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기상도 '먹구름'…여전히 불안한 '나라곳간'

정부가 지난 3년(2012~2014년)동안 발생한 '세수결손(세입예산 미달)'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지난해 떼어내는데 성공했지만, 올해 세입 여건의 기상도는 여전히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세수결손 탈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자산시장의 호조(양도소득세·증권거래세 수입 증가)가 급증한 가계대출과 주택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로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담뱃값 인상, 징세행정 강화 등 추가적인 세수 증가효과도 제한적인 만큼, 세입환경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은 곳곳에 상존하고 있다.

이 같은 요인을 제하고 순수한 경제성장에 따른 국세수입의 증가를 노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상황.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 불안 등의 리스크가 한국 성장률을 끌어내릴 요소로 꼽히면서, KDI(한국개발연구원) 등 국책기관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낮추고 있다.

올해 정부의 세수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세입환경 위험요인 곳곳에 포진

"올해 세입예산은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데, 세입여건은 전년보다 나쁘다."

올해 국세수입을 전망한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는 이 같은 목소리가 암암리에 흘러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세수입의 실적 개선세가 올해에는 둔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9월에 밝힌 올해 국세수입 목표치는 223조1000억원.

전년(217조9000억원)보다 5조2000억원을 더 걷어야 국고에 구멍이 생기지 않는다. 당시 추경기준(215조700억원)추정치로는 7조4000억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설계됐는데, 과거에 비해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전망치로 평가되고 있다.

방어적인 전망치를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은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세입여건이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일단 지난해 국세수입 실적의 개선세를 이끌었던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수입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추경예산과 비교해 최종 실적치의 경우 양도소득세는 13.2%, 증권거래세는 20.1%로 늘어나는 등 다른 세목에 비해 증가율이 가장 큰 세목이었다.

그러나 올해 이들 세목의 수입에 발목을 잡을 요소가 뚜렷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NABO 경제동향' 자료에 따르면 주택경기는 지난해 4분기 이후부터 둔화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 중국 증시가 급락함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예정처는 올해 국세수입을 전년대비 3.0% 증가한 224조2000억원으로, 직전연도(2015년) 의 전년대비 증가율(6.0%)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추가적인 세수 증가 효과가 없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담배 판매 등이 기초가 되는 개별소비세를 들 수 있다. 담배 개별소비세 신설(담뱃값 인상)·발전용 유연탄 과세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개소세 수입은 전년에 비해 2조4000억원이 늘었다. 바꿔 말하면 제도적 요인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올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근로장려세제(EITC)의 수급대상 증가로 소득세 수입이 전년보다 더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불안요인이다.   

세수입 예측에 근거가 되는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성장률)도 최근 수출 급감과 저물가 기조를 고려하면 당초 목표치(4.5%)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면서, 막대한 세수입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숨은 세원 발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세입결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세원확대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대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결국 '증세'를 언급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KDI는 지난해 9월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 기존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는 조세부담을 점진적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증세보다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수를 늘리는 기조를 유지한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변함없는 태도다. 경제회복이 지연되고, 저성장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세입기반을 약화시키는 '탈세'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세수' 여건에도 리스크는 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짐에 따라 징세행정의 부작용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13~2014년 사이 세무조사 및 체납징수로 인한 세수확보는 공약가계부상 계획을 초과달성한 반면, FIU(금융정보분석원) 활용 실적은 당초 계획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세수를 걷는 세입기관인 국세청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중단 없이 추진하되, 국세행정의 무게중심을 '성실신고' 유도에 두고 있는 모습이다.

국세청은 유형별·업종별 세금 신고 안내항목을 확대하고, 세수상황 점검회의를 매월 개최하는 등 세수관리를 꼼꼼히 하겠다는 방침을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특히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도' 시행을 통해 정부가 거둬들일 세수효과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가 자진신고제 시행으로 6억 호주달러(약 5000억원)의 세수를 거둬들였다는 점을 근거로, 이에 상응하는 규모의 세수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국세청의 역외탈세 추적 역량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다수의 납세자가 신고를 회피하는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14년 감사원 조사에서도 과세당국이 역외탈세를 인지했음에도 3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징수하지 못한 사례가 발표된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전문가는 "정부가 올해 국세수입을 지난해보다 높였음에도 세수여건을 만족스럽게 보지 않고 있다"면서 "증세 성향이 짙은 조세정책 보다는 그동안 과세권이 미치지 않았던 비조세 부분에 대한 징수행정력을 강화해 세수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