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연말시한' 이란 스스로 정한 발목 잡는 결정해
金, 북한 주민들 기대감 높였지만, 올해 경제 상황 매우 좋지 않아
北 고위급 인사들의 담화가 이를 방증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북군사분계선(MDL)에서 마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북한의 최근 잇따른 담화가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적극적인 신호이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스스로 정한 '연말 시한'에 대한 압박감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북측 협상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달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국과의 실무회담후 가진 성명을 통해 "협상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고 선언한 뒤, "미국 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으로 권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실무협상 결렬에 대비해 김 위원장으로부터 '연말 시한'이란 'Plan B'를 지시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김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도 "대화 재개의 불씨를 살리든가 아니면 대화의 문을 영원히 닫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실험 여부도 미국의 태도를 보면서 결정하겠다"고도 경고했다.
결국 북한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모든 책임을 미국에 돌리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연말 시한'과 관련해 다른 독립적인 요인이 있어 보이며, 이는 김 위원장이 내세운 '연말 시한'에 스스로 발목이 잡힌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18일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뒤 곧바로 북한이 반응을 내놓은 것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연말 시한'을 앞둔 북한이 미국에 지속적으로 보내는 신호는 미국에 대한 압박 외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지난주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와 김영철 아태 위원장 명의의 담화를 잇따라 발표하고 북미 협상에 대한 입장을 제시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말 시한', 즉 트럼프-김 브로맨스(남성간의 친밀한 관계)의 만효일을 정해 스스로를 구석에 몰아놓은 셈"이라며 "김 위원장이 절박해 필사적으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북한은 자신들의 전략에 따라 경제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외부의 경제적 지원·원조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제재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최근 담화가 이런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한 셈이다.
한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경제를 강조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김 위원장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운 교수는 "김 위원장은 북한 사람들에게 아마도 좋은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높였지만, 올해는 특히 북한 경제가 매우 좋지 않은 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악화된 경제 상황을 제재 등 외부의 탓으로 돌리고 싶겠지만, 자신의 정책에 불합리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고 VOA는 전했다.
북한의 이런 행동에 대해 미국이 한미 연합공중훈련 일정도 사실상 연기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최근 발언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며 "빨리 행동해 합의하자. 조만간 보자"라는 메세지를 던진 것과 관련해 3차 북미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타게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