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인내' 회귀 없을 것"...진보 목소리 수용 확대 강조
"트럼프 정권과 '북핵 문제 해결' 목표 같지만 접근 방법 달라질 것"
"바이든 행정부, 北 핵보유국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 분명히 해야"
"韓, 안보리 제재 위반 조치 추진하면 바이든 행정부 '문제'라 생각할 수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최종 확정 절차를 남겨두고 있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취임 직후 곧바로 북핵 문제를 담당할 인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내 전문가들이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11일 보도했다. 유세중인 바이든 후보 (사진=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당선인 최종 확정 절차를 남겨두고 있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취임 직후 곧바로 북핵 문제를 담당할 인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내 전문가들이 밝혔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11일 “바이든 전 부통령 집권시 북핵 등 한반도 현안들의 전망을 살펴보는 기획보도를 준비했다”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북 접근법에 대해 밝혔다.
VOA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실무진에 힘을 실어주는 전통적 외교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미국내 북한 전문가 대다수의 의견이다. 즉 수십 년간 함께 일해 온 외교안보전문 보좌진들과 함께 비핵화 합의의 모든 요소들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한국 등 동맹과도 긴밀히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대행은 10일(현지시간) 개인 의견을 전제로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시급한 국내 현안에 집중할 것”이라면서도 “북한 문제를 맡길 인선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바이든 후보 지원 연설에 나섰던 인물이다.
그는 “(바이든이)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북한 문제를 담당할 유능한 사람들을 임명하는 작업에 즉각 나설 것으로 믿는다”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북핵 담당자들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9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내용에 충실한 전통 외교'로 규정했다. 형식보다는 내용에 집중하는 외교,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아닌 상향식(보텀업) 외교, 그리고 전통적인 미국의 관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동맹에 대한 대우”라며 “공통 가치와 원칙, 목표에 기반한 전통적인 동맹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도 이날 “북한 문제는 바이든이 직면할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쉬운 해법이 없는 가운데 관여와 존중, 다자주의에 기반한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등 국내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 문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힘들 것이며, 특히 북핵과 같이 어려운 문제는 더욱 그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더욱 시급성을 느끼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는 북한을 다루는 문제에 있어 어쩌면 한국이 주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 교역과 같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는 조치를 한국이 추진한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아가 “바이든 후보가 상황이 맞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세 번이나 만난 만큼 바이든 후보에게는 정치적 부담이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알기 위해서는 '핵무기에 대한 미국의 큰 틀의 비확산 정책'과 '대중국 정책' 그리고 '한반도에 대한 정책' 등 서로 교차하는 세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중국 정책을 담당할 '중국 차르' 즉, 총괄책임역을 새로 만들 수 있다는 보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 때는 북한 문제를 '중앙화·개인화' 한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전통적인 상향식 외교를 지향하고 있다”며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접근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 때 실무 협상을 계속 거부했기에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성공의 잣대가 매우 낮아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차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팀은 대북정책 경험이 많아 진보 목소리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정통 외교관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 때의 경험을 얼마나 잘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바이든 팀의 보좌관들과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 첫 몇 달 동안 북한의 속임수와 위협, 깊은 실망감이 동반된 정책 실패를 직접 겪었다”며 “그 때 배운 중요한 교훈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대화 제의를 북한이 뿌리치고 핵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응답했다”고 지적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나이더 미한정책국장도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라는 어떠한 징후도 보지 못했다”며 “오바마 행정부 마지막 1년 동안 실상 '최대 압박' 정책의 기반이 다져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오바마 행정부 때와 비교해 현재 북한 핵 위협의 특성과 범위가 바뀌었다”며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리비어 차관보와 같은 의견을 냈다.
진보 성향 민주당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도 관심사라고 VOA는 전했다.
제시카 리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0일(현지시간) VOA에 “바이든 행정부의 보좌관들은 북핵 문제 접근법에 대한 대립되는 견해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바마 행정부 출신 고위급 참모들의 '보수적 접근법'과 진보 진영의 생각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리 연구원은 “의회 '진보코커스' 등의 생각은 대북 제재를 지나치게 남용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북한과 직접 대화하며, 북한이 응할 수 있는 인센티브 체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추진할 것”이라면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느냐는 북한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에 수차례 실무회담을 제안했지만 진전이 없었다”며 “바이든 행정부도 북한이 협상을 거부하는 똑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약속한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지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보고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 전 차관보는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비핵화에 더 집중하고 역내 동맹들과 더욱 협력하길 바란다”며 “다자적 접근법은 북한을 더욱 압박하는 동시에 다양한 외교적 조합을 통해 대화의 기회도 더욱 많이 제공하는 유연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