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내일도 오늘처럼…평범하지 않은 날 온다"

I. 인사말

안녕하세요. 이번 제55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최종 합격한 유태정입니다. 저는 2017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도전해 올해 8월에 최종 합격을 했습니다. 초시 동차를 한 것도, 수석 합격을 한 것도, 최연소 합격을 한 것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수험생이었으며, 지금은 지극히 평범한 합격생에 불과합니다. 다만, 수험생활을 먼저 겪은 사람으로서 제 경험이 비슷한 상황의 수험생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합격수기를 쓰게 됐습니다.

II. 시험준비에 앞서

수험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기 이전에 당부드리고 싶은 몇 가지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100명의 합격생이 있다면 100가지의 공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공부 방법에는 정도가 없지만, 공부 습관에는 분명 좋은 습관이 존재합니다. 제가 수험생활의 시작부터 끝까지 항상 유념하면서 지켰던 방법이자 수험생활 초반에 정말 많은 효과를 본, 그리고 수험생활의 마침표를 찍도록 해준 제 공부습관을 지면을 빌려 소개해 드립니다.

1. 규칙적인 생활패턴 만들기

수험기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패턴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기 이전에 저는 대학원 금융공학 랩실에서 인턴을 했습니다. 랩실 출퇴근 시간 특성상 기상시간과 수면시간이 불규칙했고 밤 늦게까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험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기상시간과 수면시간부터 규칙적으로 맞췄습니다. 그리고 늦어도 오전 9시에는 책상 앞에 앉는 것을, 그리고 공부가 안되더라도 오후 11시까지는 자리를 지키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렀습니다. 수험준비를 처음 하시는 분이라면 생활패턴을 규칙적으로 만드시는 것과 책상에 앉아있는 연습을 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2. 주별 목표 공부시간 및 공부 계획 설정하기

저는 수험기간 동안 일주일 단위로 목표 공부시간과 공부계획을 설정했습니다. 장기계획을 세우면 그 계획을 달성하지도 못할뿐더러, 현실적이지 않은 계획을 세울 공산이 커 일주일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목표 공부시간을 계획했습니다. 일주일에 60시간 이상은 공부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포커스타이머'라는 공부시간 측정 어플을 사용해 공부시간을 측정했습니다. 한 주의 목표 공부시간을 채우면 일요일에는 푹 쉬기도 했습니다. 공부시간을 직접 재보는 것은 단순히 공부를 얼만큼 했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평일 혹은 주말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서 계획을 할 수 있고, 어제의 공부시간과 오늘의 공부시간, 또는 지난주의 공부시간과 이번주의 공부시간을 비교하면서 해이해지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적극 추천드립니다. 주 단위 공부시간을 '포커스타이머' 어플로 측정하면 아래 그림처럼 공부량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유태정 합격자가 사용한 공부시간 측정 어플.

III. 1차·2차 시험 준비 방법

1. 1차 시험

1차 시험을 위한 학습방법으로 추천드리고 싶은 것은, 준비가 됐든 안됐든 실전 연습을 '반드시' 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점수가 나오지 않더라도 1차 시험 직전까지는 후회하지 않도록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회계사 1차 시험은 오전 10시에 시작합니다. 회계학은 90분, 나머지 과목은 120분으로 시험이 진행되는데, 마지막 한 달 정도는 실제 시험과 유사하게 실전연습을 반드시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1차 시험 직전에는 실제 시험과 유사하게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1교시인 경영학·경제학 문제를, 점심시간 이후인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2교시인 상법·세법 문제를, 3시 30분부터 5시까지는 3교시인 회계학을 풀었습니다. 이후 저녁을 먹은 후에는 6시 혹은 7시부터 당일에 풀었던 모든 문제들에 대한 오답풀이를 했습니다. 주로 평일에 실제 시험시간에 맞춰서 문제풀이를 했고, 주말에는 밀렸던 오답풀이를 하면서 부족한 과목을 더 공부했습니다. 이런 연습을 통해 수험기간이 길든 적든, 모의고사 성적보다 적게는 30점에서 많게는 100점까지도 올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 2차 시험

2차 시험에서도 가장 강조를 드리고 싶은 점은 '실전연습'입니다. 2차 수험기간은 1차 수험기간에 비해 절대적으로 기간이 짧습니다.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연습서 → 모의고사 순으로 풀이한다면 연습서 회독이 아무리 많더라도 실전연습을 많이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연습서를 한 번 보셨다면 모의고사 → 연습서 순으로 공부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다섯 과목 유예에서 한 과목 유예, 그리고 최종합격을 했습니다. 저는 2차 시험에서 원가회계 점수가 크게 올랐고, 그 결과 올해 '월간국가고시'라는 공인회계사·세무사 수험전문지에 2차 원가회계 모범답안을 기고하는 영광을 안게 됐습니다. 아래에서는 많은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2차 원가회계를 어떻게 접근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3. 원가회계 불합격에서 고득점이 되기까지

저는 원가회계와 관리회계의 출제 포인트가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원가회계는 얼마나 정확히 빠른 속도로 문제를 풀 수 있느냐에 대해서 묻는 문제들이 계속 출제됐고, 관리회계는 전형적인 문제보다는 낯선 문제들 위주로 출제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원가회계와 관리회계 과목의 공부방법이 달랐던 것이 고득점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원가회계는 정확도와 속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원재료부터 재공품, 그리고 제품까지의 물량흐름과 원가흐름에 대해서만 알고 계신다면 원가회계에서 크게 어려울 부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원가회계에서 가장 어렵게 출제되는 주제라고 하더라도 종합원가+전부/변동원가+표준원가+차이분석이 혼합된 문제 정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렇게 원가회계 부분만의 주제들이 혼합된 문제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연습을 한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관리회계는 매년 낯선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관리회계에서 문제가 출제된다면 기존 기출문제에서 출제된 형식이 아닌 경우에는 기출문제 분석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낯선 문제가 출제되고 해당 문제가 기존 기출문제와 형식이 다르거나 조건이 조금만 변경되면 기존의 풀이방법으로는 풀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관리회계를 공부할 때 연습서에 있는 해답이 아닌, 직접 대안간 '경우의 수'를 비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게 제 고득점의 비결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아래는 공부를 할 때 풀었던 답안지입니다. 이는 경우의 수를 고려한 총액접근법 풀이에 해당하며, 일반적인 공식 위주의 접근법이 아닌 관리회계에서 생소한 문제들이 출제될 경우에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경우의 수를 직접 비교한다면 최근 어려워지는 관리회계 출제 경향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태정 합격자가 공부할 때 풀었던 답안지.

IV. 마치며

회계사 시험이 어려운 이유는 수험기간 동안 항상심 있게 공부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하루 종일 좁은 책상 한 켠에 앉아서 공부하는 일상이 반복됩니다. 저는 2차 시험을 세 번 봤습니다. 다섯 과목 유예, 한 과목 유예, 그리고 최종합격까지, 각 수험기간마다 어떤 부분이 차이가 나는지를 생각해보면 항상심 있게 공부를 했는가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어제도 오늘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항상심 있게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평범함에서 평범하지 않음으로 뒤바뀌는 날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준비하시는 모든 수험생분들의 합격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