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관세평가분류원 김영아 관세행정관이 작성했습니다.)
국제품목분류 분쟁 해결의 비밀 병기
언론에 의하면 중소기업들 대상으로 리서치한 결과 수출시 가장 큰 애로사항은 해외시장 정보부족(53.3%)이고, 수출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 1위는 FTA활용(45.2%)에서 원산지증명과 관련한 내용이었으며, 원산지증명과 관계있는 품목분류(34%) 관련 애로사항을 가장 많이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동일한 상품에 대해 상대국가와 품목분류(HS)에 대한 견해가 다르면 수출업자는 원산지증명서류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 HS코드에 따라 FTA협정 세율과 원산지결정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품목분류 행정은 FTA를 집행하는 관세행정의 하나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FTA가 증가함에 따라 국가간의 HS분쟁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인도나 태국, 베트남, 터키, 러시아, 브라질 등 재정이 취약한 국가들은 수입물품의 HS에 따른 세율 차이를 악용하여 재정수입이 높은 HS세번을 주장하여 분쟁상황을 유발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에 관세청에서는 2009년에 「HS국제분쟁신고센터」를 설립하여 현재까지 국제HS분쟁 40여건을 접수, 21건을 해결해 연간 약 3221억원 이상의 해외관세비용을 절감했다.
현재 9건을 지원중이며 국제분쟁 해결을 통해 해외에서의 비정상적인 통관애로와 관행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또한 품목분류의 대중화라는 목표하에 품목분류 관련 빅데이터 구축과 대국민 개방으로 장기적으로는 기업 자체의 품목분류 체질을 개선하여 문제해결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갤럭시기어는 시계일까, 통신기기일까?
갤럭시기어는 블루투스 통신으로 특정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전화 통화가 가능하고 'S보이스' 기능으로 전화 수발신이 가능하며 메일, 문자, GPS 시간 정보를 스마트폰으로부터 전송받아 자동으로 화면에 디스플레이 해준다.
또한 휴대폰을 꺼내지 않고도 카메라를 이용하여 사진과 짧은 영상을 기록할 수 있으며 메모 기능을 활용해 대화를 저장할 수 있고, 저장된 음성은 자동으로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물품이다.
이러한 갤럭시기어를 두고 국제기구에서 투표가 벌어졌다. 시계인지 통신기기인지 초등학교 시험문제에 나올만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결에 부친 것이다. 지난 3월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WCO(세계관세기구) 품목분류위원회에서 40개국 대표 중 31개국은 갤럭시기어가 무선통신기기라고 하고 나머지 8개국은 시계라고 주장했다.
갤럭시기어의 정체성을 두고 투표를 벌이게 된 건 바로 관세때문이다. 그간 상당수 국가는 갤럭시기어를 무선통신기기라고 보아 세계IT제품 협정에 따라 관세를 매기지 않았다. 그러나 인도, 터키, 태국은 갤럭시기어를 시계로 분류해 각각 10%, 4%, 6%의 관세를 매겨왔고, 요르단은 기타의 전자기기로 분류해 30%의 관세를 부과했다.
갤럭시기어 통관의 글로벌 애로사항 해결
지난 2013년 9월 (주)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 샘플을 들고 품목분류 사전심사 신청을 위해 분류원을 방문했고 분류원은 갤럭시기어의 원리와 기능을 확인해 '기타의 무선통신기기'(8517.62호, 관세0%)로 결정 회신했다. 이후로 지속적인 컨설팅을 통해 분쟁 해결을 지원해왔다.
상당수 국가에서는 분류원의 결정문대로 통관(관세 0%)했으나 인도 등 4개국에서는 갤럭시기어를 시계나 기타의 전자기기로 분류했고 4∼3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주)삼성전자는 갤럭시기어와 기어핏(갤럭시기어 유사물품)에 대한 해외수출통관 애로사항을 호소했고 2014년 7월 HS국제분쟁신고센터에 갤럭시기어 HS분쟁해결 지원 요청을 했다.
이에 관세청은 실무자를 인도에 파견하여 인도관세청 국장급 간부와의 면담에서 갤럭시기어의 HS 불일치에 대해 논의하였고 WCO HS위원회에 상정해 그 결과를 수용하기로 협의했다.
관세청은 곧이어 제54차 WCO HS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했고 WCO 사무국은 예비검토 후 2015년도 제55차 HS위원회에서 의결하도록 보류했다. 2014년 9월 HS위원회에서 논의 시작 단계부터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었다.
스위스, 이집트, 남아공 등이 시계 분류를 강력히 주장하는 한편, WCO 사무국조차도 시계로 분류될 수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2015년 3월 HS위원회를 앞두고 1월부터 기재부 및 관련 업체와 협력해 체계적 대응방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했다. 즉 관세청은 품목분류 논리를 제공하고 기재부는 HS 위원회 본회의에서 업체의 시연 기회를 확보하고 업계는 핵심 포인트를 공략하는 발표자료(관세청 감수)를 준비했다.
HS 위원회 회의가 개최되어 회의기간(2주)중에는 참가국 중 반대 또는 유보적 입장인 대표들을 1대 1로 만나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을 했다. 즉 회기 기간 중 안건 논의 이전에 이집트, 스위스 등 시계로 분류된다는 견해를 가진 국가들과 개별적 토론을 통하여 분류논리를 점검하는 한편, 유보적인 입장을 가진 국가(기타 동남아, 아프리카 및 남미)의 대표들을 한국 대표단들이 1대 1로 전담해 설득했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오전 세션의 열띤 접전이 끝나고 점심시간을 거쳐 오후 세션에서 결과만 기다리는데 본 회의 최종 표결결과 31대 8로 통신기기로 분류 결정되었다.
특히, 인도 및 태국은 분쟁당사국인데도 불구하고 최종 투표시에는 종전의 입장을 변경해 한국의 분류견해를 지지했다. 정말 여느 분쟁보다도 값진 결과였다. 이로써 오래 끌어왔던 갤럭시기어의 글로벌 HS분쟁은 해결되었고, 이는 통관시 HS세번 적용의 비정상을 정상화시킨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필귀정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국제적인 문제 제기 또는 HS세번 적용과 관세 추징 등 비정상적인 통관 관행은 사실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2008년에도 유럽연합 일부 국가(독일 등)에서 TV 수신 기능이 있는 DMB폰을 TV로 판단해 14%의 관세를 부과했다가 2009년에서야 분류원의 HS국제분쟁신고센터장이 현지 출장, 외교부와의 협업 등 적극적인 분쟁해결 노력을 해 무선통신기기로 최종 결정, 약 1950억원의 관세를 절감한 사례도 있다.
갤럭시기어 통관 정상화의 효과 및 시사점
갤럭시기어에 대한 아국의 품목분류 논리가 국제회의에서 관철되어 아국 대표의 주장대로 결정됨으로써 HS국제분쟁 해결의 결정적 실마리가 되고 아국의 위상 강화와 품목분류 행정의 글로벌 역량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연간 1300만달러(150억원)의 업체의 해외관세비용을 절감하게 되었고 그만큼 수출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관세청은 업무상 축적된 경험과 전문적인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이 해외 수출국에 이미 납부한 관세를 환급받거나 징수당할 뻔한 관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도록 비정상적인 통관 애로사항을 제거하여 기업을 지원함으로써 국가가 유능한 정부·서비스 정부로서의 행정을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기업을 지원하여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면 국가의 경쟁력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이 업무를 하면서 실감했다.
FTA체결국이 증가함에 따라 HS세번에 따라 FTA적용여부와 세율차이가 크므로 갈수록 HS국제분쟁이 증가되는 추세다.
HS국제분쟁센터는 본청 심사국의 지휘아래 국제협력과, 외교부, 해외관세관과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기업의 해외통관 애로사항과 비정상적인 관행을 제거하고 해소함으로써 수출하기 좋은 해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