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중설 나돌자, 즉각 김여정 후계자 구도로 조명
"김여정, 김정은의 대중적 이미지 이면에 숨겨진 두뇌"로 평가
"김여정, 北 임시직 관리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낼 수 있어"
"'포스트코로나' 이후 핵외교 재개시 김여정 역할 재개될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술 후 위중설이 외신을 통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가디언지가 20일(현지시간) 후계자로 여동생인 김여정을 조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가디언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심혈관계 수술(시술)은 받은 후 상태가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면서 영국에 본사를 둔 〈가디언〉지가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을 '후계자'로 조명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각) 미국 CNN이 '김정은 수술 후 중태'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자 김여정 제1부부장의 최근 행보를 소개하는 기사를 온라인 판에 게재했다.
〈가디언〉은 이날 '김여정 : 김정은의 여동생, 빨리 그의 분신되기'(fast 'becoming his alter ego')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김여정이 오빠인 김 위원장을 대신해 등장한 이후 두각을 나타낸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김여정은 북한 체제에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에 이어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그녀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김 위원장을 대신해 참석한 이후 노동당 내에서 명성만 획득한 것은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김 위원장의 대중적 이미지 이면에 숨겨진 두뇌로 알려져 있으며, 그 대가로 오빠의 절대적인 신뢰를 누리고 있다.
지난 달, 그녀는 한국이 북한의 실질 군사훈련에 항의하자 "놀란 개 짖기"라고 비난하며 첫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좋은 양국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하며 코로나19와 관련한 지원을 내용으로 김 위원장에 보낸 친서를 공개적으로 칭찬하기도 했다.
연세대 북한연구소 봉영식 연구원은 이에 대해 "김여정이란 이름으로 정치적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체제에서 그녀가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이런 개인적인 어조로 한국에 대한 통렬한 성명을 쓰고 발표하도록 허락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그는 분명히 여동생이 그의 분신이 되도록 허락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고 가디언은 인용 보도했다
이 매체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두 차례 정상회담에 동행한 김여정이 핵외교가 차질을 빚자 대가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뒤, 물러난 지 1년 정도 경과한 지난 주말 당 주요 회의(정치국)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복직됐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인용하기도 했다.
또한 그녀가 미국, 한국과의 외교협상 과정을 거치면서 존재감을 보였으며, 북한 내에서는 선전관(당 선전선동부) 역할을 수행하며 3대째 북한을 통치해온 김씨 왕조의 수장으로서의 명성을 불태웠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보다 4살 아래로 알려진 김여정은 2010년 당 대회 참석 사진이 나오기 전까지는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듬해까지 아버지인 김정일의 수행단에만 단골로 있다가 2011년 말 그의 사망 후 애도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그러나 북한 정권 심장부로의 여정은 다소 논란은 있지만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녀는 김 위원장과 스위스 베른에 있는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당시 수행원들로부터 감시도 받았다고 전해졌다.
봉 연구원은 이에 대해 "두 사람 모두 미래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면서 사실상 함께 유배중 이었다"며 "그들은 공동 운명체로서의 상당한 교감을 얻었을 것이고, 그 결과 오빠로부터 무조건적인 신뢰를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녀가 평양 김일성종합대학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시점과 집권당에서 주니어 역할을 시작한 2007년 사이 기간에 대한 생활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오빠의 최고지도자 승계 준비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때 동생과 동행했던 2014년 3월까지만 해도 북한 관영매체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리프-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국제학부 부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은 가업(家業)이고, 김정은은 여동생에게 신뢰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녀는 정권의 브랜드를 현대화하는 기술을 보여주었고, 국가 선전에 대해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마도 오빠에 대한 신봉자로서의 역할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메시지가 북한의 임시직 관리의 메시지보다는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강력한 신호 전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김여정의 상승 궤적은 포스트 팬데믹 상황에서 핵외교(비핵화 협상)가 재개될 때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녀가 북한 체제 생존의 주요 이해당사자 중 한 명이기 때문에 북한 국내외 정책 캠페인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만약 김 위원장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녀는 김 위원장이 쥐고 있던 주도권을 매끄럽게 하고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근본적인 의사결정권자를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전망도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연공서열과 남성성이 존중되는 유교 국가로 김여정은 김 위원장이 가장 신뢰하는 동맹이긴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는 설명인 셈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