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확진자 35%가 남미…무능한 정치·경제탓

◆…코로나19 때문에 봉쇄된 칠레 산티아고의 빈민가 주민들이 구호를 외치며 정부에 식량배급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6월 첫 주 동안, 신규 확진자가 전 세계에서 73만 명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35%인 25만여 명이 남아메리카에서 발생했다. 남아메리카는 유럽과 미국의 상황을 보며 재빠르게 봉쇄를 시행했으나 무능한 정치와 취약한 경제 때문에 보건 조치가 아무런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뉴사이언티스트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브라질 코로나19 사망자가 1만 명을 넘긴 상황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제트스키를 즐겼다. (출처 브라질 글로부TV)

신문은 남아메리카가 새로운 진원지라면, 브라질은 '대참사 한가운데'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에서 브라질 상파울로에 입국한 사람이 지난 2월 25일 첫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최신으로 수정) 브라질에서 지난 15일까지 89만 명이 확진을 받았으며 4만4천 명이 사망했다. 남아메리카 누적 확진자가 146만 명이고 사망자가 6만 명이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6일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904명 더 있다고 발표했으며 같은 날, 코로나19 관련 통계 발표를 중단하고 보건 웹사이트에서 관련 기록을 삭제했다. 이런 브라질의 검열 조치에 큰 비난이 일어났으며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 9일 발표를 재개하라고 정부에 명령했다.

상파울로 의대 전염학 연구소 파울로 로투포 박사는 “이 모든 게 보우소나르 대통령 탓”이라고 비판했다.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코로나19를 '별거 아닌 감기' 정도로 여기고 대규모 정치 행사에 참석해 사람들과 악수하고 아기를 안기도 했으며,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하고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을 치료제라고 권장하는 등 시민 사회와 과학계를 분노케 했다.

상파울로는 확진자 치료를 위해 축구 경기장을 응급 병원으로 개조했으나 코로나19가 도시에 이미 크게 퍼져 지난 7일까지 누적 확진자 14만 명, 사망자 9천 명이 발생했다. 원주민이 사는 아마존 우림 지역에도 크게 퍼져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 지역은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원주민 대다수가 가난해 깨끗한 물조차도 구하기 힘들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마존 우림으로 뒤덮인 아마조나스주는 지난 5월 초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가 19.4명에 이르렀는데, 브라질 전체 기준 4.4명이 사망한 것을 비교하면 매우 높은 사망률이다. 이마저도 주도인 마나우스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 검사 부족을 고려하면 아마존 전체의 상황은 이보다 심각할 수 있다.

로투포 박사는 “중소 도시엔 집중치료시설 같은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하며 “집중치료시설이 있는 큰 병원에 가려면 두세 시간 정도 걸려 대도시에 가야 한다”고 전했다.

◆…콜롬비아에 위치한 소아차 지역.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슈퍼마켓 앞에 줄을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의 예측 모델은 오는 8월 3일에 브라질의 누적 사망자가 16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측했다. 로투포 박사는 팬데믹이 언제 정점에 오를지 예상하지 않았으나 “팬데믹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엄격한 조치를 시행한 남아메리카 다른 나라들도 치솟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칠레는 확진자가 인구 백만 명당 7,018명으로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많으며 페루가 5,960명으로 그 뒤를 쫓는다. 이는 브라질이나 다른 유럽 나라보다 약 두 배 높은 수치이다.

페루는 지난 3월 15일,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빨리 비상사태를 선언해 자가 격리를 포함한 엄격한 조치를 시행했으나 아직도 확산세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페루는 자가 격리 조치를 6월 말까지 시행하기로 했으나 국민 가운데 73%가 물건을 팔거나 음식을 사기 위해 계속 길거리에 나가야 한다.

남아메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지역으로, 이 지역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집에 머물게 하는 것이나 주요 국가 수입원인 석유 수출이 줄어들어 봉쇄를 계속 시행하기 어려운 경제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이 사라진 상황에서 시민 단체가 브라질과 페루에 있는 빈민촌에서 바이러스를 검사하고 음식을 나눠주고 있지만, 시민 단체 힘으로 어찌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상파울루 대학교 아나 마리아 말릭은 “빈민촌 식량 지원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므로 공공 정책의 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2일, 팬아메리카 보건기구 카리사 에띠엔느 사무총장은 “훌륭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에 우리 지역 보건기구는 기금이 부족하고 의료체계도 취약하다. 더군다나 말라리아, 홍역, 뎅기열 같은 여러 질병과도 동시에 싸워야 한다”고 전했다.

◆…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남편을 위해 아내가 산소호흡기를 이용해 간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남아메리카 나라들은 보건 체계에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 페루는 인구가 3천300만 명이나 인구수에 어울리지 않게 집중치료 병상은 1천 개 미만이고 인공호흡기도 크게 부족하다.

국제인권감시기구의 조사(2월 27일~3월 1일)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보건 상황이 최악에 이르러 보건종사자 가운데 64.2%가 깨끗한 물을 가끔 접할 수 있다. 비정부기구 '인도주의 활동'의 설립자 펠리시아노 레이나는 “첫 번째 쓰나미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두 번째 쓰나미가 밀어닥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베네수엘라 국민 중 9백만 명 이상이 식량 위기에 처했으며 최근 경제 붕괴로 5백만 명이 국외로 떠났다.

콜롬비아도 페루처럼 빨리 엄격한 봉쇄조치를 시행했지만, 재난 지원금 같은 재정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을 실내에 머물도록 만들기 어려웠다. 콜롬비아는 하루 확진자가 2천 명씩 늘어나고 있으며 지난 15일까지 누적 확진자가 5만 3천 명이고 사망자가 1천 7백 명 발생했다.

콜롬비아 자베리아나 대학교 로셀리 교수는 콜롬비아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수는 “보건 체계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상황에서 병원과 집중치료 시설은 소수만을 위한 것이며 코로나19에 그다지 효과도 없다”고 비판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와 보건 교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