상속세를 증여세와 같은 '유산취득세'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 재산 총액에 대해서 상속세를 매기는 게 아닌 유산 분배 후 상속인별 재산에 과세표준을 적용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 제도는 1950년부터 도입된 '유산세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일제강점기에 행해진 '조선상속세 령(令)'을 참고한 것이다.

이 방식을 도입해 상속세제도를 운영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납세환경 및 평등 조세에 대한 국민의 의식과는 맞지 않아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실무에서 경험한 사례를 언급한 안 대표는 "한 납세자가 손자한테 주식을 승계하고자 했는데 이것저것 다 합치니 무려 (실효)세율이 85%가 계산됐다"며 "납부할 재원이 없어 포기했다. 지나친 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절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상속세의 경우 직접세인 소득세와 법인세 등과의 과세율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사상 유래 없는 상속세를 통으로 국가가 떼고 나서 각자 나눠 갖는 방식인데 상속세도 취득세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시장의 이슈가 증여세 개념의 확장인데 실질적으로 납세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이어 "상속세 폐지 문제는 소득세나 법인세와 같은 직접세와 연계해서 논의해야한다"며 "결국 상속세는 생전에 과세하지 못한 것을 털고 가는 개념으로 직접세 세원포착이 얼마나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속세 계산은 10년 계산 합산(유산세 방식)이라 증여세와 부합하지 않다"라며 "상속세도 증여세 과세 방식과 같은 유산취득세 개념으로 개정해야한다"고 덧붙였다.

□ 전오영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 "상속인의 입장에서 보면 상속재산은 무상 소득이므로 상속세 폐지보다는 소득세제로 바꿔야한다"면서 "유산 세제방식을 취하는 것보다 동일세율을 적용해야한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에 따르면, 상속세 과세대상은 상속인의 유산인데 상속인의 입장에서 보면 재산을 무상으로 취득하는 것이므로 세금 부과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상속세 폐지라는 극단적인 선택보다는 소득세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전 변호사는 "상속세 최고세율인 50%의 기준도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도 우리나라 상속세제 최고세율인 50%가 적용되는 구간은 30억 원이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300억 원부터 50%의 최고세율을 적용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는 임재현 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당시 재산소비세제 국장)이 참석해 상속세제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고 세법개정을 통해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방향성을 밝혔다. 사진은 임 실장이 지난 1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세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진)

토론회에서는 '가업승계의 요건이 제한적이다'라는 이유로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가업상속공제의 활용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관련 세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 정승영 전 한국경제연구원 박사 = "가업승계는 10년의 유지기간을 필수로 하고, 대표이사를 경영권의 주체로 한정하는 등 인정 요건 폭이 매우 좁다"며 "꼭 대표이사만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CFO 등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일 수 있기 때문에 가업승계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이어 "가업승계라는 용어도 제한적 어휘로 제약 완화의 측면에서 기업승계라고 불리는 것이 맞다"며 "독일의 경우처럼 우리도 기업규모 한정 폭을 넓혀야한다"고 강조했다.

□ 전오영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 "가업이란 가족공동체를 전제로 하므로 상속 1인이 아닌 가족이 모두 공제의 대상으로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며 "사후 10년간 종업원 및 관리업종 유지 등도 요건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 = 가업상속 공제제도에 대해 "가업상속공제는 원활한 가업상속을 지원한다는 측면과 일반납세자와의 형평성에 문제를 야기하는 측면이 맞붙어 있다"면서도 "기업 활동이 국가경쟁력의 척도인 현재의 경제 환경에서 경영권 유지를 위한 제도의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여 진다"고 말했다.

또 "가업자산의 처분제한 규정은 경영의 판단에 따른 사업다각화 등 변화되는 경제 상황에 따른 능동적인 대처를 어렵게 할 수 있으므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장기적 측면에서는 다른 상속재산과의 과세형평성을 위해 공제제도보다는 과세유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유예 후 가업 자산처분 시 처분비율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하도록 하거나, 10년 혹은 20년 등 장기에 걸쳐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석훈 전 새누리당 의원 = "상속세제가 이중과세 및 완전포괄주의에 의한 법령 해석상의 혼란 등에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강 전 의원은 "우리나라의 현행 상속증여세 제도는 세 부담으로 인한 가업상속의 어려움과 더불어 고용 측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경제발전을 저하한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세제정책을 입안하는 기획재정부에서도 이날 토론회에 참여해 상속세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 세법개정을 통해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방향성을 밝힌 바 있다.

□ 임재현 세제실 재산소비세제 국장(현 세제실장) =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50%는 과다하는 생각이 있다"며 "상속세율 인하를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했던 상속증여세율 인하를 재차 추진하겠다는 설명이었다.

과잉과세 우려가 있는 완전포괄주의에 대해서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국장은 "완전포괄주의는 수증자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데, 그 이익이 현행 세법에서 과세 근거가 없는 경우 포괄주의를 적용해서 '이익이 있으니 과세 한다'라는 개념"이라며 "수증자 한테 이익이 생겼는데, 법인·소득세로 과세를 한 다음에 또 다시 증여세로 하는 건 포괄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납세자가 적어도 이런(과세) 행위가 있었을 때 예측이 가능해야한다"며 "그러나 실제 과세행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는 사례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 잡아야한다"고 말했다.

가업상속공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제출한 가업상속공제 안이 부결 되서 일부 수정해서 강석훈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했는데, 해당 법안은 정기국회 때 논의가 될 것"이라며 "일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도 있다. 당초 제도 취지가 살 수 있도록 보완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