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깨우기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세제지원책을 올해도 꺼내들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정책 효과성은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숫자놀음식'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30%였던 전통시장·대중교통 사용분 소득공제율이 2017~2018년 지출분에 한해 한시적으로 40%로 인상된다. 현재 근로자는 연간 카드사용액이 총급여액의 25%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의 15~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간 3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재부가 이 같은 소득공제 확대 카드를 꺼낸 이유는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중산층의 세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과거에도 소비 진작책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늘린 적이 있다.
2014년 당시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깨우기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10%포인트 높였으며, 이듬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를 잠재우고자 체크카드 등 사용액에 대한 공제율을 50%까지 1년 간 한시적으로 올렸다.
중산층의 기준으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까지 내놓으면서 소비를 당부했다.
이 같은 조세특례는 세수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조세지출 관리가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정부도 기본적으로 조세지출 제도의 효과성을 따져 방만한 조세지출을 정비하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다.
국세청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신용카드 소득공제 금액은 2014년 19조1941억원에서 2015년 20조6474억원으로 뛰었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전통시장·대중교통 사용분에 대한 근로자들이 받은 소득공제 금액으로, 과표로 계산하기 전 단계다.
공제를 받은 근로자의 수도 같은 기간 823만2634명에서 856만4504명으로 늘고 있다.
공제받은 금액을 근로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세액으로 환산했을 때 약 2조원(작년 기준 추정치, 1조932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혜택을 늘렸을 때 소비진작 등 어떠한 효과가 발휘됐는지에 대한 검증은 없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용카드 등 공제혜택을 확대했을 때 정책 효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에 대한 결과를 구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전통시장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한 내용도 전통시장협회가 내놓은 자료에 의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세법개정안엔 근로자의 세부담을 덜어준다는 사례도 찾아볼 수 없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범위 내에서 도서구입비, 공연관람비용도 공제항목에 넣은 부분도 '오락가락 세제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0여 년 전부터 도서 구입, 연극 관람에 따른 비용을 문화비 명목으로 공제제도를 신설해줄 것을 정치권으로부터 요구받았으나, 그때마다 기재부는 "근로소득세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의사를 밝혔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