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제 51회 공인회계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김현준(24)입니다. 현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2학년으로 재학 중입니다.
의무경찰로 군복무를 하면서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를 시작하여 작년 6월에 제대한 후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에 돌입하여 올해 동차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합격할 수만 있다면 합격증을 수령하러 서대문까지 삼보일배하며 갈 수 있겠다고 다짐을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합격증이 책상 옆에 걸려있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군 복무 시절, 회계사 공부를 해보려 했지만 조언을 구할 곳이 없어서 무작정 서점에 가서 아무 책이나 펼쳐 보았던 저의 막막했던 심정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비록 제 수험생활이 타 수험생과 비교하여 다소 변칙적이지만, 군복무를 하고 계시는 중에 회계사 시험의 응시를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수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운이 좋아서 초시에 합격했지만, 공인회계사 시험 과목들에 대한 내공은 오히려 그 이상의 수험생활을 하신 분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수기 작성에 있어, 주로 초시생의 관점을 견지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 수험기간별 학습기록
(1) 군복무 기간(2013년 9월~ 2015년 6월)
저는 군복무 기간 21개월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 자기계발을 장려하는 의무경찰로 입대하였습니다. 대학교에서 경영학과로 진학한 이후, 회계와 재무에 대한 소양을 쌓고 경영학의 전반적인 이해를 도모하였는데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공인회계사 시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군 입대 이후 서서히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군복무 기간 동안 저는 공부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데에 주력했습니다. 여기서 몸을 만든다는 것은 근육을 키워서 멋있는 몸매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공부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저는 고등학교 입시 이후 군 입대를 할 때까지 제대로 된 공부를 한 기억은 거의 없었고, 몸은 음주가무에 찌들어서 체력 또한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공인회계사 시험은 난이도도 어렵지만, 양이 정말로 무지막지하여 기복 없이 장기간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군복무 기간 동안 수험용(?) 몸을 만드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하며 체력을 키웠고, 공부가 되지 않아도 억지로라도 엉덩이를 붙이고 안아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했습니다. 군복무 기간 동안 저는 주로 PMP를 이용한 인강에 의지해서 공부를 했는데, 공부가 정말로 안 될 때에는 봤던 인강을 다시보는 식으로 복습을 하면서라도 공부시간을 채우곤 했습니다.
사실 자기 공부 없이 인강으로만 학습을 하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군복무 초기의 저는 정말로 의지박약하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져 저런 식으로라도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공부가 너무나도 안 되고 1시간도 채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저도 동기들과 같이 TV에서 나오는 걸그룹에 환호하며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남들과는 다른 21개월을 보내기로 제 자신과 다짐했기에 이를 악물고 공부하고 또 운동했습니다. 그 결과, 입대할 당시에는 빼빼 말랐던 제가 제대할 때 즈음에는 10kg 정도 체증 증량에 성공하여 어느 정도 건실해졌고, 공부하는 것 또한 몸에 적응이 되어 하루에 10시간은 거뜬히 공부할 수 있는 수험용 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2) 제대 후 겨울까지(2015년 6월 ~ 2015년 12월)
군복무 기간 동안 공부하는 습관을 잘 들여놓은 덕분인지, 저는 제대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생활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집중하지 않고 딴짓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인강을 항상 2배속으로 수강하는 것이 익숙해져서 진도는 비교적 빨리 나갈 수 있었습니다. 군복무 기간에 재무회계, 원가관리회계, 세법, 경제학, 재무관리의 기본강의를 수강하고 9월이 되기 전에 상법, 경영학 그리고 세법 2차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저와 비슷한 때에 제대한 동기들이 유럽으로 여행을 가고, 복학 준비를 하며 한껏 들뜬 모습을 볼 때면 자괴감이 들고 우울해지곤 했는데요. 저 또한 음주가무를 좋아하고 입대 전에는 여행을 많이 다녔기에, 지나치게 제 자신을 억압하기 보다는 주말에는 휴식을 취해가며 수험생활을 하였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까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책상에 앉아서 꾸준히 공부만을 하였고, 토요일 저녁에는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며 피시방이나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를 해소하였습니다. 일요일 오전까지만 여유롭게 휴식을 만끽하고 오후부터는 다시 월요일을 준비하며 천천히 공부를 하는 패턴으로 일주일을 보내니 수험생활이 그리 지겹게만 느껴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짧은 시간이라도 운동을 꼭 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저와 같은 경우에는 지하철 역에서 집까지 20분 정도의 거리를 걸어서 다녔고, 운동을 끝내고 집에 와서 자기 전에 턱걸이와 팔굽혀펴기를 몇 세트씩 하고는 했습니다. 운동을 하면 다음날 피곤할 것이라고 지레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잠을 푹 잘 수 있어서 다음날 더 개운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운동과 병행하여 스트레칭도 하다 보니 수험생의 지병이라고 할 수 있는 어깨와 목의 통증도 거의 느낀 적이 없이 무난히 수험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 같은 초시생 분들에게는 개인적으로 이즈음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초시생들은 대부분의 과목에 대한 기본 강의와 몇몇 과목에 대한 심화 강의를 수강한 후 복습을 들어가는 시기인데요. 수강한 지 오래된 과목들은 어떤 것을 배웠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고, 비교적 최근에 수강한 과목들도 개념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아 매일매일 공부하면서 좌절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답이겠지만, 반복을 통해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꿋꿋이 공부했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 타 수험생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일단은 1차 시험을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10월부터 객관식 풀이를 조금 일찍 시작하였는데요. 경제학은 아예 무엇을 배웠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서 객관식 강의를 수강하였고, 다른 과목들은 개념은 남아있던지라 강의 없이 공부하였습니다. 3~4회독을 할 때까지도 틀리는 문제는 계속 틀리고 복잡한 개념은 여전히 헷갈렸지만 그래도 비워진 부분이 조금씩이지만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 12월까지 객관식에만 매진했었습니다.
(3) 1차 시험(2016년 1월~ 2월)
12월까지 3개월간 꾸준히 객관식 풀이를 하여 과목당 적어도 4회독 이상을 돌리고 나니 그래도 어느 정도의 큰 틀은 잡은 것 같아 1월말부터는 매일 전과목의 객관식문제를 조금씩 풀었습니다. 경제학, 경영학, 재무관리 그리고 원가관리회계는 기출문제를 프린트하여 하루에 1회씩 풀었고 재무회계, 세법 그리고 상법은 객관식 수험서의 문제들을 가로풀기(한 단원에서 몇 문제씩만 골라서 모든 단원의 문제들을 고루 푸는 것)하였습니다. 사실 이제까지의 1차 시험에 대한 대비는 이 때 집중해서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공인회계사 1차 시험의 시험량이 워낙 방대한지라, 초시생들은 이 시기가 되면 그 방대한 양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시달리며 공부에 온전히 집중을 못하고는 합니다. 저 또한 이러한 걱정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그럴때마다 공인회계사 시험이 모든 문제를 다 맞아야 합격하는 시험이 아니라고 제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는 했습니다. 사실 모든 과목에서 평균적으로 7할의 문제들만 맞추면 1차 시험에서는 넉넉히 합격권이기 때문에, 모든 과목의 모든 이론을 완벽히 숙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마음을 편하게 먹고 개개인에게 특별히 어렵다고 체감되는 부분은 과감히 포기하고 공부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돌이켜보면 1~2월에 가장 많은 실력 향상을 실감하였는데 이 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느라 고민하느니, 어려운 파트를 과감히 포기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큰 그림으로 보았을 때는 나은 것 같습니다.
1차 시험을 보기 전에 사설모의고사를 두 차례 보았는데, 사실 모의고사에서의 성적은 좋지 못했습니다. 과락이 나온 과목도 있었고 전체등수도 생각보다 잘 나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험을 처음 접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시험장 분위기와 가장 유사한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고 시간 배분을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저는 모의고사에 응시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저는 모의고사를 응시하기 전까지는, 각 교시 사이의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이 그렇게 길 줄은 몰랐습니다. 실전에서 그러한 사실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면 아마 적잖게 당황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모의고사의 출제 유형이나 난이도가 실제 시험과는 조금 괴리가 있기 때문에 성적은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1차 시험날에는, 1교시 과목들 중 미시경제학이 생각보다 까다롭게 나왔습니다. 평소에 경제학이 주력과목이었던지라 시험을 끝내고 다소 당황하며 책이 눈에 안 들어왔는데요. 과거에도 지난 시험에 집착하다가 시험을 통째로 망친 기억이 몇 번 있던지라,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남은 시험에 집중하였습니다. 그 결과 경제학에서도 의외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총점 412.5점으로 넉넉하게 1차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4) 2차시험(2016년 3월~ 6월)
1차 시험에 합격했다는 기쁨에 도취하여 이틀 정도는 넋놓고 놀았지만, 타 수험생들보다 부족하기에 더 빨리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하여 바로 회계감사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2차 강의 또한 모두 인터넷 강의로 수강하였는데요, 2차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비교적 준비 기간이 길지 않은데 비해 할 것이 많아 인터넷 강의를 통해 시간을 절약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1차 시험을 준비하면서 수강하였던 2차 대비용 강의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 저는 5 과목을 모두 인터넷강의로 다시 수강하였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비교적 빨리 시작하였고, 시간절약을 위해 모든 강의를 2배속으로 들은 덕택에 4월이 지나가기 전에 모든 강의를 다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지라 저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반복'을 모토로 하여 집약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즉, 모든 주제를 다 숙달하기에 시간은 부족했었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만 확실하게 하여 실전에서 그 부분은 틀리지 않는 방식으로 공부하였는데요. 모든 부분을 다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회독수도 많이 가져갈 수 있었고 자연스레 자신감도 상승하여 시험장에서도 더 잘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많은 책을 보지 않고, 과목당 단 한 권씩의 연습서만을 정해서 5회독 이상을 하였는데 이게 실력 상승에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열람실에서 과목당 여러 권의 연습서를 공부하는 유예생들을 보며 겁이 나기도 했었지만, 초시생이기 때문에 빈출 주제만 확실하게 가져가자는 생각으로 공부에 임했고 덕분에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5과목을 모두 한 번에 합격할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3. 과목별 학습 Tip
(1) 재무회계
재무회계는 회계사의 가장 기본이 되는 과목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어려운 과목이었습니다. 잘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까 문제도 쉽지 않게 출제되는 경향이 있고 내용이 방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무회계와 같은 경우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한 부분에서 많은 문제를 출제하지 않습니다. 그러하기 때문에 본인이 까다롭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재무회계를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전략적인 접근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현금흐름표가 굉장히 까다롭고 이해하기도 힘들었는데요, 1차 시험에서는 많아야 1 문제가 출제되고 2차 시험에서는 최근에 거의 출제된 적이 없기 때문에 과감히 현금흐름표 단원 자체를 포기했습니다. 그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니 오히려 능률도 상승하였고 마음도 편해져서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된 것 같습니다.
수험생활 초기에는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여 재무회계를 공부할 때 눈으로만 문제를 풀며 해답과 비교하여 비슷하면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식으로 공부하였는데요, 이러한 방법으로 하다 보니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제대로 체크할 수 없고 금방 까먹어서 굉장히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무회계는 계산기로 꼭 하나하나 계산하며 문제를 푸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자신만의 문제 풀이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요. 소위 '와꾸'라고 하는데, 이는 재무회계를 가르치는 강사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재무회계를 통달한 고수의 입장에서는 여러 강사의 강의를 수강하여도, 본질은 같다는 사실을 금방 깨닫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데요.
저와 같은 내공이 부족한 수험생은 웬만하면 재무회계만큼은 처음 선택한 강사의 강의를 꾸준히 수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체계가 완벽하게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접근법을 접하게 되면 머리에 혼돈이 와서 오히려 알던 것도 헷갈리기 시작하고 다시 체계를 확립하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2) 원가관리회계
원가관리회계는 다른 과목에 비해 비교적으로 숙지해야 하는 이론의 양이 적지만, 1차와 2차 시험에서 출제 방식이 다소 달라 접근법을 달리해야 하는 점이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1차 시험에서의 계산문제는 주로 간단한 개념을 묻는 경우가 많은데, 풀이방식을 발상해내는 것이 조금 까다로운 문제들이 종종 있어 곤란하게 만드는데요.
그런 문제들을 모두 대비하는 것은 사실 시간 투자 대비 효용이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에, 이론만 잘 숙지하고 기출문제만 반복하면서 시험 당일에 실수 없이 차분히만 풀면 1차 준비용으로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2차 시험에서의 원가관리회계는 문제 규모가 상당한대요, 1문제를 제대로 풀이하는데 적어도 30분은 걸리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입장에서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단원별 예제를 통해 이론을 확실하게 숙지한 후 단원별로 필수문제만을 선별하여 반복적으로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전수로 문제를 풀면 더 좋겠지만, 그걸 전부 완전히 체화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상당하기 때문에 필수문제만을 더 많이 회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3) 세법
세법은 저에게 가장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가장 빨리 잊어버리는 과목이었습니다. 개념 자체도 다소 난해했지만, 여러 공식들과 사소한 조항들을 다 외우는 것은 고문과 같았습니다. 10회독을 넘게 할 때까지도 기부금 공식이 헷갈려서 제 자신을 자책하며 서브노트를 뒤져보고는 했었는데요. 저와 같은 경우, 처음 강의를 들을 때 확실하게 이론을 숙지하지 않아서 더 고생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복습하는 것을 싫어해서 강의를 쭉 들으면서 앞쪽 부분은 대충 넘겨보기만 했는데요, 휘발성이 강한 세법을 그렇게 공부하는 것은 수험기간을 늘리는 지름길이라고 제 경험을 통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강의를 수강하고 바로 복습하는 식으로 공부하고, 통학할 때나 잠깐씩 비는 시간이 생길 때 서브노트를 틈틈히 읽으면 세법을 머리 속에 각인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세법을 정리하여 자신만의 노트를 만드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개인적으로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도 충분히 정리가 잘되어있고 내용이 알차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부족한 내용이 있다면 추가적으로 그 교재에 필기를 하지 아예 새로 만드는 것은 굉장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시간에 교재를 한 번 더 정독하고, 꾸준히 문제를 푸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세법과 같은 경우 출제되는 문제의 스타일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론만 숙지되면 기출문제만을 무수히 반복해도 실전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그런 방식을 통해 1차 시험 과목 중 세법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2차 시험에서도 무난히 60점을 넘겼습니다.
(4) 재무관리
재무관리는 강사 별로 접근법 차이가 가장 심한 과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자신과 극도로 맞지 않는 것이 아니면 처음 수강한 강사의 강의로 끝까지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재무관리도 원가관리회계와 같이 1차 시험에서는 기본적인 계산 문제와 간단한 개념을 묻는 문제 위주로 출제되는데요. 어느 정도 개념이 잡혔다면, 시중에 있는 기출문제만 모아놓은 수험서를 구매하여 10개년 정도의 기출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어보는 것만으로 1차 시험에 대한 대비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재무관리의 2차 연습서들의 특징을 꼽자면, 다른 과목들과 비교하여 필요 이상으로 수험 수준을 상회하는 문제들을 많이 수록하는 성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물론 올해의 재무관리 2차 시험은 그 문제들 이상으로 어려웠지만, 일반적인 수험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문제가 많기 때문에 잘 선별해서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재무관리 2차 연습서 문제들 중 기출문제를 위주로 반복하여 풀었고, 강사가 임의로 만든 문제들은 거의 손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수험생들에 비해 지엽적인 지식은 조금 떨어졌지만 기본적인 이론은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와 같은 어려운 시험에서도, 기출문제만을 반복한 제가 아는 것만 쓰고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60점을 넘는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5) 회계감사
회계감사는 1차 시험이 끝난 후에야 처음 시작하는 과목이여서 많은 수험생들이 부담을 느낍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양만 비교해 보았을 때에는 다른 과목들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에, 적절할 복습만 병행한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는 과목이기도 합니다. 사실 많은 동차 수험생들이 회계감사를 포기하고는 하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지 않아 합격률도 높은 과목인데요. 처음 강의를 수강할 때의 막막함과 이질감을 극복하는 것이 회계감사의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회계감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았는데요. 소위 '목차'라고 불리는 회계감사 내용이 요약된 서브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통학할 때마다 수시로 암기하였고,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를 투자하여 문제를 반복하여 풀었습니다. 회계감사에서 출제되는 대부분의 문제가 서술형이기 때문에, 중요한 개념을 확실하게 암기해야 시험 당일에도 헷갈리지 않고 좋은 답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어느 정도 개념만 확실히 잡혀 있다면 거기에 적당히 자신의 생각을 섞어서 쓰면 되니 막대한 공부량을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저 또한 정말 핵심적인 내용을 잘 숙지하고, 회계감사기준서 내용 중 중요한 것만 암기한 뒤 시험장에 들어갔었고, 그를 바탕으로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거뒀었습니다.
(6) 경제학, 경영학, 상법
세 과목 모두 수험목적으로 적합하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과목입니다. 깊게 파기 시작하면 정말 방대한 과목들이지만, 공인회계사 시험이라는 목적에 부합되게 준비를 한다면 범위가 상당히 줄어드는 과목들입니다. 경제학과 같은 경우, 미시경제학 쪽에서 보통 어려운 문제가 많이 출제되는데요. 기출문제를 분석해보면 매년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는 단원은 생산요소시장, 과점 등 비슷합니다.
그쪽 단원들의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면 어려운 문제까지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인회계사 경제학은 7급 공무원 시험, 계리사 혹은 감정평가사 시험에 비해 난이도가 상당히 높지만, 난이도가 높기로 악명이 높은 국회 8급 경제학 시험과는 또 성격이 조금 다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다른 시험의 문제들을 풀어보기 보다는, 10개년 정도의 공인회계사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면서 유형을 익히고 풀이시간을 단축해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 같습니다.
경영학은 내용은 평이하지만 굉장히 지엽적으로 출제되어 정답률을 높이기 힘든 과목입니다. 내용은 어렵지 않아 저도 처음 강의를 들을 때에는 굉장히 자신만만했다가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좌절했었는데요. 시중에 있는 경영학 정리용 교재는 모두 꼼꼼히 정리가 잘되어있는데, 본인과 맞는 교재를 한 권 구매하여 정말 꼼꼼히 암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출문제를 풀다보면, 지엽적으로 출제되는 부분이 정해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그런 부분만 조금 더 신경을 써서 공부한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법 또한 암기가 중요한 과목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암기할 내용이 많아서 상당히 골치를 썩였던 과목이었습니다. 평소에 암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법에서 고득점을 기대하지는 않았었고 완벽하게 공부하려는 생각도 조금은 접었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을 책을 읽듯이 쭉 읽으면서 헷갈리는 부분이나 수치와 관련된 것만 암기하였고, 기출문제만 꾸준히 풀었습니다. 마음을 어느 정도 비워서 그런지 생각보다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고 실전에서도 어느 정도 평범한 점수는 나와서 만족스러웠습니다.
4. 마치며
수기를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회계사 수험생활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책장에 있는 세무회계 교재를 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움찔거리는 이 버릇은 아마 한동안은 계속될 것 같네요. 군대를 제대한 후 복학하지 않고 바로 회계사 수험생활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이번학기를 포함하여 아직 다섯 학기가 남아서 회계사로써 본격적으로 업무를 배우려면 아직 꽤 오랜 시간이 남은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조금 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수험생활을 하느라 소홀히 하였던 지인들을 만나며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싶습니다.
회계사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주변에서 '회계사 요즘에는 별로라던데...', '회계사 그거 뭐 다들 준비하던데 쉬운 것 아닌가 ?'와 같은 반응을 보이면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제 고생을 몰라주는 것 같아서 짜증도 났습니다. 하지만 남들의 의견에 제 자신이 직접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흔들리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묵묵히 공부에 임했고, 마음속으로 그리는 미래의 큰 그림을 위해 제 자신의 가치를 키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하겠다고 결정했으면 흔들리지 않고 회계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수험기간을 단축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수험생활을 하면서 워낙 심적으로 고생을 많이 하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서, 조금이라도 더 노하우를 나누고 싶은 심정에 이것저것 적다보니 글이 너무 방대해진 것 같습니다.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많은데 글솜씨가 없어 두서없이 적은 것 같아서 많이 아쉽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묵묵히 공부하느라 고생하고 있는 수험생 분들께 이 수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수험생활 내내 저를 응원해준 가족들과 힘들 때마다 위로해주던 친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수기를 읽는 모든 수험생 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