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국세청式 '줄푸세' 시작된다

'줄푸세'.

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뜻으로, 2007년 제17대 대통령 후보를 뽑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경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모델 가운데 하나다.

국세청이 28일 열린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발표한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안은 이 같은 줄푸세 모델과 상당부분 닮아 있는 모습이다.

납세협력 비용은 줄이고, 사후검증 유예 등 경제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상 규제는 풀고, 준법·청렴을 강조해 법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떠받치고 있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이날 ▲치밀한 세무관리로 세입예산 확보 ▲성실납세를 위한 최상의 서비스 지원체계 구축 ▲비정상적 탈세·체납 근절을 통한 공평한 세정 구현 ▲경제 활력 제고를 세정 차원에서 적극 뒷받침 ▲세정의 핵심가치인 준법·청렴문화 확산을 강력하게 추진 ▲일하는 방식 혁신으로 세정 투명성·경쟁력 강화 등 6가지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 '줄'이는 것

'제2의 세금'으로 불리는 납세협력비용. 납세자들이 국가에 세금을 내기 위해 부수적으로 들여야 되는 돈을 말한다. 한해 대한민국 납세자들은 세금을 내는데 10조원의 비용을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는 추정치가 있을 정도.

국세청은 이 같은 납세협력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마다 '묘안'을 짜내고 있다. 올해 역시 편리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납세협력비용을 체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나섰다.

쉽고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서를 미리 채워주는 Pre-filled 서비스 및 모바일 신고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서비스를 통해 국세청이 줄이기로 한 목표액만 2500억원을 넘어선다.

세금 1000원 당 납세협력비용(징세비) 목표도 47원으로 잡았다. 지난 2011년 기준 세금 1000원당 납세협력비용은 55원이었다.

또 하나 줄어드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국세청은 앞으로 유사업무를 통·폐합하고 상대적으로 실효성이 낮은 과세자료는 30% 감축해 업무의 집중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 '푸'는 것

국세청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에 대한 세무행정상의 규제를 대폭 풀기로 했다. 기업들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납세자 친화적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중소법인, 지방기업 등 중소납세자에 대한 정기조사 선정 우대를 지속하고 간편 조사를 확대해 운영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성실납세 협약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의 세무쟁점을 신속히 사전 해결함으로써 세무리스크 없이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성실납세 협약제도는 국세청과 기업이 상호협약을 체결해 세무문제를 협의·해결하는 제도로 지난해 7월 지원대상이 중소기업으로 조정(수입금액 500억∼5000억 → 300억∼1000억)된 바 있다.

아울러 납세자들이 꺼려하는 사후검증과 관련, 대상자 선정부터 납세자 해명, 처리 결과까지 전 과정을 전산 관리해 중복 검증이나 과도한 자료요구를 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세무부담 완화를 위해 세무조사 유예제도와 유사한 '사후검증 유예제도'를 도입해 최대 6개월까지 사후검증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주류산업의 진입제한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자율경쟁체제를 도입, 국내 주류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 판매업의 면허기준 및 전통주 제조시설기준 등이 규제완화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여진다.

□ '세'우는 것

올해 개청 50주년을 맞는 국세청은 올해를 '준법·청렴문화 정착의 원년'이 되도록 잘못된 관행·문화를 철저히 혁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부정부패에 대한 대책은 해마다 끊이지 않고 나온 국세청의 '단골메뉴'.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 법' 시행 등 범정부적 청렴 제고방안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이에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갖추고 법질서를 제대로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본청에 준법·청렴세정 추진단(T/F), 지방청에 준법세정팀이 구성된다. 또한 업무 단계별 전산관리 강화 등 내부 시스템을 개선하고 업무검토·결재 과정에서의 관리자 역할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최근 일어난 8급 직원의 100억원 부정환급 사건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해부터 예고된 불성실 세무대리인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법령개정, 세부지침 마련, 실태 점검 등을 통해 비정상적 세무대리 근절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징계기준 강화, 위임장 미제출 대리인 조사입회 배제, 청탁유도 대리인 신고제도 등이 근절방안에 포함될 전망이다.

국세청은 세무대리인의 징계이력을 전산 관리해 불성실 세무대리인일 경우 위원회 활동에서 배제하고 표창을 제외하는 등 사후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납세자도 예외는 아니다. 국세청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납세자는 탈루 혐의가 없더라도 즉시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기존에는 탈루혐의가 발견돼야만 세무조사가 가능했지만 국세청은 이 같은 법규정을 새로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도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갈수록 고도화되고 지능화되는 탈세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팀을 과 단위 기구인 '조사분석과'로 정식 출범시킬 방침이다.  

또 국세청은 첨단탈세방지 조직을 확충하고 '빅데이터 체계적 통합·분석' 등을 통해 변칙적인 탈세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그리고 또,

국세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사전 성실 납세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사전 세무간섭'이라는 이유로 금지됐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부활한 사전 성실 납세지원 제도.

사전 성실납세지원 제도는 3년 연속 세수부족 사태로 곤욕을 치렀던 국세청이 지난해 초과세수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에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한줄기 빛이 되어준 사전 성실납세 지원제도를 올해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목표 세수를 달성하겠다는 국세청의 방침으로 풀이된다.

무작정 세금신고를 하라고 사전에 닦달 하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이에 걸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편리한 신고 준비, Pre-filled 서비스 등 간편신고 확대, 모바일 세금납부 기능 등 납부 편의 향상 등 신고·납부에 있어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더 나아가 사전안내와 사후검증 연계해 파급효과가 큰 사전안내 항목 중심으로 신고반영 여부를 신속하게 검증해 사전안내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즉, 내랄 때 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