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증권업계에서는 "몸값보다 비싸게 배팅했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합병비율을 놓고 기존 대우증권 소액주주와의 갈등이 예고되고 있는데다 합병이후 중복된 지점과 인력을 효율화하기 위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미래에셋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의 출자한도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관련법이 개정될 예정이어서 추가적인 자본확충 또는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하는 등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지적이다.
□ 증권업계, 대우증권 몸값보다 비싸게 인수 평가
지난 24일 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대우증권 주식 전량인 보통주 43.0%(1억4048만1000주)와 산은자산운용 지분 100%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컨소시엄(이하 미래에셋)을 선정했다.
산업은행은 비밀유지협약을 근거로 미래에셋의 낙찰가를 포함해, 나머지 응찰가도 밝히지 않았지만 미래에셋은 2조4000억원, 한국투자증권은 2조2000억원, KB금융지주는 2조1000억원 정도의 응찰가를 낸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산은이 내부적으로 설정했던 대우증권의 몸값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산은자산운용의 순자산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663억원, 대우증권은 1조8120억원 정도로 둘을 합쳐도 2조원을 넘지 않는다.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을 비싸게 인수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낙찰가액을 2조4000억원으로 가정하면 순자산가액 대비 프리미엄은 28%(52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지분의 시장가액 대비로는 약 56%(8600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라고 말했다.
□ 중복된 지점·인력 조정에 필요한 초기 비용 부담
산업은행은 내년 1월 주식매매계약 체결 이후 최종 인수절차를 늦어도 내년 2분기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과정을 무사히 마치면 미래에셋은 대우증권의 새주인이 된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최종적으로 인수하면 국내 1위,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한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은 서로 다른 강점을 가져 위탁, 자산관리, 트레이딩, 순이자 이익 등 수익원이 고르게 강해질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최근 2년간 순익구조가 순이자이익에 집중된 반면 위탁 및 자산관리수익이 축소됐고 트레이딩 수익은 크지 않았다. 반면 대우증권은 위탁, 트레이딩에 강하다. 미래에셋은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이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은 아직 많다. 2조4000억원의 인수비용 부담 이외에도 중복된 지점·인력 조정 등에 들어갈 초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증권계의 시각이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매각 증권사는 비즈니스 경쟁력을 최대한 강화시키고 효율적 비용구조로 전환해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과정이 필수"라며 "인력 융합, 증복 점포 통합, 비용 효율화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공통적으로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지점이 집중돼 있다. 특히 서울의 주요지점을 예로 들면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지역적으로 평균 46.6%가 중복된다. 지점 통합 등 비용 효율과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갈등까지 유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 증권사 간 합병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대우증권 소액주주와의 갈등, 계열사 투자제한 규제까지 과제 산적
대우증권 기존 소액주주와의 충돌도 맞닥뜨린 과제 중 하나다. 상장사간 합병은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되며 이 과정에서 합병사의 주가도 재조정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5에 따르면 상장법인간 합병일 경우 시가(주가)를 중심으로 한 계산법을 이용한다. 주가는 합병계약일 전 1개월간 평균종가, 1주일간 평균종가, 전일 종가를 가중산술평균한 뒤 할인 또는 할증하는 방식이다.
한국투자증권에 의하면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비율은 1: 0.52이다. 미래에셋증권 주식 1주가 100%로 평가될 때 대우증권의 가치는 52%로 평가된다는 의미이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두 주식의 주가 변화에 따라 합병가격이 영향을 받아 기존 주주의 불확실성은 가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추가 지분 확보를 둘러싸고 소액주주와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밖에 미래에셋 그룹의 소유구조 변경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을 제약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의 변화 탓에 자회사 출자 한도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개정될 예정이다.
변경될 법규 준수를 위해서는 미래에셋캐피탈의 자기자본 금액과 계열사투자금액의 차이 약 3000억원을 해소해야 한다. 알려지는 유예기간이 5년이므로 이 기간 동안 계열사 투자금액의 축소 또는 자기자본 증대를 동시에 이뤄야 한다.
미래에셋캐피탈의 투자액 축소 필요성은 계열사간 소유관계의 대폭 조정을 뜻한다. 미래에셋캐피탈이 지분을 보유 중인 계열사는 네 곳으로, 미래에셋증권 (장부가 6724억원), 미래에셋생명(1693억원), 부동산114(132억원), Mirae Asset Finance Company(Vietnam)(282억원)이다.
따라서 그룹 소유구조 변화를 위해 합병, 계열사간 지분이동, 증자,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이 불가피하다. 이 역시 대우증권 소액주주에게는 불확실한 요소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