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홉킨스 의대 로빈슨 교수 "북한으로의 전염 불가피하다"
중앙통신 "김정은 위원장, 이 전염병이 유입되면 후과 심각할 것"
로빈슨 "북한, 누군가 국가에 이롭지 못한 사실 말하면 타깃돼"
◆…26일 북한 평양 광복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출처=VOA 캡처, AFP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북한의 발표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미국내 보건 전문가의 입에서 나왔다.
〈조선중앙통신〉이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문제 등을 집중 논의했다고 보도한 시점과 비슷한 시간에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확대회의를 직접 주재한 김 위원장이 "이 전염병이 우리나라(북조선)에 유입되는 경우 초래될 후과(결과)는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현재 취해진 선제적이며 강력한 수준의 방역적 대책들의 경험에 토대하여 시급히 우리나라의 방역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방역수단과 체계, 법들을 보완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소리(VOA)〉방송은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인도주의 보건센터 코틀랜드 로빈슨 교수가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 세계 감염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북한으로의 전염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29일 보도했다.
로빈슨 교수는 북·중 국경 지역에서 탈북자들을 면담하고, 북한 내 보건 실태 등을 연구해 온 북한 보건 전문가다.
VOA에 따르면, 로빈슨 교수는 "중국과 인접한 나라에서 한 건도 없다는 건 점점 가망이 없는 이야기"라며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 정부가 좀 더 투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로빈슨 교수는 '현재 북한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발표를 믿을 수 있냐'는 질문에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감염자 규모가 매우 작을 순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고, 이미 감염된 사람이 북한 내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에선 전파가 이뤄지고 있을 수 있고, 0명일 순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 '북한내 감염자가 한 명도 없는 이유가 제대로 된 검진 시스템이나 체계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엔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하는 것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는 건 달리 봐야 할 문제"라며 "만약 검사를 하지 못해 확진 환자가 0명이라고 한다면, 그들이 진단 방식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세히 알 순 없지만 검사 장비 등은 공급되고 있을 거"라며 "한국과 중국이 관련물품을 대량생산하고 있고, 또 '증상 감시(Syndromic surveillance)'를 통해서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빈슨 교수는 '일각에서 북한의 전염병 대처가 매우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에 대해선 "북한은 수십 년 간 권위주의적인 국가, 하나의 정당체제로 운영이 돼 왔다. 누군가 국가에 이롭지 못한 사실을 말하면 그들은 국가의 타깃이 돼 왔다"면서 "사스(SARS)에 대해 처음 알린 사람들도 구금이 됐었다. 이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도 마찬가지다. 발설을 하면 구금되거나 사라지고 있다"고 경험적 사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이런 문제들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다면 의사소통과 투명성, 책임성은 무너질 것이고, 전염병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며 "전염병에 대한 대처는 서로간의 의사소통과 개방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로빈슨 교수는 '북·중 국경 지역에서 만난 탈북자들을 통해 본 북한의 보건환경'에 대해선 자신이 의사가 아닌 점을 언급한 뒤 "유엔과 다른 기구 등을 통한 북한 내부 정보와 탈북자 등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건 있다"며 "'고난의 행군' 이후 보건 시스템에 기능장애가 생겼다. 넓은 관점에서 북한의 보건체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불러온 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북한에 줄 수 있는 도움'에 대해선 '기술적 지원'과 의료 물품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기술적인 지원은 세계보건기구(WHO)나 각 나라의 질병통제예방센터, 전염병 전문가들이 북한으로 들어가거나 화상회의 등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의료 물품에 있어서도 진단 키트와 개인보호 장비 등 전면에 나서서 일하는 의료진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공급해 이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어떤 나라도 지체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고 VOA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