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인가, 미세먼지인가?'
서울 지역에 사상 처음으로 닷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일대가 미세먼지에 갇혀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난리도 이런 난리다 없다. 나라 전체가 미세먼지로 뒤덮혀 노령층과 어린아이는 물론 일반인조차 생활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미세먼지 사태가 일주일째 기승을 부리며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는 '심질환 및 뇌졸중'과 '폐암' 등 심뇌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초미세먼지(PM-2.5·입자의 크기가 2.5㎛ 이하)와 사망자 수에 관한 환경부 연구보고서'(2017년) 분석 결과를 인용, 초미세먼지로 인한 한 해 사망자수는 1만 명 이상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로 인한 국내 조기사망자 수는 1만1천924명(2015년 기준)이었다.
이날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측정한 서울의 시간당 초미세먼지 농도는 무려 147㎍/㎥∼150㎍/㎥에 달하는 등 초미세먼지를 관측한 2015년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중국에서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오염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그 농도가 더 짙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초미세먼지가 75㎍/㎥를 넘으면 '매우 나쁨'이란 점을 고려하면 최근 일주일내 전국으로 확산된 1급 발암물질인 초미세먼지(PM-2.5) 사태가 조기 해결되지 못한다면 노약자는 물론 일반인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 덮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과 울산을 제외한 전국 17개 시·도 중 15개 지역에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 4일 9곳, 5일 12곳에 이어 이날은 15곳으로 늘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전역이 미세먼지 재앙에 빠진 셈이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에 따라 총중량 2.5t 이상 배출가스 5등급 차량운행이 제한된다. 위반하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단, 저공해 조치를 이행한 차량은 제외된다. 또 발령지역 행정·공공기관에서 차량 2부제가 시행된다.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화력발전의 출력을 80%로 제한하는 상한제약도 시행된다.
전날 정부는 미세먼지 사태에 대해 비판여론이 크게 일자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긴급차관회의를 소집해 비상대책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살수차 운행 확대, 차량 공회전 및 불법소각 단속 강화 등 미온적 대책에 그쳐 여전히 미세먼지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뒤, 청와대로 복귀한 후 조명래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미세먼지 대응방안과 관련한 긴급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관련부처들의 미온적인 대응에 강력 질타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차량운행 제한, 석탄발전 상한제약, 미세먼지 배출시설의 가동시간 조정 등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보고하자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조치를 취하는 게 정부의 책무"라며 "국민들의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는 정부가 장기적인 대응책에만 머물지 말고 즉각적으로 요구에 부응해야한다"고 조 장관을 질책했다.
또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대책은 환경부 혼자 힘으로는 안 되는 일이니 모든 부처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대통령과 총리의 힘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미세먼지에 취약한 어린이와 학생들이 모여 있는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등에 대용량 공기정화기를 빠르게 설치할 수 있도록 보급을 위한 재정적 지원 방안을 조기에 강구할 것도 강하게 지시했다.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미세먼지 사태는 하루 이틀 사이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매년 겨울과 봄 계절에 집중적으로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고 있고, 최근 들어 그 빈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정부가 잘 알고 있고, 그 대책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수도 없이 논의되어왔다. 특히 국회에는 미세먼지 대책관련 법안 53개가 계류 중에 있다. 이는 여야 의견차이가 극명하여 법안 통과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질타와 지시대로 정부는 국민의 고통이 심한 경우, 비상시에는 비상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세먼지의 주범이 무엇인 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게 정부의 책무이다.
미세먼지가 사상최악으로 기승을 부리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 글들이 빗발치고 있다. 5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미세먼지 청원은 8천여 건에 달한다.
청원 제목만 봐도 "미세먼지도 관리 못하는 게 나라냐", "미세먼지 해결 없이 이 나라의 미래가 있습니까?", "미세먼지 공약 어디 갔습니까!", "이게 사람이 살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십니까?" 등등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봄기운이 완연해 지고 있는 가운데 기승을 부리고 있는 미세먼지로 인해 한반도의 하늘은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 있고, 국민들의 마음 역시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