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5일 국회 본회의...법사위원장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 선출
통합당, 본회의 표결 불참...주호영 원내대표 사의 표명
통합당, 조속히 원구성 협조하고 협치할 때 민심 돌아올 가능성 커
종전처럼 발목잡고 업무 등한시 땐...원내영향력 '0'될 가능성 커
◆…미래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임위원회 강제배정에 항의하며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방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국회 본회의 표결로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을 위한 1차 관문인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자당 몫으로 배정한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미래통합당은 본회의 표결에 불참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국회사무처는 개원 국회에서 제1야당의 불참 속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1967년 이후 53년 만이라고 밝혔다.
원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1야당인 통합당이 의사일정 거부 방침을 밝혀 21대 국회 는 초반부터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통령 임기, 이제 채 2년도 남지 않았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협치하고 싶었지만, 그 마음도 이제 접어야 할 것 같다', '통합당은 더 이상 거대여당의 강압적 국회운영에 굴복 않겠다.'
이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비공개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그러면서 "그 어떤 협상에도 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1대 국회 출범에 앞서 '일하는 국회', '협치 국회'를 강조했던 거대 여야가 첫 발걸음에서 보여준 결론이다. 누가 보더라도 과거 국회 행태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동물국회' 재현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정상적인 국회 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 구성을 위해 세 차례나 본회의 일정을 양보하면서 상임위원회 구성안을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통합당은 그 요청마저도 거부했다.
가장 핵심 사안은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위원장 구성의 주도권 싸움이다.
국회 상임위원회 중 법사위원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작지는 않다. 지난 20대 국회를 보더라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당시 통합당 소속 법사위원장(여상규 의원)의 매끄럽지 못한 법사위 운영이 파행을 거듭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통합당으로서는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가져갔던 관행에 비춰 21대 전반기 국회에서는 야당 몫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21대 국회에 거는 국민의 뜻을 반영해 압도적 거대여당이 가져가겠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통합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을 양보해 주면 전체 18개 상임위 중 의석수에 비례해 7개 상임위원장을 양보하겠다는 최종안을 제시했으나 통합당은 법사위원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아 결국 이날 본회의에서 표결을 강행했다.
국회법에 의하면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에서 선출되는 방식이므로 의석 수가 많은 정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다만 과거부터 국회의장은 여당 몫,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으로 운영되어온 관행이 있어 통합당은 이 관행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대 국회는 싸움, 막말, 당론 없는 노이즈마케팅으로 일관된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최악의 국회'로 기록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는 총 2만4천141건의 법률안이 발의돼 이 중 9천139건이 처리(법안처리율 37.8%)됐다. 역대 최저 법안처리율을 기록한 19대 국회(41.7%)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표다.
2016~2020년 5년간 국회는 총 3조550억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써 매년 6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했다. 국회의원 일인당 20억 원(의원 300명 기준) 이상의 세비가 지급된 셈이다.
그러나 지난 5년간 국민들에게 비춰진 국회의원의 모습은 5·18 관련 망언, 상호 비방 등 막말, 식물·동물국회, 의원 감금, 단식과 삭발, 한탕주의식 노이즈마케팅, 당리당략 등 성숙하지 못한 민주주의를 보여준 것 뿐이었다.
최저 법안처리율은 말 할 것도 없고 의원 개개인이 발의한 입법안도 당론으로 채택, 당 차원에서 추진된 안은 별로 없다. 대부분 '한 건 올리기식', '보여주기식' 입법안이 대부분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여야가 당리당략에 몰두하느라 민생과 입법 활동을 소홀히 했던 탓에 20대 국회는 중요하고 시급한 민생관련 입법 성과가 없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 결과 21대 총선에서 국민들의 매서운 질책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문제로 임기를 시작한 20대 국회는 4년 내내 여야 강경대치 상태로 협치는 고사하고 소통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2018년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은 '국회선진화법' 도입 7년 만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고, 지난해 9월 시작된 '조국 사태'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정책 대결보다는 삭발과 단식투쟁, 그리고 광장으로 뛰쳐나가 국회를 공전 상태로 만들었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웠다.
20대 하반기 국회를 이끌었던 문희상 국회의장 조차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가진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대 국회 후반기는 탄핵 이후의 제도화에 실패한 국회'라고 개탄했다.
통합당은 21대 국회에서는 이런 과거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비록 민주당이 176석의 거대 집권여당의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제 1야당으로서 역할은 분명하다. 국회에서 정책으로 대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처럼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고 해서 국회 문을 박차고 나가 단식-삭발-광장 투쟁으로 이어지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다면 21대 총선에서 분명히 드러난 민심을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21대 국회는 여야가 공히 약속한 바 있는 '일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시에 버금가는 위기상황이다. 특히 경제위기는 그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이런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종전과 같은 국정 혼란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정운영의 1차 책임은 집권여당에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을 포함한 집권여당이 모든 책임을 질 수는 없다. 야당의 책임 또한 크다. 협치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통합당은 21대 국회가 조속히 원(院)구성을 완료하고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일 때 지난 총선에서 등을 돌린 민심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국회의원 개개인은 독립된 입법부다. 지역구를 대표(비례대표 제외)해 지역민들의 대행자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정 운영과 관련한 국민의 수탁자로서의 역할, 즉 입법 활동에 전념해야 하는 책무 또한 막중하다.
통합당의 참패로 귀결된 21대 총선의 민심을 정치권이 제대로 읽어 21대 국회는 판사가 판결문으로 말하듯, 국회의원은 입법으로 말하는, '말싸움·몸싸움'이 아닌 '정책과 당론'으로 대결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어야 이 어려운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통합당이 원구성과 관련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발목잡고 입법 활동 등 본연의 업무를 등한시 하면서 대여 투쟁에만 몰두한다면, 원내영향력 '0'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