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대한 증세 카드를 뽑아든 가운데, 세법개정 실무를 담당한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저성장 양극화가 고착된 우리나라 경제 여건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만희 기획재정부 세제실 법인세과장은 지난 16일 오후 2시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 2층 토파즈홀에서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조세일보 부설 조세정책연구소(소장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가 주최하고 법무법인 율촌 후원으로 진행된 '조세정책토론회(소득재분배 바람직한 방향은?-최고소득층 세율인상을 중심으로)'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조 과장은 "우리나라의 최근 경제상황을 보면 저성장 양극화가 고착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재정이 선도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이었다"며 "적극적인 재정역할을 하려면 안정적인 세입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엔 비과세·감면을 정비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감면 항목의 80%가 근로자와 중소기업과 관련된 것이라 줄이기 힘들었다"며 "대기업과 관련된 항목도 그동안 많이 줄여서 더 이상 줄일 게 없었다. 그래서 생각하게 제한적 세율인상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세율을 인상하더라도 경제여건과 과세형평성을 고려해 초고소득층에 한정하는 방법을 선택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조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세법개정안에 소득세 최고세율을 42%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동구권을 제외한 OECD 대부분의 나라가 42%정도를 최고세율로 삼고 있다"며 "법인세 역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와 비슷한 규모의 국가는 최고세율이 25%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과표구간 5억원 이상 고소득자는 40%에서 42%로, 과표구간 2000억원 이상 법인은 22%에서 25%로 각각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안을 정부가 꺼내들었는데, 이는 OECD 수준에 맞춘 것이 조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법인세율은 원래(MB정부 이전) 25%였다. 이를 다시 환원하면서 대상기업을 과표구간 2000억원 초과로 한정했는데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는 33만개 기업 중 129개 기업만 적용된다. 아주 제한적인 환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모아진 세수를 갖고 정부가 사회안전망 확충, 중조기업 지원 등 저소득층에 쓰면 소득주도 성장의 마중물이 되는 것이다. 가게소득 높아져 소비가 증진되고 기업이 투자하는 선순환 효과 있을 것으로 보고 이번에 세율 인상을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과장은 정부의 재원마련 대책 중 자연세수 증가분이 5년간 60조원 이상에 달해, 불확실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무리한 전망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과거 추계결과를 토대로 재추계 해서 2018년~2022년 자연증가분 결과를 봤는데 전체적으로 60조3000억원이 나왔다"며 "최근 세수 상황이 좋아지다 보니 2018년~2022년 추계를 대입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세수 초과 부분을 감안하는 등 최대한 보수적으로 짠 계획"이라며 "올해만 해도 당초 초과세수를 8조8000억원으로 봤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12조3000억원이 더 들어왔다. 재추계한 60조3000억원이 무리한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 밖에 조 과장은 면세자 비율이 절반에 달하는 근로소득자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그는 "근로소득자 면세비율이 높은데 축소하는 건 맞다"며 "그렇지만 최근 경제여건을 잘 봐야 한다. 지니계수가 2016년 악화됐고 최근 1분위 저소득층의 소득이 5분기 연속 감소세에 있다. 면세자 축소를 위해선 저소득층 세부담 늘려야 하는데, 양극화 악화 문제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