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김 위원장 발언에 "北, 오랫동안 견지해온 입장 재언급"
"핵 억제력 언급은 北이 핵무기 시험할 준비 하고 있음 시사하는 것"
"트럼프 재선 도움될 미·북 대화 재개에 동의할 지 계산해 볼 수도"
◆…한국전쟁 정전협정 67주년을 맞아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조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관련, '한동안 비핵화 협상에 대한 언급이 없을 것이라는 발언은 북한이 핵 포기 의지가 없다는 또 다른 표현'이라는 미국 전문가 분석이 29일 나왔다. 지난 27일 노병대회 모습 (사진=VOA,AFP 제공)
한국전쟁 정전협정 67주년을 맞아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조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관련, '한동안 비핵화 협상에 대한 언급이 없을 것이라는 발언은 북한이 핵 포기 의지가 없다는 또 다른 표현'이라는 미국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29일, 김 위원장이 지난 27일 소위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을 맞아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회 전국 노병대회에 참석해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케이트린 보토 아시아프로그램 연구원은 28일(현지시간) VOA에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북한이 오랫동안 견지해 온 입장을 다시 언급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향후 있을 수 있는 협상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강력한 핵 프로그램의 가치를 강조한 것일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클린트 워크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이 더 큰 규모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언급이 한동안 없을 것이라는 또 다른 명백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브루스 벡톨 미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핵 억제력을 언급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한이 핵무기를 시험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벡톨 교수는 "북한이 핵 실험을 할 경우, 미·북간 대화는 없을 것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에 대해 "북한에게 핵 포기 의지가 없다는 또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은 오래 전부터, 미국이 북한에 적대적 태도를 유지하는 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온 점을 들어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이 같은 관점 차이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설 확률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다만 "김 위원장이 어느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될 미·북 대화 재개에 동의할 지에 대해 계산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한국전쟁 휴전 67주년을 맞아 가진 전국 노병대회에서 '자위적 핵 억제력'을 언급하며 국방력 강화 의지를 확인했다. 또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고 주장하면서 비핵화 협상 재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미국을 압박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전쟁 이후 70년에 대해 "결코 평화 시기라고 할 수 없는 적들과의 치열한 대결의 연속이었다"며 "북한의 발전을 억제하고 침탈하려는 제국주의의 위협과 압박은 가증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쟁과 같은 고통과 아픔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전쟁 그 자체를 방지하고 억제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을 가져야 했기에 온갖 압박과 도전들을 강인하게 이겨내며 핵 보유국의 길을 걸어왔다"고 핵 보유를 정당화했다.
김 위원장이 휴전 67주년을 계기로 '핵 억제력'과 '핵 보유국'이라는 표현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 것은 체제 수호를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고 국방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기존 노선을 확인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VOA는 분석했다.
김 위원장 입에서 이 같은 표현이 나온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이번 노병대회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비롯해 최룡해와 박봉주, 리병철, 리일환, 최휘, 최부일, 리만건, 오수용, 조용원 등 주요 당 간부와 박정천 군 총참모장, 김정관 인민무력상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또 최영림, 양형섭, 태종수, 리명수, 리용무, 오극렬 등 참전 경험이 있는 당과 군 간부들도 주석단에 자리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핵 억제력'과 '핵 보유국'을 새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 점을 두고, 비핵화 협상 재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미국을 압박하는 메시지로 보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