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문성 "'법인세율 단일화' 검토 필요하다"

기업의 매출 규모별 3단계 구간으로 구분된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체계를 장기적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업의 영업이익률 하락으로 인해 법인세 수입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듦에 따라, 부족한 재정을 매우기 위한다는 조치에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체계가 국제적 흐름과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의 소득세 부담을 다소나마 조정하기 위해 최고세율 및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넓히고 39년 동안 철옹성처럼 유지되어 오고 있는 부가가치세율 인상 검토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7일 창간 15주년을 맞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주최한 조세정책大토론회('글로벌시대, 한국조세 어디로 가야하는가')에 발제자로 나서 이 같은 주장들을 내놓았다. 

'법인세율 단순화'가 정답

현재 법인세율 체계의 개편을 놓고 크게 인하하느냐 마느냐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오 교수에 따르면 법인세율 인하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경제위기 이후 훼손된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법인세 감세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감세가 이루어지는 경우 세입기반을 항구적으로 잠식해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여 내수를 활성화시키고, 조세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인세율을 인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오 교수는 이와 관련해 "법인세의 경우 자본의 국제적 이동성과 자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글로벌 세율인하 추이가 지속되고 있어 세율인상이 쉽지 않다"며 "향후 법인세율은 세계적인 세율 변화 추이를 보다 주시하며 결정되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이에 장기적인 법인세제 개편 방향으로 법인세율의 단일화를 언급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3개국이 법인세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2단계 누진세율구조를 3단계로 확대시켰다. 오 교수는 "이러한 결과는 국제적 흐름과 상반된 측면이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중장기적으로는 법인세율을 단일세율 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등 조세지출의 관리를 꼽았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 조세지출의 경우 일몰규정이 없는 항목의 비중이 65%"라며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비과세 감면 등 조세지출에 대한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득세 최고세율, 끌어올릴 필요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하거나 과표구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낮은 편에 속하다는 이유에서다. 

오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득세 부담은 OECD 국가 중 낮은 국가에 속한다. 실제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소득세는 GDP의 3.7%, 총세수의 15.4%인데, 2012년 OECD 평균(8.6%, 24.5%)에 비해 각각 4.9%p, 9.1%p 낮았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 일본 등 OECD 주요 국가들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에 적정 세원확보를 위한 소득세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소득세율을 인상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 오 교수의 설명. 

우리나라도 2012년 과표 3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38%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했으며, 이후 2014년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과표 1억5000만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최고세율은 2000년 44%에서 2013년 41.5%로 2.2%p 감소했으며, 이는 OECD 34개국 중 2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오 교수는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은 1억5000만원인데 이를 3억원으로 올려 최고 40%의 세율을 부과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와 함께 근로소득자의 면세자 범위를 축소할 수 있도록 근로소득자에 대해서도 소득세 최저한세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가가치세 인상 검토 필요, 상속세는 과감히 폐지

학계에서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는 부가가치세율 인상 문제도 정부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오 교수는 주장했다. 부가가치세는 1977년 10%라는 세율로 도입한 이후, 39년 간 한번도 인상된 적이 없는 그야말로 금기의 영역.

그러나 부가세 인상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으며, 국내에서도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선 부가세율 인상만한 확실한 카드가 없다는데 조세전문가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모양새다.

오 교수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75% 이상이 복지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비세를 증세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OECD 국가들의 평균 부가가치세율은 2008년 17.7%에서 2014년 19.2%로 1.5%p 인상됐으며, 부가가치세가 없는 미국을 제외한 총 33개국 중 21개국의 부가가치세 표준 세율이 인상된바 있다.

이들 국가들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적으로 세율을 2.25%p 인상했다.

우리나라는 1977년 부가가치세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10%의 단일세율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건드려야 한다는데 대체적으로 복지재원 마련 때문이라는 목소리로 압축된다.

OECD 역시 "한국의 부가가치세율은 10%로 OECD의 평균인 18%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부가가치세를 통해 세수를 증가시키면서 근로장려세제와 같은 효율적인 재정지출을 토한 소득분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최선이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 교수는 이에 장기적인 부가가치세 개편 방향으로 "부가가치세 세율의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지방소비세를 독립세로 전환하고, 간이과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단기적 관점에서는 "면세범위의 축소 및 기초생필품에 대한 감면세율을 적용하고, 매입자납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중과세 소지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속세와 관련해 "상속세 과세대상인 유산은 생전 상속인의 소득이나 저축, 투자 등에 대해 소득세가 이미 납부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중과세로 볼 수 있다"며 "또한 사람의 사망을 원인으로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논리적이고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운 세금이다"라고 오 교수는 지적했다.

오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제는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등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전제한 뒤 "단기적으로는 상속세 과세구조를 '유산취득세'로 전환, 증여세 과세구조와 일치시키거나 상속세 계산구조를 단순화하는 등의 법개정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