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시대가 창조한 '웹툰 한류', 발목잡는 구습(舊習)

그리고 웹툰은 현재 영화, 드라마 등 우리나라 문화컨텐츠의 핵심 원천으로서 제작자들의 주목을 한껏 받고 있는 상황이다.

웹툰의 해외진출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이지만 웹툰 작가들을 포함한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웹툰 한류의 글로벌 시장 진출?…"표현의 자유부터 보장해야"

전통적인 만화강국인 일본과 미국의 경우 여전히 종이책 위주의 만화시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만화시장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돼 한국 웹툰이 진출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에는 이미 한국 기업인 NHN엔터테인먼트의 '코미코'와 네이버의 '라인망가'가 진출해 지난해 말 기준 1200만여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로 스크롤과 아마추어들의 등용문인 '도전만화'라는 국내 방식을 그대로 차용한 이들 앱들은 현지에서 빠르게 정착해가고 있는 중이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웹툰 기업도 있다.

유료웹툰을 주력상품으로 내놓고 있는 '레진코믹스'다.

지난 2013년 글로벌 K스타트업 최우수상, 2014년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한  레진코믹스는 설립 1년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전문 번역 시스템을 통해 한국 웹툰의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레진코믹스는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의해 홈페이지가 차단을 당하고 컨텐츠 심의를 당하는 등 수모를 겪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방통위는 당시 레진코믹스의 성인만화 중 일부가 청소년들에게 여과없이 샘플로 제공된다는 이유로 '음란사이트'로 규정, 사업자 의견청취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이트를 차단했고 논란이 일자 하루만에 차단을 취소한 바 있다.

방통위는 지난 2012년에도 20여개 웹툰 작품에 대해 '청소년유해매체' 지정 통보를 하고 웹툰심의규정제정을 추진해 업계의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웹툰에 대한 심의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그 중심에는 '청소년보호법'이 있다.

청소년보호법 제9조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거나 음란한 것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 행위와 약물의 남용을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것 ▲도박과 사행심을 조장하는 등 청소년의 건전한 생활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沮害)하는 반사회적·비윤리적인 것 ▲그 밖에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해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항들이 지나치게 자의적인 규제로 이어져 웹툰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하는 반사회적·비윤리적인 것' 같이 모호하고 애매한 조항들로 이루어져 있다"며 "이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웹툰에 대한 제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만화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만화가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놓아주는 느슨한 규제 때문"이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군사정권 하에서 남매가 같은 방에 있거나 코를 후비는 장면도 그리지 못하게 하는 철저한 규제일변도였기 때문에 산업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웹툰 한류를 위한 재정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수시로 심의의 칼날을 들이대는 일부터 멈춰야 할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웹툰 한류는 요원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