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 동료들 눈치보느라 아픈 것 조차 서러운 직장인들.
여기에 더해지는 '의료비'는 또 다른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연로하신 부모님과 자녀들에게 들어가는 의료비까지 생각하면 그 부담은 2배, 3배가 되기 마련.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이런 저런 보험도 들어 놓지만 예상치 못하게 빈틈을 파고드는 의료비에 직장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만 간다.
특히 다른 비용과 달리 의료비는 쉽게 줄일 수 없으며 생명과 직접 연관돼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들더라도 더 나은 치료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말정산 시기가 되면 의료비 세액공제를 통해 지출한 의료비를 조금이나마 보상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니, 영수증, 지급명세서 등 제출서류를 꼼꼼히 챙겨 지난 날의 아픔을 잊어보도록 해보자.
□ 총급여 3% 초과한 금액만 공제 = 근로자들은 본인뿐만 아니라 부양가족이 사용한 의료비도 합산해 세액공제를 받는다.
이때 부양가족이란 주민등록상 동거가족으로 실제 생계를 함께하는 사람을 말하며 독자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부모의 경우에는 주소지가 달라도 부양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단 본인과 부양가족이 사용한 의료비라고 해서 전액을 다 공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비 세액공제 요건은 '총 급여에서 3%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만 공제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총 급여가 5000만원인 근로자가 의료비로 연간 350만원을 사용했다면 의료비 중 연봉의 3%에 해당하는 150만원을 초과한 금액(350만원-150만원=200만원)만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의료비 세액공제율은 16.5%(지방소득세 포함)이므로 이 근로자는 연말정산 때 소득세 33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총 급여의 3%가 넘는 의료비를 전부 다 공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의료비 세액공제는 연간 700만원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 본인 의료비와 부양가족 중 장애인이나 65세 이상 고령자, 난임시술비 증을 위해 지출한 의료비는 한도 없이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계산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그 외 부양가족이 지출한 의료비가 총급여액 3%보다 적을 경우 '(본인 의료비+65세 이상+장애인) - (총급여액 3% - 그 외 부양가족)'으로 계산한다.
그 외 부양가족이 지출한 의료비가 총급여액 3%보다 많거나 같을 경우 '(본인+65세 이상+장애인) + (그 외 부양가족-총급여액 3% 혹은 700만원 중 적은 금액)'으로 계산한다.
얼핏보면 복잡해보이지만 계산방법대로 대입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총 급여 2400만원 근로자 A씨가 본인과 65세 이상 아버지에 대한 의료비를 100만원을 지출하고 배우자와 어린 자녀의 병원비로 50만원을 지출했다면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그 외 부양가족에 해당하는 배우자와 자녀의 병원비가 총급여액의 3%인 72만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첫 번째 방식으로 계산하면 된다. '본인과 아버지가 지출한 병원비 100만원 + (총 급여액 3%인 72만원 - 그 외 부양가족 의료비 50만원)을 적용하면 122만원의 공제대상 금액이 나온다.
여기에 공제율 15%를 곱해주면 18만3000원의 금액이 나오는데 이것이 최종적으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 안경 구입도 의료비 공제 받자 = 의료비 세액공제는 단순히 병원에서 지출한 진료비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의약품을 구입하거나 장애인 보장구 구입·임차 비용에 안경을 구입한 것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안경과 콘텍트렌즈 구입비용은 1명당 50만원 이내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 등의 처방에 따른 의료기기 구입비용이나 임차 비용, 보청기 구입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실제 의료비로 지출한 본인 일부부담금도 공제 대상이다.
하지만 미용이나 건강 증진이 목적이라면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약도 치료용의 경우엔 공제 대상에 포함되지만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인 '보약'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근 사람들이 많이 가입하는 실비의료보험의 경우 연말정산과 중복해서 공제를 받기 어렵다. 진료비를 미리 지불한 후 보험회사에서 받은 실비는 공제대상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임산부에게 진료비를 지원하는 '고운맘카드'로 지출한 의료비도 공제대상이 아니며 산후조리원이나 간병인에게 개인적으로 지급하는 비용도 공제받을 수 없다. 진단서 발급비용이나 외국 병원에서 지출한 의료비도 공제대상이 아니다.
한편 맞벌이를 하는 경우 부부 중 한 사람이 가족 전체 의료비를 합산해 공제 신청을 할 수 있는데 부부 중 소득이 적은 사람이 세액공제를 신청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의료비공제는 총 급여의 3%를 초과하는 금액이 공제 대상이므로 부부 중 소득이 적은 쪽에서 의료비공제를 신청해야 더 많은 금액을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액공제란 이미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세금이 얼마 안 되면 돌려받을 금액도 크지 않다.
예를 들어 부부 중 한쪽이 소득이 너무 적어 돌려받을 세금이 얼마 안 되거나 다른 소득(세액)공제 항목만 활용해도 이미 납부한 세금을 대부분 돌려받을 수 있다면 두 사람 중 소득세를 많이 납부한 쪽에서 의료비공제를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
□ 제출 서류는? = 의료비 세액공제에 필요한 서류는 오는 15일부터 국세청에서 제공하는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www.yesone.go.kr)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에는 의료기관과 약국에 지급한 의료비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한 본인부담금, 안경과 콘텐즈렌즈 구입비, 보청기와 장애인 보장구 구입비, 의료기기 구입·임차비용 등 증빙자료를 뽑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간혹 의료기관이나 약국, 판매처의 실수로 지출내역 등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어 빠진 항목이 있다면 병원이나 약국, 안경점 등에 직접 연락해 영수증이나 납입확인서 등을 요청하면 된다.
근로자는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에서 출력한 의료비 지출내역과 관련 기관 등에서 받은 영수증을 첨부해 원천징수의무자(회사)에 제출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