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부산 세정의 산 증인…"노력은 새로운 '열매'될 것"

부산에서 나고자라 지난 1977년부터 부산지방국세청에서 근무해온 이경칠 동래세무서장(사진)은 그야말로 부산-경남 세정 발전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9급 말단 세무직 공무원부터 시작해 세무서장의 위치에 오른 만큼 하위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그다.

올해 말로 퇴임을 앞두고 있는 이 서장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부산세무서에 첫 발령을 받은 뒤 어느덧 38년의 세월이 지났다"며 "세무공무원은 고도의 전문지식, 납세자와의 마찰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만큼 고된 업무로 인해 바쁘더라도 후배들이 자기계발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약력] 이경칠 동래세무서장

▲1957년 ▲부산 ▲동래고-방통대 ▲9급공채(1977년) ▲마산세무서 징세과장·총무과장, 금정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 부산국세청 조사2국2과장, 부산국세청 조사2국1과장, 금정세무서 양산지서장, 마산세무서장, 동래세무서장(현)

Q.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동래세무서의 대책은 무엇인가요?

A. 관내 특성상 음식업, 숙박업 등 소규모 자영업자 비중이 높으며 저소득층 서민들도 다수 거주하고 있어 세정지원이 필요한 분들이 많습니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 업종인 음식·숙박업·건설업 등의 업종 중 일정 규모 미만인 사업자에 대해 세무간섭을 배제하고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세무조사를 유예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에는 동래시장, 각종 협회사무실 등에 현장상담실을 설치·운영해 세무대리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영세 사업자가 영업에 지장을 받지 않고 세무상담을 할 수 있게 지원해 세금 고충 없이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다.

그리고 서민의 삶에 힘이 되는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을 따뜻하고 활기찬 추석이 되도록 추석 전에 지급한 바 있습니다.

서민생활의 안정과 성실한 납세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반사회적 민생침해 탈세자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고 있기도 합니다.

불법, 폭리로 서민생활을 힘들게 하면서 세금을 탈루하고 있는 행위자에 대해서는 본인은 물론 관련인 등의 탈세행위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해 탈루소득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 과세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등 엄정하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Q. 세정운영의 패러다임이 사후적 관리에서 사전 성실신고 지원 체계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간의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A. 올해부터 신고관리 패러다임을 '신고 후 사후검증'에서 '사전적인 성실신고 지원'으로 전환했습니다. 신고 후 사후검증은 신고 전에는 일체의 세무간섭 없이 자발적 성실신고를 유도한다는 취지였으나 납세자에게는 부담이 되는 사후적인 과세행정이었다는 평을 듣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서도 국세행정의 운영방안에 발맞춰 보유한 정보를 신고 전에 최대한 제공하고, 성실 신고하는 납세자는 사후검증,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해 편안하게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는 등 성실신고 지원에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중소기업이 신고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중소기업 전용상담창구를 설치하고, 영세납세자에게는 간편 신고를 위해 미리 산출세액까지 채워준 신고서를 발송하는 등 신고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올해 부가가치세 신고와 종합소득세 신고 세액이 전년과 비교하여 상당 수준으로 증가해 성실신고 지원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Q. 국민들의 납세의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대민서비스 질의 향상이 요구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동래세무서의 성과는 무엇이 있을까요?

A. 국민이 세무서에 바라는 서비스는 소극적으로는 '민원의 신속한 처리' '무리한 과세 방지' 등이 있으며, 적극적으로는 '공평한 과세'라고 생각됩니다.

올해 중반 민원봉사실 직원의 갑작스런 인사 이동으로 인해 특정 요일에는 앉을 자리도 부족할 정도로 접수자가 몰려 대기 시간이 길어졌었는데요. 이에 신속 처리를 바라는 민원인들이 불편 호소와 불평이 연이어 터져나왔습니다.

다른 과도 직원이 부족한 상황이므로 인원 충족이 힘들었는데요. 하지만 어찌됐건 이러한 상황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실태 점검을 실시해 가장 붐비는 시간대가 월요일과 금요일의 오후임을 확인했고, 다른 과 직원들을 그 시간대에만 동원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올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종합소득세 신고 인원의 대폭 증가가 예상되어 4월부터 다양한 신고 대책과 치밀한 준비를 했으며, 신고 기간에는 모든 직원이 참여하는 비상체제를 가동해 차질 없이 마칠 수 있었습니다.

무리한 과세로 인한 피해는 납세자에게 금전적, 정신적 손실을 끼쳐 세정 신뢰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과세를 결정할 때 철저한 검토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납세자가 이의를 제기할 시에는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업무를 집행해 줄 것을 늘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법, 폭리로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며 서민 생활 안정을 저해 하는 불법 사채업자 등 탈세자를 근절하기 위해 우리서는 FIU 정보, 현장수집 정보를 적극 활용해 탈루 세금을 철저히 과세, 조세 정의를 실현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Q. 국민과 함께하는 탈세감시제도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래세무서의 경우는 어떤가요?

A. 먼저 동래세무서에 탈세제보와 차명계좌 신고를 하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경제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더욱 지능화, 고도화되고 있는 탈세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세무서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탈세정보의 수집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서에서는 상대적 약자인 임차인에게 이중계약서를 강요하고 임대료를 현금으로 받은 임대업자, 수입금액을 축소하기 위해 종업원, 친인척 명의인 차명계좌로 입금 받았던 고소득 자영업자 등 탈세자에 대해서 국민이 제공한 소중한 정보로 상당액을 추징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특히 2013년 일반 국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알게 된 사업자의 차명계좌 번호만을 제공하는 경우에도 포상금이 지급되는 제도가 도입된 후 해마다 신고 건수가 증가, 이제는 사업자들도 차명계좌 이용 시 조사를 받는다는 인식을 하고 있으며 이는 신고 자납 세수로 연결되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다만 전문 세파라치의 교묘한 수법에 말려든 영세사업자, 악의적인 의도에 의한 제보 등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탈세를 제보하시는 분은 세정의 협조자이므로 신분 노출의 걱정이 없도록 최고의 보안시스템을 유지하고 더 쉽고 편리하게 제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최근에 승진인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직원들을 평가하는 서장님 나름의 원칙이 있으신가요?

A. 좋은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고 순리에 맞게 평가를 하면 모든 일이 잘풀린다는 '인사가 만사다'를 항상 마음과 머리에 새기고 있습니다.

국세청에 근무하는 직원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훌륭한 인재이며, 직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한 동료이기에 서장으로서 평가할 때마다 많은 고민과 힘든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승진은 해당 직원 한 사람에 대한 혜택이 아닌 '저 직원처럼 일하면 승진이 되구나'라는 기준 제시와 '비선호 부서, 여직원도 열심히 하면 승진할 수 있구나'라는 희망과 사기 진작을 전 직원에게 결과물로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직원들의 평가는 국세청장님의 인사 기준인 '능력과 평판'이 가장 적확한 기준으로 이에 맞게 평가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능력은 있으나 이기적이고 사생활이 문란한 직원 또는 사람은 좋으나 능력이 떨어져 동료에게 피해를 주는 직원에게는 좋은 평가를 줄 수 없습니다.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해 직원과의 소통을 하기도 합니다. 영화관람, 등산 등 소모임 만남의 시간을 수시로 가졌으며, 과장들과는 매 주 티 타임을 통해 직원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등 130여명 직원 모두를 알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또한 남녀간 동등한 기회 부여 등 공정한 경쟁기반 조성을 위해 노력했으며, 특히 근무환경이 열악한 기피 부서에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직원이 승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Q. 어느 때보다 공직기강 확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늘어나는 악성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공직기강은 위반 시 처벌의 두려움보다는 국세청 직원으로서 자긍심이 있으면 저절로 확립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동래세무서는 부산 중심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한 여건 등으로 직원들이 근무하고 싶은 관서이며, 올해 정기인사 이동 시에도 부산 시내 7개 관서 중 선호도 1위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물론 공정한 기준에 따라 배치되었지만 직원들에게 선호도 1위 관서에 근무하게 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거기에 걸맞는 모범 직원이 되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동래세무서에서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한 적이 없음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일부 공직자의 부적절한 행위로 국민들이 바라 보는 시선이 차가움을 알고 있지만 이로 인해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일을 하시나요?

A. 세무서는 국세징수기관으로서 권위적이고 차가운 이미지로 국민에게 인식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현장에서 직접 살을 맞대는 자원봉사활동이 필요하다고 인식해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운동을 하는 등 여가를 보내는 세무서 인근 온천천의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매월 2차례에 걸쳐 정화 활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혈액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매년 2~3차례 전 직원이 사랑의 헌혈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내 전통 시장을 수시로 방문해 과일, 생선 등을 구입하는 행사를 하는 등 전통시장의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고, 전 직원들로부터 자발적으로 매달 일정액의 성금을 모아 아동보육시설과 청소년교육시설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관 특성을 살린 세무서만의 차별화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발히 전개해 나갈 계획입니다.

Q. 동래세무서에서는 활기찬 직장 분위기 조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A. 저는 9급 세무직 공무원으로 국세청에 들어와 오랜 기간 일선에서 납세자를 직접 상대하고 실무를 했기 때문에 직원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국세청 직원들이 바라는 승진과 봉급 인상은 현실적으로 이뤄주기 힘든 것이었기 때문에 서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은 세무서, 애정이 가는 세무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6급 이하 직원이 퇴직할 때 직원 가족을 초청해 계장 이상 관리자, 소속 과 직원들이 축복하며 퇴직으로 인한 아쉬움을 함께 나누고 근무기간 동안 봉사한 노고에 대해 감사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퇴직 직원 뿐만 아니라 현직의 직원에게도 조직에 대한 소속감과 유대감을 고취시키고 큰 기쁨을 주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세무서의 업무는 상하간 유기적 교류와 과 간 협조를 토대로 진행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나 부서간의 갈등, 직원 서로 간의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이죠. 이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 관리자고 이것이 관리자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전 직원 간 소통의 자리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단순한 술자리 보다는 자신이 근무하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는 의미 있고 보람된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동래구청의 협조를 받아 문화해설사를 동행한 동래구 전통문화 체험을 한 것이 가장 보람찬 일이었습니다.

'문화유적을 찾아서' '역사의 향기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동래 충렬사 등을 직접 방문해 학습의 시간을 여러 차례 가졌으며, 끝나고 난 뒤 동래파전에 막걸리를 마시며 직원 간 서먹한 분위기를 해소하는 등 그 날 느꼈던 감동을 함께 한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체육행사 때에는 피구, 제기차기, 족구 등 많은 직원이 참여할 수 있는 종목 위주로 실시했으며, '달빛 산행'이라고 명명한 야간 산행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정서 함양을 위해 직원들이 선호하는 영화를 선정하여 함께 관람했으며, 일상 생활에 쫓겨 독서에 관심을 두기가 어려운 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하며 책 속에는 인생의 선배와 쉽게 찾을 수 없는 보물같은 정보가 많으니 어려운 상황이라도 가까이 하는 습관을 갖기를 권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Q. 퇴직을 앞두고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동부산세무서에 첫 발령을 받고 반복되는 한해 한해의 흐름이 어느덧 38년이라는 세월을 삼켰고, 이제 동래세무서를 끝으로 국세청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요즘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밤낮 없이 고생하는 직원들을 두고 혼자 떠나는 것 같아서 면목이 없지만 이 어려운 시기도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됩니다.

선인의 말씀에 '오늘 우리가 겪는 온갖 고통과 그 고통을 이겨 내기 위한 의지적인 노력은 다른 한편 이 다음에 새로운 열매가 될 것이다. 이 어려움을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는가에 따라 미래의 우리 모습은 결정된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어렵고 힘들더라도 인내하고 이겨낸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오리라 믿습니다.

38년의 공직생활 동안 아쉬움과 회환도 남지만 나름대로 보람있는 공직생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공무원도 물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세무공무원은 고도의 전문지식과, 납세자와의 마찰시 원만한 문제해결 능력, 직원간 화합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격무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직원들이 틈틈히 전문지식 배양과 정서 함양,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데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