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역, 금수저 노역, 억대 월급(?) 노역이란 말이 등장했다. 최근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 두 사람이 벌금액을 납부하지 않아 노역장에 유치되면서 언론에서 새로 만들어 낸 용어이다. 이들이 노역으로 대체되는 벌금액은 1일 400만원으로 정해졌다.
법원에서 2014년 7월부터 소액벌금의 경우에 적용하여 온 1일 10만원의 40배라서 불합리하다는 것이 대체적 여론인 것 같다. 이미 발 빠르게 현행 노역장 유치 상한기간 3년을 6년으로 늘리자는 의원입법이 발의되었다.
며칠 간 거의 모든 언론이 이들에 대한 특혜라거나 법 개정의 필요성을 보도하였고 종편에서 호재라고 보고 장시간의 대담프로를 진행하였다. 이제 좀 잠잠하여졌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논란의 대상인 노역장 유치의 기본 틀에 대하여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일종의 숨겨진 왜곡이다. 형법은 형의 종류와 경중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순이다. 벌금은 자유형, 자격형이 아닌 금전형으로서 아래 순위에 있는 비교적 가벼운 형벌이다. 형법에도 벌금이 징역형이나 금고형과 함께 선택형으로 되어 있다.
형법에서 정한 법정형 중 벌금형의 최고액은 단체, 다중이 하는 강요죄 등에 규정된 5000만 원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받은 40억 원이라는 벌금형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특별형법인 조세범처벌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형을 이중으로 가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범처벌법은 조세포탈범에 대하여 2년 이하의 징역이나 포탈세액의 2배 이하의 벌금을, 포탈세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등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포탈세액의 3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정상이 나쁘면 이를 병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 나아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포탈세액이 연간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인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연간 1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되 그 포탈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반드시 병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양도소득세 27억 원을 포탈한 죄로 기소되어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에 각기 벌금 40억원을 병과받아 그 형이 확정되었다. 이들이 벌금을 납부하지 않자 그 벌금을 몸으로 때우는 노역장에 유치된 것이다.
법원은 벌금 선고 시 벌금을 미납한 경우에는 1일 400만원으로 환산한 기간 즉 1000일을 노역장에 유치하는 것으로 선고하였다. 이는 형법 제70조 제2항에서 규정한 기준인 “벌금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경우 500일 이상”에 비추어도 가볍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위 조항은 1일 5억원으로 환형유치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던 허모 회장의 조세포탈죄에 대한 황제노역 사건 이후 새로 만들어진 조항이다. 형법 제69조는 노역장 유치기간을 3년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돈이 없어 벌금을 못내 노역장에 유치되더라도 무제한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형이 무거운 징역형에 비교하여 균형이 맞지 않다는 법리의 반영이다. 일반형사범에서 정하는 통상적인 1일 10만원으로 환형유치를 하면 이들은 무려 4만일(109년)을 징역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여야 한다. 이에 동의할 수 있는가?
조세포탈범에 대하여 징역형에 다시 포탈세액의 2배 이상의 벌금형을 재량 없이 반드시 병과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비추어 문제가 있다. 조세포탈범은 금전적으로 이미 포탈세액에 40%의 중가산세까지 물게 되는 제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형벌에서 벌금형의 무게나 노역장 유치제도의 본질을 알게 된다면 노역장 유치 환산금액에 대한 여론의 질타는 다분히 한 쪽만 본 것이다.
조세포탈범의 경우에는 그 과형구조 상 거액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밖에 없고 또 다시 같은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어느 누구가 돈이 있으면서도 노역장 유치로 돈 값을 대신하는 사람이 있을까? 만일 있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경우는 아니다. 밉다 하여도 제도 탓만 하여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