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회동을 가진 뒤 북한선박 삼척항 입항사건에 관련해 국정조사 요구를 함께 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의 의사일정 부분 합의가 진행되면서 6월 임시국회가 정상화 수순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야권이 북한 목선 사건 국정조사를 요구해 뜻밖의 암초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각각 북한 어선 삼척항 입항 사건의 진실규명을 명분으로 한 국정조사를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하고 있다.
야당의 국조 요구안은 군 당국의 사건 은폐·축소 의혹, 북한 선원 조기송환 및 송환 종용 여부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국당은 연일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국조 수용 여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가 걸려있는 7월 임시국회 정상화 여부와 연계할 것임을 시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조만간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북한동력선 사건과 관련해 허위보고 및 은폐의혹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할 거라고 한다"며 "물론 익히 예상했던 시나리오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면 이렇게 각본에 충실할 수 있는지 새삼 놀라울 정도의 팀워크"라고 힐난했다.
나 원내대표는 "애초부터 결론은 정해져 있었고 짜맞추기 조사를 한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의 조사였던 것"이라며 "과연 청와대가 은폐성 브리핑 가이드라인을 줬는지, 가이드라인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하달됐는지 여러 조사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바른미래당도 여당의 조건없는 국정조사 수용을 요구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을 조사해온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경계 실패는 있었지만 허위보고와 은폐·조작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곧 조사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며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청와대가 쳐놓은 가이드라인에 진실을 꿰어 맞추는 하나마나한 조사를 벌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은폐·조작 사건의 중요한 참고인인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에 대해서는 조사 자체를 아예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북한 목선 은폐조작 사건은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며 "국민들이 정부의 행태를 납득하지 못하고 국방부 자체조사를 갖고는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반드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회 정상화를 앞두고 국조로 대여 공세의 고삐를 죄고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에 정박해 있었고, 후에 주민의 신고로 식별됐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을 일으켰다. 사진은 북한 어선이 정박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삼척항 부두 맨 끝 지점. (사진=연합뉴스)
반면 여당은 국조 요구에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여당으로서는 국조 요구가 받아들일 경우 군과 국방부, 국정원은 물론 청와대까지 조사범위에 포함될 여지가 높고, 군·경의 경계망이 뚫린 점에 대한 안보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라는 점에서 적지않은 부담을 져야 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각 국회에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어렵게 문을 연 국회가 산넘어 산"이라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북한 어선 관련 국정조사요구서 제출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해당 사안은 관련 상임위나 대정부질문을 통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완전한 국회 정상화에 (국정조사가)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국조 요구로 간신히 풀린 국회 정상화 실마리가 다시 엉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야당이 추경안 예산 삭감 등 6월 임시국회 협상 카드로 국조를 요구한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재해추경 심사만 용인하거나 일부 추경안 예산 삭감을 벼르고 있다.
야권의 한 재선 의원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공동으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실제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하면 현실적으로 본회의에서 통과하는 건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